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아나의 글 더보기:
http://blog.naver.com/molkang99
11. 유혹
후..
방전체가 어느새 담배연기로 뿌옇게 흐려졌다. 벌써 일주일째인가? 애송이에게서 더 이상 연락이 없다. 삼일간 죽도록 게임만 하다가 다음 삼일간 영화만 죽치고 보니 그것도 진이 빠질 일이다. 오늘은 쉬지 않고 담배를 펴댔다.
언제부터였지? 생각해보면 나는 늘 혼자였다. 벌떼같이 만나 술을 진탕마신다거나 우루루 무리지어 다니던 건 철없던 시절의 추억일 뿐 나는 애초에 무리를 즐기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가끔 마음이 맞는 놈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여자와 뒹구는 시간 이외엔 난 늘 혼자였다. 홀로 웹작업을 하거나 디자인을 구상하거나 게임을 하다보면 시간은 잘도 흘러갔다. 이 세상엔 해야 할 것과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기에 혼자 넋놓고 앉아 신세한탄을 하는 인간들을 나는 머저리로 치부할 수 밖에 없었다. 외롭고 우울하여 어쩔줄 몰라하는 인간들의 감정따위 이해할 수 없었다.
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한다. 벌써 11시... 내 손가락은 어느새 또 안절부절 주소록을 뒤지기 시작한다. 은주, 보영, 성희, 지혜, 현정.. 누군가와 공유하지 못한 채 흘러가버리는 시간의 초침에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얽매여버린 것일까? 내 손가락은 어느새 결국 애송이의 이름에서 멈추어버렸다. 젠장 이게 벌써 몇번째야! 나는 던지듯 폰을 놓아버리고 담배연기를 깊게 빨아들였다.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는구나. 시 바…
그렇게 재털이에 담배를 비벼끄던 난 결국 벌떡 일어섰다. 지금 뭐하는거야? 심심하면 즐기러 가면 되잖아. 난 담배연기로 케케묵은 셔츠와 팬티를 훌훌 벗어던지고 짧게 샤워를 마친 뒤 속옷과 옷가지를 꺼내입었다. 한때 소개팅을 받으러 나갈 때의 기분을 내며 향수도 칙칙뿌리고는 일주일만에 집을 나선다. 11월로 접어드는 밤의 공기는 차지만 상쾌하게 느껴져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나는 밤공기를 즐기듯 얼마를 걷다 택시를 잡아탔다.
클럽은 입구에서부터 둥둥거리는 음악소리로 귀와 가슴을 진동시킨다. 나는 덤덤히 클럽안으로 발을 옮겼다. 늘 그렇듯 클럽 안은 수많은 인간들이 몸을 흔들고, 머리를 흔들고, 이성을 유혹하고 유혹당하고 쫓고 쫒기며 본능이란 룰에 지배당하고 있었다. 나는 데킬라 두잔을 주문해 연거푸 입속으로 털어넣고 맥주 한병을 들고서 바에 기대어섰다. 빈 속에 들어간 데킬라는 40도의 짜릿함으로 식도를 뜨겁게 태우며 순식간에 몸 전체에 술기운을 퍼뜨려놓았다. 몸이 나른해온다. 나는 다시 맥주 몇 모금을 들이키며 발정난 동물처럼 난잡하게 엉킨 인간의 무리를 돌아보았다. 몇몇의 여자가 흘긋거리며 나를 바라본다. 그 중에서도 유연하게 돌려지는 허리선과 내 쪽을 향해 탐스럽게 흔들어대는 젖가슴.. 늘씬하게 뻗은 다리가 돋보이는 단발머리의 여자가 유혹하는 눈길로 나를 바라보고 음악에 몸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나는 즐기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여자는 입술에 반쪽미소를 걸치고 결국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내 허리에 손을 얹고 어깨와 허리를 돌리며 유혹어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렇게 잠시동안 그녀의 유혹을 즐기던 난 그녀의 허리에 한 손을 둘러 내쪽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그러자 여자는 기다렸다는 듯 내 가슴에 자신의 맨가슴을 부비며 내 사타구니를 부드럽게 쓸더니 두 손으로 내 엉덩이를 붙잡아 당겼다. 그녀는 허리를 돌려대며 내 물건을 자극하는 동시에 내 옷밑으로 손을 집어넣어 내 허리와 등을 음악에 맞춰 강하게 또는 부드럽게 자극했다. 술기운과 그녀의 꿈틀대는 육체에 뜨겁게 달아오른 나의 손은 어느새 그녀의 팬티속 말랑한 엉덩이를 터질듯 움켜쥐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흔들리는 가슴을 가만히 돌리며 그러쥐었다. 가는 신음소리가 섞인 그녀의 숨소리가 내 귀를 간지럽히며 그녀의 젖은 입술이 내 귀에 입을 맞추고 내 목덜미를 살짝 빨아당겼다. 더 이상 참기 힘들어진 나는 나갈래? 하고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여자는 가빠진 숨소리를 고르듯 응,이라고 답하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유혹은 택시를 잡아탄 순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여자는 내 허리에 허벅지를 두르며 내 위에 올라타고 앉아 내 어깨를 붙잡고 당장 빨아달라는 듯 내 얼굴에 자신의 드러난 젖가슴을 부벼댔다. 나는 그녀의 브래지어를 벗겨내며 퉁겨오르듯 출렁이는 그녀의 가슴을 두 손 가득 끌어잡아 젖꼭지를 부드럽게 물었다.
