짝사랑하는 애가 있는데 걔도 여자고 나도 여자란 말이야. 호모포비아일까봐 고백이고 뭐고 상상도 못 하고 있었는데 토론하다 성소수자 얘기 나오고 걔가 말 엄청 잘 하니까 다른 애가 걔한테 넌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고 물어봤는데 걔가 "내가 양성애자니까." 이런 거야.
그 때부터 내가 걔 좋아하는 거 들켜도 날 혐오하지는 않겠구나. 한시름 놓고 좋아해도 괜찮겠구나. 생각하다가 나도 양성애자라고 커밍아웃 했는데걔가 자기가 좋아하는 애 있는데 걔는 양성애자 아닐 것 같아서 고백 못하고 있다고 그러는 거야.
아직도 난 내가 동성애자인지 양성애자인지 범성애자인지 모르겠고 그냥 걔가 좋아서 그러면 난 양성애자인가? 하고 걔한테 커밍아웃한건데 사실 내가 걔랑 친하다고는 말 못 하고 그냥 오다가다 인사하는 사이고 그래서 잘 마주치지도 못하다 오늘 친구(내가 걔 좋아하는 거 알고 있는)가 같이 공부하는 자리에 불러줘서
카페가서 공부하는데 어쩌다 걔가 좋아하는 애 얘기가 나온 거야. 걔가 원래 무뚝뚝하고 성실하고 그런 앤데 진짜 눈에 띄게 부끄러워하면서 금요일에 자기가 좋아하는 애(ㅇ이라고 부를게) 횡단보도에서 만났는데 걔가 자기 안아줬다고 얼굴 붉어져서 말하는 거야. 나랑 내가 좋아하는 애는 남녀공학 다니고 ㅇ이는 여중 다녀서 만날 일이 없거든...
내가 얘랑 잘 될 거라고 생각하고 좋아하는 게 아니고 얘가 좋아하는 애가 있다는 것도 아는데 너무 서럽고 죽고 싶어... 친구들이 짝사랑이냐 썸이냐 물어봤더니 그 무뚝뚝한 애가 짝사랑이자 첫사랑이라면서 웃는데 눈물 참느라 너무 힘들었어... 내 첫사랑 내 짝사랑도 넌데 왜 난 희망조차 없는 걸까... 이런 생각 들면서 너무 울컥하는 거야.
그래서 일 생겨서 먼저 간다 하고 집 와서 지금까지 울고 있어. 진짜 죽고 싶어... 차라리 이성애자였으면 작은 희망조차 접었을텐데 조금은 희망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짜증나고 걔가 행복하게 웃는 게 너무 예쁜데 나는 그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도 서러워...
너무 죽고 싶고 서러워서 너네한테라도 털어놓고 싶었어... 긴데 읽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