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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짐앞에서 구슬프게 울부칮네요

정의의일기 |2017.12.24 15:33
조회 27,267 |추천 2
갑자기 어디선가 비통한 여자의 괴성이 울리기 시작합니다.
누군가 품에 안은 자식을 강제로 떼어갈 때 생사를 걸고서라도 아이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엄마의 비장하면서도 구곡간장이 끊어질 듯한 울부짖음이 애처롭게 아파트 단지에 쩌렁쩌렁 울려 퍼집니다.
무슨 일인가 보니 고층 집에서 땅에 꺼내 내려놓은 이삿짐 앞에서 오십대중반의 아저씨가 인부들이 이삿짐을 차에 싣지 못하도록 몸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스무살 정도의 딸인 듯한 어여쁘고 어여쁜 아가씨가 그런 인부에게 매달려 말닙니다. 또 다른 한 켠에서는 오십대 초반의 여자가 구슬픈 괴성을 지르며 인부들이 이삿짐을 싣지 못하도록 울부짖으며 필사적으로 손을 휘저으며 극렬 저항합니다.
상황이 잘 이해가 안 되더군요.
이삿짐을 실을려고 하는 인부들과 어떻게든 이삿짐을 못 싣게 할려는 가족.
보통은 인부들이 이삿짐을 잘 싣는지 지켜보며 음료수도 건네주고 그래야되는데 오히려 못 싣게 막다니 당최 곡절이 아리송할 뿐입니다. 혹시 애초계약과 너무 다르거나 중요한 것을 파손시켜 놓은 데 대한 불만과 그에 따른 적절한 배상 논의가 만족할만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틀어져서 저런가 했습니다.
그때 제 옆에 하얀 서류 뭉치와 흰 봉투를 들고 멀찍이서 이 상황을 물끄러미 지켜보는 한 남자가 눈에 띄었습니다. "저거 왜 저러는 겁니까?" 라는 나의 말에 남자가 입을 열었습니다.
"제가 집달립니다." 저는 그 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마치 오리무중을 헤매듯 대체 뭐가 어떻게 된 사연인지 도무지 상황파악을 할 수 없었으나 그 한마디를 듣고 난 다음에는 마치 얼키고 설킨 실타래를 한 칼에 베어 버리는 쾌도난마처럼 모든 의문이 단박에 풀렸습니다.
자세한 사연과 곡절이야 지금도 모릅니다.
참으로 사연도 많은 인생살이입니다.
아파트를 경매로 낙찰받은 새 집주인이 현 거주자인 울부짖는 아주머니에게 집을 비워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아주머니가 이에 불응하자 법원에 명도소송을 걸어 확정판결을 받은 다음 집달리를 앞세워 강제로 아주머니의 짐을 빼고 밖으로 내쫓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추운날에 법을 앞세워 이렇듯 비인간적인 처사로 말입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 어찌 인정이 없습니까?
눈보라 몰아치는 엄동설한에 하루 아침에 길거리로 쫓겨난 그 가족은 어찌 살란 말입니까? 몸으로 막고 울부짖으며 저항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이 어디 그런 것이 아니지요. 아저씨도 아줌마도 이삿짐을 빼서 차에 싣는 인부들을 죽기 살기로 밀치고 손톱으로 휘젓고 잡아 당기며 저항을 했습니다. 하지만 제 눈에는 슬픈 다 부질없는 짓으로 보였습니다.
어린 딸만이  미친 듯이 넋을 놓고 울부짖는 부모를  위로하고 있었습니다. 참 어린 딸이 가엾었습니다.어린딸을 다정하게 위로해주고싶었습니다.
온 아파트 단지가 쩌렁쩌렁 울려서 흔들릴 정도로 울부짖는 아주머니.아마 그 아주머니의 구곡간장은 너무나 서럽고 애가 타서 다 녹아 없어졌거나 새까맣게 탔을 겁니다. 아주머니가 그 아파트에 입주했을 때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 아주머니가 한때 그 집 주인이었다면 집을 가진 기쁨이 얼마만 했을까요.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고 마치 천국에 온 듯한 느낌이었을 겁니다. 집 한 간 마련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고 이사를 수십 번 다니며 겪었을 세입자의 서러움에, 평생 내 집 한 번 가져보는 것이 소원인 사람이 드디어 그 소원을 이루고 산 집이라면 그 기분 말 안해도 알만 하지요. 그런데 목숨같은 아파트를 날리고 비인간적인 새주인에게 하루 아침에 길거리로 쫓겨났으니 아마 살아도 산 게 아니지 싶네요.
어제밤에 그 가족은 어디서 잤을까요?
여우도 굴이 있고 개미도 집이 있거늘 하물며 사람이라면, 그것도 아주머니 혼자라면 어떻게 해 보겠지만 한 가족이 갈 곳은 어디인지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마 그 가족이 이슬을 맞으며 밤새 공원에서 노숙을 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여차하면 어둠이 내린 인천 앞바다로 가서 차가운 물에 몸을 던질 지도 모를 일입니다.
사람이 한평생 살다 보면 어찌 사연이 없을 것이며 모진 풍진이 없겠습니까?
아무쪼록 그 가족이 정신을 차리고 기운을 내서 살아가도록 빌어드리고 싶습니다. 불행 중 그래도 다행 아닙니까? 아직 오십대 초중반이니 인생을 포기하기에는 이른 나이입니다. 아직 한 번의 기회가 더 있지 싶네요.  늙으막에 이런 모진 고초와 어지러운 일을 겪는 백수풍진이었으면 정말 어쩔뻔 했습니까? 그래도 이만한 게 다행이지요. 사람 안 죽고 안 다치고 살아 있는것을 그나마 복으로 생각하고 다시 살아야지요.
그래도 어여쁜 딸이 있는한 두 부부는 희망이 있지않습니까?
그 딸이 효도해줄것이니 절망하지말고 희망을 가지고 굳건하게 사십시오

 
추천수2
반대수306
베플ㅇㅇㅇ|2017.12.24 17:14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거나 보증을 섰으니 집이 경매에 넘어간건데 왜 새주인을 비정하다 욕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당연히 집을 비워주어야 하는거 아닌가요? 집을 안비워주면 새주인은 어쩌란 말인가요,
베플남자스카이|2017.12.24 17:09
비인간적인 새집주인? 강제집행이 하루이틀만에 나오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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