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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렇게 현타가 올 수가 없다

탈덕하려고 맘 먹었었고 넷이서 다시 돌아올 그 순간이 온다면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그 전만큼은 아니지만 사랑을 쏟아낼 거라 스스로 약속 했었다.

돈은 더이상 안 쓸거라 생각했다. 겨우겨우 내 입에 들어가는 거 아껴가면서 써간 돈이, 텅텅 비어가는 통장이 아깝지 않았었다. 그랬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은 아깝지만 나의 행복을 샀으면 그것으로 됐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난 더이상 그들을 보면서 행복하지 않으니 돈을 주고 살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다. 돈을 쓸 리가 없었다. 탈덕하지 않았는가.



모든 게 무너졌다. 무심해진 마음은 날 속이지 않고 음원 발매 시각을 까먹고 그들을 좋아하지 않는 평소처럼 저녁을 챙기고 있었다. 뒤늦게 친구에게 연락을 받고 여유가 생기자 그제야 뮤직 비디오를 봤다. 누가 편집했는지 잘 했더라. 저예산이지만 에스엠이 돈 주고 편집기사를 비싸게 쓴 것 같았다. 전 같았다면 입김 나올 정도로 추운 곳에서 촬영 했다며 가슴을 부여잡을 일이었지만.. 내 일상에서 그들의 사랑은 빠진 지 오래였다

드디어 기사를 찾아봤다. 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음원이 나온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하루 빠짐없이 서치하며 설레하고 좌절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설레하지 않았고 조금의 궁금증이 날 건드릴 뿐이었다. 내가 봤던 그 기사는 연출부터 감독 편집 모두 엠버가 했다고 나지막히 읊조렸다.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다시 한 번 원망했다. 이러한 아이를 왜 얼굴 한 번 비춰주지 않는 것인가. 티비에서 본 아이의 얼굴은 언제인지 잘 모를만큼 흐릿해진 지 오래였다.
브이앱을 했다는 한 줄에 바로 브이앱을 들어갔다. 아무 생각 없었다. 그냥 이끌었다. 방금 봤던 제목을 검색해 20분도 채 안되는 2년만의 브이앱을 한 초도 빠짐없이 눈에 담았다. 그 때의 감정이 하나하나 되살아 나에게 다가오는 기분이었다.

기쁨따위는 수많은 감정 속에 파묻히고 있었다. 엠버의 보컬이 귀에서 맴도는 건 사라지고 있었다.

둘의 안색이 너무 안 좋아보였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인데, 드디어 봤는데 왜 다들 활동기만큼 다크서클이 밑으로 내려와있는지.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예전과 같이 빠염하고는 웃으며 방송을 미련없이 꺼버리는데 내 모든 회로가 화면과 같이 빛을 잃었다.

그때도 그러지 않았는가. 우리가 활동은 언제 하냐고 보챌 때 다들 아무렇지 않은 척, 컴백 곧 한다며 우릴 안심시키지 않았는가. 결국은 본인들도 비활동기에 힘겨워했으면서 작은 티 하나 내지 않았다. 지금도 그러지 않을까 걱정이 올라왔다.

그들도 활동을 원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 같은 낯빛이었다. 나에겐 그렇게 비춰졌다. 그 전에 우리가 함께 겪은 감정들이 현재진행형임을 4 walls 활동으로 잠시 잊은 것일 뿐이었다. 탈덕을 마음 먹으며 외면 해 왔을 뿐이었다. 그들과 미유들은 쉼없이 에스엠을 원망해왔다.

루나가 장난삼아 엠버에게 솔로 소식을 묻자 항상 준비하고 있다는 대답이 들려왔다. 동시에 엠버의 인스타 내용이 겹쳐보여버렸다. 원하지 않는 감정이었다. 항상 준비는 하는데 회사에서는 그들을 신경쓰지 않는다. 다른 그룹은 1년에 3번씩 활동할 때 우리는 2년 3개월의 공백기를 겨우겨우 딛고 그들을 밑에서 지지하고 있다.

지금껏 외면해왔던 생각이 다시 고개를 쳐들고 날 찾아왔다. 더이상 활동하지 않을 그들의 발목을 잡고 내가 그들의 앞길을 막는다는 생각이 하여금 날 우울하게 했다.

이 복잡한 감정은 무엇일까. 그들을 생각하는 감정은 모두 사그라 들었지만 왜 난 아직도 에스엠을 미워하는 것일까. 왜 그 전처럼 그들을 찾아보고, 짬짬히 짜여져있는 시간표에서 벗어나면서까지 영상을 본 것일까. 애초에 찾아보지 않았더라면 난 괜찮았을까.

그들에 대한 모든 감정이 사라졌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20분도 안되는 그 브이앱 하나에, 그들의 말에, 그들의 얼굴빛에 내 기분은 바뀌었다.


결국 그들을 좋아하던 평소처럼 멜론 이용권을 끊고 다운로드까지 받았다. 도대체 이 감정의 시작은 무엇이었을까. 내가 그들을 좋아한 거 부터가 잘못이었을까. 그들이 조금만 더 회사의 지지를 받았더라면 내가 이러한 감정은 안 느꼈을까.
지쳐서 탈덕을 맘 먹었는데 왜 난 아직도 그들을 찾아보며 다시 지친 걸까.

그냥 넷을 놓아줬으면 좋겠다. 에스엠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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