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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이야기 +

스푸트니크 |2018.03.03 23:07
조회 11,965 |추천 41

오랜만이고, 그만큼 정말 반갑습니다.

잘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거의 일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오지 않아서 잊혀졌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행여나 기다려주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기에

또 한편으로는 다시 온다는 약속을 지키고 싶은 마음에서

왔습니다.

 

매번 마지막이 아니라고 하는데도 이제는 다음을 기약하기도 겁이 날 것 같습니다.

너무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 같아서.

 

바빴던 이유도 물론 있었지만 W와 좀 안 좋았던 기간들도 있었고

너무 좋을 때도 사이가 좋지 않을 때도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은 도저히 들지 않아서

약속을 지킬 수 없었습니다.

 

 

제 무엇이 마음에 안 들어서 절 혼쭐내주고 싶었던 건지 

W는 또 삐딱하게 굴고 저는 마음고생을 좀 하고 그랬습니다.

 

그 얘기 말고..

그냥 옛날에 마음고생했던 얘기 해볼게요.

 

예전에 한참 글 열심히 썼을 때는 과거부터 찬찬히 쓰고 싶었는데

오늘은 생각나는 얘기 하고 싶습니다.

마침 그때가 겹쳐져서.

 

아름이 얘긴데,

최근에 알게 된 아름이가 있어서 아름이라는 이름을 타이핑할때마다 알게 된 아름이가 떠올라서 집중이 안되서 부득이하게 바꿔서 부르겠습니다.

 

은주라고 하겠습니다.

제가 대학생 때 사귀었던 후배라고 말씀드렸는데 기억..나실지 모르겠습니다.

 

은주가 저와 W 둘 모두와 만났다는 얘기도.

 

 

공대여서도 그랬고 은주의 외모 때문에도 그렇고, 은주는 저희 과에서 굉장히 인기가 많았고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타입이었어요 본인의 인기를.

 

지금 생각하면 좀 공주님보다는.. 여왕같은 타입이라고 하면 좀 적합할까.

지금 생각은 그랬지만 당시에는 전혀 그렇게 못느꼈고 저 역시도 비록 은주의 남친 자리를 꿰차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은주가 거느리는 수많은 남자중에 한명이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은주 또한 저를 좋아했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먼저 다가온 것도 은주였고 그런 적극적인 은주에게 제가 마음을 열었던 거니까요.

 

저는 기본적으로 연애를 하면 헌신을 하는 편입니다. 일부러라기 보다는 그게 편하기도 하고 제 몸에 밴 것 같습니다, 그런 연애 방식이.

 

해달라고 하는 걸 해주는 게 좋습니다. 다소 무리한 부탁이라도 웬만하면 들어주려고 합니다.

 

저는 상대가 행복한게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는 지금보다 조금 더 순수할 때, 그래서 제가 상처받아도 꾹 참고 그저 웃어주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때라 지금 보다 훨씬 바보같았습니다.

 

 

은주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다보니까 은주는 날이 갈수록 좀 더 거침없었던 것 같습니다.

 

 

까지 썼는데

연락이 와서 나가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내일은 쓸 수 있습니다. 내일 꼭 쓰겠습니다.

내일 만나요

 

 

내일이 와서 다시 왔습니다. 오늘도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 올뻔 했습니다만, 어제 한 약속이라 이번엔 진짜 어기면 안 될 것 같아서 부랴부랴 씁니다.

 

 

은주 얘기를 꺼냈던 건..

요새 문득 그때 생각이 많이 나서입니다.

 

예전에 쓴 글을 대충 읽고 왔습니다.

제가 아마 말씀 드렸을 텐데 제가 썼던 글들이 오로지 진실은 아닙니다. 신상에 관한 부분은 조금씩 고쳐서 썼기 때문에 저도 어떤 부분을 고쳐 썼는지 몰라서 좀 다를 수 있습니다.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방금 글 읽고 왔더니 사실과 다르게 적어놓은게 꽤 있더라고요. 너무 진짜처럼 적어놔서 제 기억이 잘못된건가 싶었어요.  쓰다보면 좀 오해받겠다 싶어서 이렇게 미리 변명합니다.

