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든 연애는 항상 아팠다.
이 정도 아팠으면 이제 연애 같은 건, 사람 같은 건 진절머리가 난다고 다시는 안한다고 생각할 법도 한데 나는 또 반복.
나는 좋은 여자가 되고 싶었을 뿐이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너 여자 친구 참 잘 만났다. 행복 하겠다” 그런 말을 들어서 그 사람을 으쓱하게 해주고 싶었어.
그런데 아무래도 그게 잘못 이었을까.
나빼고 다 좋은 연애를 만든 건 결국 나였어.
헤어질 무렵엔 다들 똑같은 말들
왜? 다 이해했으면서 왜?
그렇게 힘들었으면 말을 했어야지 이렇게 갑자기 왜?
그래서 그랬어.
나도 힘들 때가 있다고 서운할 때가 있고 눈물이 날 만큼 우울할 때가 있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항상 나한테 니가 최고야 너처럼 착한 여자는 처음이야. 어른스럽고 배려심 깊은 여자는 처음이야 하면서 내 입을 틀어막았잖아.
괜찮아 니네가 화나느니 내가 불행한 게 낫다고 생각했어.
버려질까봐 그랬어. 실망시키면 버려질까봐 무서워서 그랬어.
갑자기가 아니었어. 밤마다 울다가 지쳐서 잠드는 날들의 반복이었어.
근데 다들 내가 버티고 버틸 땐 편했잖아.
난 그렇게 울고 있었는데 너무너무 편했었잖아.
근데 나도 참 진짜 문제가 있지.
그리고 또 널 만났으니
내가 너무 좋다는 니가 이번엔 진짜로 나만 사랑해주고 아껴줄 것 만 같아서 또 나는 꼬리를 흔들면서 안겼어. 너에게.
처음에 넌 분명 나 같은 여자를 만나서 행복하다고 했었는데,
많이 아껴주겠다고, 너만 믿으라고 했었는데
그래서 또 바보같이 이 사람은 다를 거야 그러고 온 마음을 다 주기 시작했는데.
또 나는 입을 다물었어.
너랑 함께라면 난 뭐든지 좋았어.
니가 먹고 싶은 걸 먹는 게 좋고, 니가 가고 싶은 곳을 가는 게 좋았어,
진심으로 좋았어.
거절 당하는 게 두려웠어.
그래서 항상 다 좋다고 했어.
“난 다 좋아”
“난 괜찮아”
내가 하는 말 중에 니가 제일 좋아하는 말.
어째 점점 둘만하는 데이트가 사라져가고 만나도 니 친구들, 니 지인들,
너의 순위에서 내가 점점 밀려나고 있는 거 같아서 서운해도 난 괜찮아 그럴 수 밖에.
이 사람도 다른 사람들처럼 금방 변하겠지 불안했는데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고 변하지 말라고 사랑한다고 속삭여주는 너를 보면서,
불안해하지말자고 수없이 되뇌었어.
이런 말까지 하는 건 너무 비참하지만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자, 언젠간 버려질 것을 항상 생각하자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잊어버리지 말자
불안함 절대 내색하지 말자
귀찮게 하지 말자
더 사랑해 달라고 매달려서 지치게 하지 말자
그냥 내가 최선을 다해서 좋아해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하자
우는 모습 싫어하니까 절대로 앞에서 울지 말자
욕심을 키우지 말자고
하루에도 수십 번 씩 되뇌었어
사실은 내가 그랬어 매일 밤을 그랬어
점점 너는 나에게
귀찮게 하는, 질리게 하는, 정떨어지게 하는 여자들에 대해 말하는 횟수가 늘어났고
근데 나는 안 그래서 참 좋다고 말했어
넌 그게 칭찬인줄 알았겠지만 난 그럴수록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어.
언제 나를 질려할지 모르니까
나의 어떤 말이나 행동이 너의 심기를 거스를지 모르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괜찮아, 괜찮아 신경 쓰지마 괜찮아 그것뿐.