“아.. 오빠, 너무 좋아. 더 빨아줘.. 막 빨아줘.. 오빠 맘대루 해…”
나는 거의 벗겨지다시피한 그녀의 양가슴의 외곽선을 엄지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돌리며 그녀의 어깨와 목덜미와 가슴을 정신없이 빨아댔다.
“아. 앙… 난 몰라. 아.. 죽겠어…’
여자는 자신의 음부를 내 몸에 잔뜩 밀착시키고 말을 타는 자세로 마구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시 바, 못 참겠다. 여기서 그냥 해 줘.. 응?”
여자는 치마아래의 팬티를 거칠게 벗어던져버리고 내 바지의 단추와 지퍼를 마구 풀어헤치기 시작했다.
“ 야, 너 왜 이래. 약이라도 했냐?”
“아니야.. 아니야, 오빠앙.. 부탁이야. 나 이러다 타버릴것 같아. 응?”
하지만 여자가 이렇게 미친듯 적극적으로 나오자 나의 흥분이 한순간 반감되어버리고 만다.
“잠깐..”
나는 그녀의 두손을 단단히 쥐었다.
“왜 이래! 좋잖아. 응? 그냥 박아줘. 미치게 만들어줄게. 응?”
여자는 참을 수 없다는 듯 계속 허리를 흔들며 발버둥을 쳐댔다.
“흠흠.. 손님 다 왔습니다.”
드디어 집앞에 도착한 나는 겨우 그녀의 몸을 떼어내며 택시에서 내렸다.
“오빠!”
여자는 발정난 암코양이처럼 앙칼진 비명을 지르며 나를 따라나왔다. 가슴을 훤히 내 놓은채 잡아먹을 듯 내게 달려드는 그녀는 이미 이성을 상실해 있었고 그런 그녀를 보자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흥분마저도 싹 가시듯 사라져버렸다.
“야, 가라..”
나는 그녀에게서 몸을 돌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시 바, 어디가? 여기까지 데려왔으면 책임져야 할 거 아냐? 응?”
“꺼져, 안 꺼져?”
“오빵..”
여자는 순식간에 내 가슴속 깊이 파고 들어와 내 허리를 꽉 끌어안아버린다.
“너 완전 달아올랐구나?”
“알면서 뭘 물어.”
여자는 내 팬티속에 손을 집어넣고 고추를 더듬으며 나의 목덜미를 마구 핥기 시작했다. 본능에 철저히 지배당한 그녀의 몸뚱이는 결국 움츠러든 나의 본능을 다시 일깨워내고 있었다. 짜증이 솟구치면서도 이 놈의 고추는 딱딱하게 솟아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일단 들어가자.”
나는 결국 그녀의 손을 끌고 빌딩문을 들어섰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엘리베이터안에서도 그녀의 유혹은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숨을 헉헉대며 내게 몸을 비벼대고 목을 빨아대는 그녀는 당장에 울음을 터뜨릴 듯, 비명을 지를 듯, 쓰러질 듯 발을 동동거리며 어서 안아달라고 조르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
9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내려.”
그렇게 내게 달라붙은 그녀를 붙잡고 엘리베이터를 내리는 순간이었다.
“찬아..”
내 앞에 애송이가 얼어붙은 듯 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 왠일이냐? 연락도 없이..”
나의 목소리는 우스우리만치 덤덤하게 흘러나왔다. 애송이는 가슴을 드러낸 채 내 옆에 찰싹 달라붙은 여자를 잠깐 바라보더니 아무말도 않고 엘리베이터로 쏜살같이 달려들어가 부들거리는 손가락으로 닫힘버튼을 마구 눌렀다. 코끝으로 스미는 애송이의 향기가 채 사라지기도 전에, 절망적으로 새어나오는 그녀의 울음섞인 신음소리를 잘라내듯 엘리베이터의 문은 닫혀버렸다. 순간적으로 심장이 얼어붙는 듯 온몸이 뻣뻣이 굳어버린다. 온몸이 소름으로 덮이고 코가 시큰시큰한 것이 눈물이 쏟아져나올것만 같다. 뭐지? 내가 뭘 잘못한 건가? 저 녀석이 아프다고 내가 아플 건 없잖아.
“오빠.. 들어가장.”
내 옆의 여자는 여전히 콧소리를 내며 나를 잡아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이 여자가 역겨워 견딜수가 없어져버린 나는 그녀를 던지듯 뜯어내 버리고 현관문을 들어서 문을 잠궈버렸다.
“오빠!”
여자는 미친 듯 문을 두들겨댔다.
“꺼져. 이 미친 연아. 경찰부르기 전에…”
“미친 새끼. 그럼 왜 데리고 온 건데. 신발 새 끼, 개 같은 새 끼...”
여자는 끝없이 문을 두드린다. 역겨워 토할것만 같다.
“뭐예요? 무슨 일이야?”
곧 옆집에서 앞집에서 얼굴을 내밀며 불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나는 문을 벌컥열고 그녀를 끌고는 다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뭔지 모르게 화가 나 참을 수가 없다.
“오빠, 어디 가는데! 오빵..”
난 택시를 잡아 발광하는 여자를 밀어넣고 택시기사에게 돈을 쥐어주며 겨우 여자를 보내버렸다. 뭐지? 한때 끝을 모르고 덤벼들던 나의 동물본능은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후… 터벅터벅 무거운 발걸음으로 다시 집을 향하던 난 건물 앞 벤치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새까만 하늘… 애송이가 처음 나를 찾아왔던 5개월전 밤처럼 아주 새까만 하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