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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날 차버렸지만 얼마전 날 다시 잡던 너에게

여자사람 |2017.12.14 03:03
조회 672 |추천 3
1년 전 날 차버렸지만 얼마전 날 다시 잡던 너에게

2016년 10월이 시작하던 첫 날
너는 갑작스럽게 내게 문자로 이별을 통보했다.
다음날이 네 생일이라 널 만날 생각에 들떠 있던 나에게 너는 참 배려가 없었던 것 같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2년 5개월이라는 우리 연애가 그만하자는 한 마디 말로 끝나버렸다는 게 허무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어.

더 이상 내게 아무 감정이 안 느껴진다는 네 말에
이미 우린 끝난 거구나
이건 내가 붙잡아도 아무 소용이 없겠다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어.

주말이 되면 널 만날 수 있다는 하나가 힘들었던 내 수험생활을 버틸 수 있게 해주던 이유였는데
같은 사람을 두고 다른 이유로 버텨야할 수 밖에 없겠구나 싶었지.

나 몰래 혼자 감정을 정리하고 이별을 준비해 온 네가 너무 괘씸하고 미웠지만
왜 헤어졌냐는 친구들의 물음에 난 수험생활을 핑계로 들며 웃어넘겼다.

우리 관계에서 널 탓할 사람은 나 하나로 충분하고 싶었으니.

너와 함께 보냈던 주말을 홀로 견디기 위해
주말에도 난 책상에 앉을 수 밖에 없었고
너의 연락과 추억으로 가득찬 핸드폰을 보지 않기 위해 핸드폰 대신 영어 단어와 책만 봐서 그런가

2017년 8월 난 최종합격 문자를 받았고
4개월이 지난 지금은 이젠 어디 가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직업을 가졌어.

근데 마냥 행복하고 기쁠 줄만 알았는데
오늘 술이 좀 들어간 탓인가.

갑자기 떠오른 네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아
평소 하지도 않던 네이트에 로그인 해본다
웃기지??

너와 만났을 땐 술은 거의 입에도 안 대던 내가
지금은 일 끝나면 술에 찌들어 지낸다.

좀 미안하긴 해.
넌 나와 술 마시면서 진지한 얘기를 하는 걸 좋아했는데
만나는 동안 그걸 해주지 못했던 내가.

지난 밤 너에게서 다시 만나면 안 되겠냐는
연락을 받았을 때
처음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너가 아마 후회할 거라는 내 바람이 이뤄진 셈이니.
장담컨대 나만큼 널 사랑해 준 여자 못 만날 거고
나 아직도 어디 가면 예쁘단 소리 많이 들으니까.

친구들은 내가 시험 합격해서 너가 붙잡은 게 아니냐고 했지만
지난 2년간 누구보다 많이 너와 붙어있던 내가 봤을 때
넌 그정도 속물까진 아니란 걸 알아.

그리고 그 연락에 내가 거절을 답한 것은
단지 내가 시험에 붙었기 때문이 아닌 것 또한 너도 잘
알겠지.

1년이라는 시간은 내가 널 잊기에 충분한 시간이잖아.
난 널 만날 때만은 누구보다 진심으로 널 사랑했고
객관적으로 봐도 너에게 잘했고
우리 관계에 최선을 다했기에
더이상 미련이 안남았다는 게 정답이겠지.

널 만나는 동안 네가 입버릇처럼 내뱉던
우린 안 맞는다는 말.
그땐 인정하기 싫었고 상처가 된 말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네 말이 맞았던 것 같아.
단지 내가 널 너무 좋아했어서 우리 둘이 잘 맞는다고
착각했던 것이었을 뿐.

네 생각이 나는 밤이지만 난 너의 연락에 거절을 표했듯
널 다시 만나고 싶은 건 아냐.

아니 네 생각이 아니라 지난 시간이 떠올라서 잠이 들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가난한 커플이라
함께 나눠 먹는 떡볶이 한 그릇에도 행복했고

장난을 좋아하는 서로라 만나면 장난치고 투닥대면서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피시방에서 밤새 게임을 하며 질때는 서로 탓하기 바빴던 시간들이

그리고 그때의 내가. 그리워진 밤인가봐.

너와 마지막 20대를 보내고 서른이 되기 두 달 전 혼자가 되버린 나는 여전히 혼자지만 나름 이 혼자에도 만족하고 있어.

아마 내일 눈을 뜨면 이불킥하면서 취중에 쓴 이 글을
지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건 진심이야.
네가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이젠 진짜 안녕을 고할게

잘가. 내 20대 아름다웠던 사랑.
추천수3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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