넌 지금도 날 사랑한다고 말하는데
말 잘 듣고 착하고 얌전히 너만 기다리는 나를 사랑하는 거겠지?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입을 다물 수 밖에.
연락이 안되도 서운한 일 이 있어도,
너의 말에 상처받아도, 니가 치는 장난들이 싫어도
그냥 웃을 수 밖에.
나를 질려하면 안되니까
난 다른 여자들이랑 다르댔어.난 그거면 됬어
언제였지?
너는 너무도 당당하게 내 핸드폰을 보지만, 내가 자연스럽게 니 핸드폰을 만진 다는 건 너에게도 나에게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이었지.
그런데 그 날
옆에 누워서 세상모르고 자고 있던 니 손에 쥐어진 핸드폰 불빛이 계속 깜빡이는 것이 하필이면 그 날 따라 이상했었어.
그래서 본거야
뭐가 있을 거라고 생각 안했어 정말이야 너를 의심 했던 게 아니야.
나는 항상 전전긍긍
너와의 관계를 유지하려고 니가 다정하려면 내가 말을 잘 들어야 하니까 발을 동동댔는데
니가 싫어하는 건 아무것도 안하려고 애쓰고 애썼는데
너는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너는ㅎ
직장동료랑 잠자리를 했더라.
넌 내가 있고, 그 여자는 다른 남자친구가 있는데도.
둘이 어쩜 아무렇지도 않게 거기다 사진까지
그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니가 밉다 그 여자가 나쁘다도 아닌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지?
그거였어.
너도 알잖아 나 전에 사귀던 남자도 나한테 비슷한 상처 줬던 거.
잠을 한숨도 못잤어.
그렇다고 너를 깨우지도 못했어.
난 아무것도 못했어.
다음 날 아침에 한숨도 못잤지만 내색하지 않고 너를 보면서 웃었어
밥 먹으면서 넌지시 물어봤어.
그 날 뭐했어? 나한테 잠들었다고 했던 그날 혹시 뭐했어?
너는 처음 보는 표정을 짓더라.
그리곤 정말 미안하다고 울지 말라고, 니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었다고
다시는 그럴 일 없을 거라고 말하면서 덧붙인 말
“어떻게 알았어? 핸드폰 봤어?”
“그러니까 왜 핸드폰을 봤어”
잘 참았다고 생각했는데 최대한 담담하게 말 꺼냈다 생각했는데
그제서야 눈물이 났어
그게 중요했구나.
내가 받았을 상처보다, 밤새 아팠을 내 마음보다 내가 니 핸드폰을 본 것이 더 중요했구나.
아무 말도 못하고 몇시간을 눈물만 쏟고 있는 나에게
너는 약간은 지치고 날이 선 말투로
이래가지고 오빠랑 계속 사귈 수 있겠어?라고 물었지
여전히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하나 밖에 없어
“괜찮아, 나는 괜찮아”
그 후로 너는 우리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난 니 생각보다 끔찍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
평소엔 니가 연락이 안되도 일이 많이 바쁘구나 했었는데
지금은 가슴이 뛰고 초조하고,
아닌 척 하면서
틈만 나면 니 핸드폰을 들여다 볼려고 하는 그런 끔찍한 여자가 됬어
그리고 니 앞에선 웃을 수밖에 없어.
니가 나를 버릴까봐
우리 관계가 끝장날까봐
무뚝뚝하고, 사람들 앞에서는 나를 깔아 내리기 바쁘지만
내 덕분에 기가 살았다고 하면서 가끔씩 보여주는 다정함에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어
감정이 오락가락해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날 것 같은 순간에도 옛날에 나눴던 카톡들 올려보면서 하루를 버텨
아무리 해도 너는 미워지지 않아서
대신 미련한 나를 미워하는 거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내가 더 예뼜으면
더 똑똑했으면
귀여웠으면 내 연애가 이러지 않았을까 나는 왜이럴까
자존감 낮은 연애는 비참한 결말만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