 

 

은주랑 W랑 처음 보게 된건

저희 집에서 W랑 있을 때 은주가 예고도 없이 놀러오면서 안면을 트게 됐어요.

 

비밀번호를 바로 치고 들어오기에 저랑 W는 뭐지? 하며 어리둥절했었습니다. 은주와 저희 집에 왔을 때, 비밀번호를 숨기고 누르지는 않았지만 딱히 가르쳐준것도 아니어서 좀 놀랐던거 같아요.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게 은주였어요.

 

그 때 생생히 생각나는게

어? 은주 왔어? 뭐 이렇게 반응을 했어야 했는데

제가

아.. 여자친구다.

라고 말했죠, W에게.

 

그리고 서로에게 서로를 소개하고나니 W가, 그럼 난 먼저 가볼게. 라고 하더라고요.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었는데.

 

분명 붙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저도 둘 모두와 있는 게 불편해서 붙잡지 않았어요. 근데 은주가 붙잡더라고요. 같이 노시다 가시라고.

 

W는 단호히 거절의사를 밝혔던 것 같은데 은주가 정말 자연스럽게 W를 다시 앉혔고 저 역시도 그럼 같이 한잔 하자고 W를 잡았죠. 대낮부터 술을 마셨던 것 같아요. 그때는 그렇게 해야 친목을 다질 수 있을거라 생각했고요.

 

W의 무뚝뚝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은주의 뛰어난 사교성에 둘은 생각보다 빨리 친해졌어요.

함께 있는게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그 날 이후로 자주 어울리게 된건데 아마 대부분 은주의 영향이었던 것 같습니다.

몇번은, 둘이서 놀 때, 선배친구 부르자. 라고 했고 몇번은, W와 있을 때 은주가, 나도 거기로 가도 돼? 라고 했죠.

나중에는, W에게 직접 연락했고요.

 

은주는 저에게는 선배, 밥 먹자. 라고 했고

W에게는 오빠 밥 먹어요. 라고 했죠.

 

왜 저에게는 오빠라고 불러주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었어요. 그 땐 오빠라는 말이 듣고 싶었던거 같아요. 불러달라고 말하지는 못했지만 약간은 신경쓰였죠. 너의 그 오빠가 내가 아니라 W 라는게. 유치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언젠지 기억은 안 나지만 이런 적이 있었죠. 그 때가 아마 한창 셋이 어울리던 때였습니다. 주로 제가 요리를 했었는데 그날도 전 요리를 했고 W와 은주는 테이블에 앉아 있었죠. 그러다 제가 해 준 요리가 뭐가 마음에 안 들었었나? 아니면 다른 걸 먹고 싶다고 했었나, 어쨋든 은주가 무언가를 요구했고 제가 알겠다며 다시 만들어줬죠. 그리고 만든 음식을 다시 테이블 위에 놓고 제가 앉았는데 그리고 몇 분 안지나서 은주가 또 뭔가를 요구를 했어요.

 

W가, 니가 해. 니가 먹고 싶으면.

이렇게 말했어요. 전 W의 차가운 말에 분위기가 냉랭해지는 게 싫어서, 아냐 됐어 잠시만 기다려. 라고 하고 다시 일어서려 했죠. W가 다시 뭐라고 말했죠.  정확히는 기억 안나지만,

아니, 은주가 할거야.

뭐 이런 뉘앙스의 말을 했던거 같아요.

 

그리고 은주가 알겠어요, 그러고 일어서더라고요.

W가 맞은 편에 앉아 있는 절 보더니, 바보냐. 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게 편해. 라고 말했죠. W는 바보맞네. 라고 말했고.

 

몇 번 더 그런 경우가 있었죠. 은주는 제게 뭔가를 자주 부탁하거나.. 해달라고 했고

W는 은주에게 그랬죠.

부탁한건도 뭘 요구한것도 아니었지만 은주가 제게 갖는 태도와 흡사했어요.

