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 선배, 너는 과 후배.
우리는 그렇게 만났어
너는 항상 믿지 않았지만, 널 처음 봤을때부터 너만 보게 되었어. 진짜야.
이미 얼굴을 알고 있던 네 동기인 친구를 보는게 자연스러우니 그 친구를 보는 척하면서 보곤 했어.
사교적이고 성격도 활달한 너와 금방 친해질 수 있어서 좋았어.
그때는 잘 몰랐지만 네가 일하던 편의점, 그것도 도가 다른 먼 곳의 편의점까지 가서
우리는 요샛말로 소위 '썸'이란 것을 탔어.
스무살때 아르바이트 한번 한 것 말곤 없던 나인데 마치 내가 알바하듯이 물건도 계산하고, 재고 넣어 놓고.
정말 재미있었어.
우리는 그렇게 한 두달 지내게 되었고 난 너에게 고백을 했지.
수줍음 많고 소심한 나를 배웅 나온 너에게,
난 톡으로 고백해버리고 말았어.
다음 만남에서 넌 받아주었고 우리는 그렇게 사귀게 되었지.
그렇게 우린 4년을 사귀게 되었는데 참 많이 싸우고 한달 넘게 헤어져있던 적도 있고. 참 다사다난했다. 그치?
난 항상 을이었어.
나 혼자 좋아 매달리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이상하게도 넌 애정표현을 전혀 하지 않았고,
난 집착이 되가는 줄 알면서도 갈구하게 되었고.
너의 하루에서 내가 점점 사라져간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난 더 힘들었어.
우리가 다툴때 내가 널 이해하는 척이라도 하면서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나중에 또 터질꺼라고 했지?
그랬을꺼야.
하지만 난 이해하는 척이라도 하면서 넘어갈 힘도 없었어.
너무 지쳐있었어.
우리가 처음 헤어진게 1년 좀 넘게 됐네?
그때 내가 널 잡으면서 했던 말 기억하니?
적어도 내가 후회하지 않게, 내가 너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줄 수 있게 해달라고 했지.
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한 것 같아.
후회가 없어. 내가 뭘 해도 니가 잡히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고, 그렇게해서 잡아둔다고 한들
너에게는 이해하는 척을 하고 쿨한 척을 하면서 항상 난 을이라는 곰팡이 같은 생각을 가슴속에 품고 살아갔겠지.
잘 지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사랑했었다고, 고마웠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하지 않을꺼야.
내 삶속에 스며든 너의 흔적들이 없어지려면 꽤 오랜 시간이 흐르겠지.
그래도 이젠 해보려고.
나를 위해서.
넌 어떤 연애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난 참 힘든 연애를 했구나.
너에게 보내려던 이 말들을 차마 너에게 보내지 못하고 그냥 날려버리는거야.
이 말들을 핑계로 너에게 연락하면서 한번만 더 잡아볼까라는 아픈 생각이 들까봐.
아무튼 일 바쁜데 고생하고.
손도 많이 아프잖아. 겨울엔 장갑이라도 꼭 끼고 다녀.
정 안될땐 병원도 가고. 그 무슨 오일 그거 잘 듣는 것 같던데 자주 바르구.
귀찮다고 하다 말고 하다 말고 하지말고..
너무 밤늦게 길 고양이 보러가지마. 요새 때가 어느땐데.
날도 춥잖아. 차라리 엄마 아빠 설득해서 고양이 키워.
다이어트 안해도 되니까 밥은 제때 먹고.
어차피 며칠 가지도 않을꺼면서 괜히 굶지말고.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