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팬인 줄 알았을 텐데 나 여자고, 양성애자인지 동성애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걔가 너무 좋아...
걔 정말 공부도 잘 하고 운동도 잘 하고 미술도 잘 하고 꿈도 확실하고 진짜 모든 게 완벽해... 아 진짜 너무 멋있고 나도 저렇게 되고 싶어서 동경인 줄 알았는데 사랑이더라
걔는 여자 안 좋아할 테니까... 하면서 애써 내 마음 숨기고 있었는데 토론하다 성소수자 이야기가 나온 거야. 근데 걔가 생각 외로 너무 그 쪽 지식이 많으니까 남자애 하나가 넌 어떻게 그리 잘 아냐고 물어봤고, 걔가 자기가 양성애자라고 당당하게 커밍아웃했어.
토론 끝나고 집 가는 길에 나도 양성애자라고(사실 동성애자인지 양성애자인지 범성애자인지 잘 모르겠지만 걔가 너무 좋아서 엉겹결에) 첫 커밍아웃 했는데 걔는 이미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더라...
마음 접으려고 노력했었고 접은 줄 알았는데 학원 끝나고 저 멀리서 걔랑 비슷한 체격에 비슷한 머리스타일 한 사람 보고 놀라서 숨어버린 이후로 그냥 걔를 좋아한다는 걸 받아들이기로 했어.
근데 어제 걔랑 같은 반인 내 친구가(얘는 내가 걔 좋아하는 거 알아)걔 고백하려 한다고 상처받지 말고 마음 접으라고 하더라.
그래서 어제 하루종일 멍 때렸는데 진짜 아무 것도 손에 안 잡히고 미칠 것 같았어...
그러다 오늘 절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면서 친구가 다시 말해줬는데 걔가 어제 좋아하던 여자애한테 고백했고, 차여서 지금 멘탈 완전히 부서져 있대...
내게 걔랑 사귈 수 있는 희망이 있을 거라 생각도 안 해서 그냥 마음 놓고 혼자 좋아할 수만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었는데... 지금 기분이 너무 이상해.
어떻게 그렇게 완벽한 애를 찰 수 있는지... 지금 걔 기분이 어떻겠어... 정말 너무 화가 나는데 왜 걔가 좋아하는 대상이 내가 될 수 없는 건지 슬프고 실낱같은 희망에 행복하기도 하고... 진짜 무슨 감정일까 이게.
이렇게 쓰니까 나 걔랑 되게 친해보인다... 복도에서 마주쳐도 떨려서 평범하게 인사도 못 하는 주제에. 나 화요일에 걔랑 같은 동아리 수업 있고, 수요일에는 동아리 신년회 때문에 걔랑 같이 밥도 먹으러 가.
걔 상황을 내가 안다고 말할 수 없으니까 위로를 할 수도 없고... 울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걔는 물론 다 예쁘지만 웃을 때 가장 예쁘단 말이야...
추가) 미안한데 아무리 어려도 상황 판단은 돼. 여중 여고 아니고 주변에 남자들 널렸어. 얘가 여자여서 좋은 게 아니라 얘여서 좋은 거야. 그리고 잘생긴 남자 보고 눈 뒤집히지 말라고? 미안한데 나 엑소엘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