 

W의 말에는 항상 순순히 응해주는 은주에게 제가 한번은, 누가 남자친구인지 모르겠네. 라고 말했었죠. 비꼰건 아니었고 장난스럽고 가볍게.

 

 

좀 많이 건너띄고, 갑자기 떠오른 얘기가 있는데, 그 얘기 할게요.

 

저희가 한동안 정말 자주 셋이 만나서 저희 집에서 술판을 벌였던 적이 있어요. 다음 날이 주말이면 은주는 제 방에서 자고 저는 거실 소파에서 자고 그랬어요. W는 항상 집으로 돌아갔고.

그건 저희 둘이 있어서 불편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 집에서 자는 걸 싫어해서 그런거었죠. 은주가 없었을 때도 돌아갔으니까.

 

그 날도 셋이서 술을 진탕 마시고 은주는 제 방에 들어가서 자고 있었고 저희는 거실에서 좀 더 술을 마셨어요. 그러다 저도 너무 취해서 소파에 누웠고 잠들지는 않았어요. 누운 채로 W를 보고 있었죠. W도 술을 많이 마셨을텐데 일어나서 치우기 시작하더라고요.

제가, 놔둬 내가 할게. 라고 말은 했지만 도저히 일어나지지가 않더라고요. W는 제게 넌 자라고 말하면서 거실을 치우고 설거지까지 했죠. 그 때 제가 선잠이 들었어요.

 

거실불이 탁 꺼지면서 눈이 갑자기 떠졌어요.

W가 제 앞에 서서 절 내려보길래 저도 같이 W를 쳐다봤죠.

W가 살짝 미소짓더니, 자라. 갈게. 라고 말하면서 제 머리를 툭툭 건드렸죠.

 

근데 그 모습이 문득 너무 아련하게 느껴지는 거에요, 왠지는 모르겠는데.

 

아.. 갑자기는 아니고..

너무 중간을 생략해서 좀 당황스러우실 수도 있는데 셋이 어울리면서도 W와 좀 애매한 상황들, 애매한 분위기들이 반복되고 있었어요.

 

제가 W를 잡아끌어서 소파에 앉혔어요. 그리곤, 자고 가. 라고 말했죠.

W가, 됐어, 너 자. 라고 말하며 제 손을 뿌리치려고 하기에 제가 W의 허리를 감싸안고 다시 자고 가라고 그랬죠.

 

그때를 기점으로 사그라들고 있던 저와 W의 관계에 다시 불이 좀 지펴진 것 같아요.

W가 아무 말 없길래 제가 W를 끌어안은 채 잠들었는데, 일어났을 때는 이미 W는 가고 난 뒤였어요.

 

 

이어쓰기 안하면 불안하다 하시기에 이어쓰기 하고 갑니다.

 

이어지는 판 (총 36개)

  1. 36회 다시 쓰는 이야기 +
8 / 8
추천수41
반대수4
베플ㅇㅇ|2018.03.08 01:41
스푸크니트님 글 쭉 읽어 왔지만 스푸크니크님 시점에서 담담하게 써 내려간 과거의 회상속에서 더블류님은 너무 힘들었을것 같아서 또 더블류님편을 들게 되네요 가령 은주와의 기억도 더블류님이 당시에 스푸크니트님에게 마음이 남아 있었다면 함께하는 애매한 시간이 얼마나 힘들었을지요 왜 몰라요 왜.. 둘은 아주 오래전부터 썸이었는데.. 강릉에서 니가? 웃기지마 라고 했던 그 한마디도 아팠지요 돌아온 과거가 길면 길수록 불안감도 커지죠 어마어마한 사랑을 주고 그 사랑에 물들어서 불안감마저 잠길 수 있도록, 배려라는 이름으로 무액션 이제 싫습니다 나만 좋아해 나만 이런거 말고 나 사랑하는거 아니였나고 난 엄청 사랑한다고 해줘요 말 한마디 천냥 빚을 갚는다고 했어요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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