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이틀차에 너무 심난해서 글 써봐요
직장이 없으니 음슴체
[고딩]
성적탑은 아니었지만 나름 좋은 고등학교에서 열공했다 생각함. 재수 안해서 대학생활도 재밌게 즐겼음
[대학초반]
고등학교때부터 하던 중국어라 학점은 3.7정도로 대충 맞추고 밴드, 연극, 학회, 봉사, 유학, 휴학, 알바, 연애 등등 대학생이라면 할 수 있는 모든걸 해본것 같음.
학기마다 밤을 샐 정도로 열심히 하는 메인테마를 하나 잡고 열심히 살았음.
재밌게 산다고 주위에서 멋있는언니라는 말도 듣고 내 대학생활을 부러워 하는 친구도 있었음. 부러움 들으려고 일부러 그렇게 한건 아니고 걍 성격자체가 활발해서 그렇게 된거같음.
[대학후반]
전공에 그닥 흥미가 없다는걸 깨닫고 3학년때 그 나이대 여자애들 한참 그렇듯 방송업계나 마케팅직무에 관심을 갖게 됨.
그 때부터는 대외활동에 빠지기 시작. 관련된 쪽으로 졸업할 때까지 굵직한 활동 세 개, 해외인턴 한 번 했음. 난 그 때만 해도 그 이력들로 취업 프리패스가 될줄 알았음.
근데 현실은 그게 아니었음. 경영학과 근처도 안 가본 나에게 면접관들이 물어보는 질문의 요지는 오리무중이었고 어딜 가나 1차에서 떨어지기 바빴음.
[스타트업]
놀기 좋아하는 우물안 개구리였던 걸 깨닫고, 직무역량 쌓기위해 작은 스타트업 인턴으로 들어감. 회사대표가 날 예뻐해서 정직원 전환 제안을 엄청 했는데 알바로 머무르며 계속 대기업에 트라이했으나 다 떨어짐.
결국 그 스타트업 정직원으로 취업. 지금 생각하면 후회됨. 더 나이들면 취업 못할까봐 절박한 심정에 들어간 거였는데 그 땐 24살이 어린 나이인걸 몰랐고, 나랑 같이 자소서쓰던 친구들은 다음시즌에 다 대기업 가더라...
[첫번째퇴사]
일년쯤 다니니까 일이 재밌어도 계속 이렇게 10시12시2시퇴근뺑이치는 삶을 살면서 200남짓 받는 퇴물이 될거같다는 생각에 다시 대기업 준비하러 취준생으로 돌아옴.
직장 다니다 그만둬보니 후련한건 한달밖에 안 감. 구직자의 처참한 조바심만 남음. 내 전공이랑 전혀 상관없는데까지 오만데를 다 썼는데 면접 한번밖에 못가보고 올탈...
[대기업]
여기서 또 절박한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함.
딱 봐도 내가 가려는 분야랑 전혀 다르고 분위기도 나랑 안맞아보이는 대기업에 낙하산 기회가 옴.. 찜찜했지만 낙하산 찬스를 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고, 도저히 취준 두시즌을 할 자신이 없어서 방송이니 마케팅이니 하는 속세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내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대기업 타이틀에 만족하고 연봉 4천에 감사하자 하며 들어감.
결과적으로 첫번째 회사와 180도 다른 방면으로 _같앗음. 스타텁은 사회에서 아무도 몰라주고 일도 안가르쳐주고 돈도 조금 줘도 분위기 좋고 일이 재밋엇는데, 여기는 누구나 알만한 안정적인 회사라 다들 잘됐다고 하지만 나는 매일 대머리 늙다리 꼰대들 사이에서 조또 쓸모없는 피티장표나 만들고 있으려니 마치 프랑스 파리의 예술계를 부러워하는 케냐 빈민촌 사람이 된 것 같았음.
특히 여자가 10퍼도 안되는 딱딱한 조직에 있으려니 매일 숨죽이고 사는게 지옥같았음. 여자가 적어서인지 사원급이 적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차장급부터 겨우 자기목소리 내는 실무를 하는 꼬락서니를 보니 여기 있다간 ㄹㅇ돌부처가 돼버릴 것 같았음.
게다가 그집 두살배기 딸의 미래가 불쌍할 정도의 분노조절 장애인새끼를 사수로 만나는 바람에 출퇴근 두시간 울면서 다니고 퇴근하면 한시까지 자소서 인적성 하는 지옥의 시간들을 보냈음.
[하반기탈락]
그런데 작년 하반기 결국 나는 가장 가고 싶었던 회사 최종을 떨어짐.
3년전부터 벌써 다섯번째 지원한다고, 이 회사 대외활동도 하고, 관련직무 경력도 있고, 지금 다니는 회사 그만둬도 된다고, 나 면접보는 임원아저씨의 모든 기사를 다 읽어봤다고 그렇게 목놓아 어필했는데...
6명이 올라간 최종면접에서 뽑힌 2명에 내 이름은 없었음.
그날이 진짜 회사다니면서 제일 많이 울었던거같음.
두세학번 어린 과후배들이랑 자존심 버리고 같이 준비했는데, 그 친구들은 원하는 기업에 직무 턱턱 다 들어가고 나만 또 홀로 이 거지같은 회사에 남은게 믿겨지지 않았음.
학교다닐때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누구보다 많은 경험을 쌓고 열심히 준비했는데, 내가 후배들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는걸 받아들이기 너무 힘들었음.
[두번째퇴사&인턴탈락]
하지만 신의 장난은 여기서 끝이 아님.
떨어진 뒤에도 꾸준히 자소서를 쓴 덕에 두번째로 가고 싶었던 회사의 채용전환형 인턴에 붙음. 전환율 80퍼로 알려진 곳이고 못해도 절반이하로 뽑진 않는다 들어서 설마 경력 도합 2년반인 내가 인턴에 떨어질까 하는 생각에 당당히 퇴직원을 냄.
근데 떨어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까보니까 10명 한달 굴러놓고 3명 뽑더라 개.씨.ㅂ놈들
[백수]
그렇게 난 어이없게 고학력 백수가 되어 집에 누워있음.
일어나서 자소서 써야되는데 몸에 힘이 안들어감.
내가 뭘 그렇게 잘못 살아서 남들은 원하는회사에 들어가서 커리어 쌓고 이직이니 승진이니 하는 이 시점에 아직도 경력1년은 커녕1개월도 시작을 못 하고 누워있는지 모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