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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친한 친구가 왕따를 당했다

ㅇㅇ |2017.12.25 00:36
조회 180 |추천 1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친구였다. 태권도 학원에서 처음 만났는데, 얘가 날 자꾸 언니라고 불렀다. 그래서 그때까진 동생인줄 알고 계속 챙겨줬는데. 알고보니 동갑이더라.

애들이 많이 살지 않는 아파트에 앞동 뒷동으로 살고 있어서 매일 등하교도 같이 했다.
학원도 같은 학원으로 같이 다녔다.

A는 바보같이 착했다. 슬리퍼를 놓고와 맨발로 다니던 친구가 A에게 A가 신고있던 슬리퍼를 달라 한 적이 있다. 그걸 주면 자기가 맨발로다녀야되는데, A는 그냥 빌려줬다고 했다. 아무런 말도 없이 그냥 자기가 하루종일 맨발로 다녔다고 했다.
그 얘길 듣고 A의 슬리퍼를 가져간 친구에게 따졌다.
그 애는 A에게 사과하지 않았지만, A는 괜찮다고 했다.


한 번도 같은 반이 된 적이 없지만, 그래도 우린 제일 친했다.


중학생이 되서도 달라진건 없었다.
뭘 하든 난 A와 함께했고, 무슨 일이든 A에게 말해주었다. 좀 달라진게 있다면 A는 점점 활발한 성격으로 바뀌었다. 어쩌면 나보다 더 까불고 다녔을지도 모른다. 그 반에서 가장 웃긴애, 라고 하면 대부분이 A를 꼽았다.

여전히 착하긴 했지만 예전처럼 멍청할정도로 착하진 않았다.


그리고 중학교 2학년 말.
모든 시험이 다 끝나서 선생님들이 수업마다 자유시간을 주고, 친한친구들끼리 모여앉아 하루종일을 보내는 그 시기에,
A는 같이 다니던 반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다.


A까지 다섯명이었는데, 다섯명이서 1년 잘 보내고 잘 놀러다니다가 딱 학기 말에, 한순간에 A를 내쳐버렸다. 그리고 그 무리 중에는 초등학교때 A의 슬리퍼를 가져간 아이도 있었다.

A는 따돌림당한다는 사실을 내게 말하지 않았다. 어느순간부터 교실에 혼자있는 A를 눈치챘다. 활발했던 성격이 다시 조용해졌다. 그래서 쉬는시간마다 A네 반을 찾아갔다.

A가 숨기려하는 사실을 내가 알았다고 티 내면 A가 더 속상할까봐 그때 나와 같은 반이던 다른 친구 하나를 끼고 항상 놀러갔다.

그래서 반에 혼자있던 A에게 항상 말을 걸었다.

A는 찾아오지 말라고 했다. 왜냐고 하니 그냥이라고 대답했다.

주동자 애들이 반에서 꽤 영향력있던 애들이라서, 반 아이들 모두가 A를 무시했다. 내가 찾아가지 않으면 A는 하루종일 혼자였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때는 A가 그냥 자존심을 세우는거라 생각했다.


가장 친했던 친구에게 자신의 밑바닥을 보이고 싶지 않았을거다. 나같아도 그랬을거다.

그런데 그땐 그걸 몰랐다. 물론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난 계속 A에게 찾아갈거다. 혼자있게 두진 않을거다. 하지만 다르게 A를 챙겨줬겠지.

아무튼, 내가 계속 그렇게 하니 A가 결국 집 가는 길에 울었다. 내가 하지말라는 짓을 계속 해서 쪽팔려서 그랬는지, 그년들때문에 그랬는지는 모른다.

다만, 나는 그날 8년을 알고 지낸 A의 우는 모습을 처음봤다.

학교 가기가 너무 싫다고 했다. 너무 힘들다고 했다.

반 애들 모두가 영화본다고 불을 끄고 옹기종기 모여있는데 자기만 혼자 엎드려 잠자는 척을 했다고 했다.

어울려 못 노는 게 아니라, 졸려서 안끼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다고 했다.


화가 났다. 잘못한 것도 없는 애인데 제일 만만하다는 이유로 5명 무리에서 떨궈버렸다는게.

A한테 넌 잘못한게 없다고, 반에 친구 없다고 니 친구가 아예 없는거냐고 했다. 니가 무슨 상황이 돼도 난 항상 니 편일거니까, 걱정 말고 그냥 당당하게 있으라고 했다.

A는 그렇게 버텼다.


그리고 우리는 고등학생이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A는 다시 친구도 사귀었고, 다시 밝은 성격을 찾았다. 잘 지냈다. 잘.

그런데, A는 고등학교 1학년때 주동자 무리 중 한 명과 또 같은반이 되었다. 그 슬리퍼년은 아니었지만, 싸가지 없는건 똑같은 년이었다.

그년이 A에게 사과하고 잘 지내자고했댄다. A는 멍청하게 그걸 받아주었고, 한 학기동안 둘이 제일 친하게 지냈다.

옆에서 미쳤냐고 뭐라고 해도 A는 그년이랑 붙어다녔다. 그리고 또 왕따를 당했다. 멍청했다.

이번에도 계속 A를 찾아갔다. 점심도 우리반 무리에 끼어먹게 해줬다. 애들이 다른반 왕따와 같이 밥먹는걸 좋아할 리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반 애들과 싸웠다.

그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A네 어머니가 바람이 났다. A의 오빠들은 군대에 가 있었고, 바람의 현장이라면 현장인 것을 A가 목격했다. 정신적으로 많이 다쳐있었다.

A는 새벽에 날 불렀다. 그리고 울었다.


나는 A를 달랬다. 힘들었다. 힘든 상황인건 A인데 나까지 지쳤다.

그래서 그만두었다. 더 이상 A를 챙기지 않았다.
똑같이 내쳤다는건 아니다. 여전히 하교는 함께했다.

A의 학교생활에 손대지 않았을 뿐이다.

고등학생이었고, 바빴다. 내 할 일 챙기기도 바쁜데 뭘 어쩌겠어.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리고 지금, 내 10년지기 친구는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다시 달랬다. 핸드폰을 몇시간동안 쳐붙잡고 달랬다.

A는 아무런 말이 없다.

뭘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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