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서 상경해 6년 만에 가수 꿈 이뤄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잘 나가는 작사가이니 생계 지장 없겠다, 뭐하러 가수하냐. 작사나 하고 시집 가서 편하게 살아라."
가수가 아닌, '히트 메이커' 작사가로 유명한 메이비(maybee, 본명 김은지)에게 이 같은 말은 늘 상처였다. 경남 창원에서 가수가 되고자 스무 살 때 상경, 6년간 몇몇 소속사에서 음반 작업하다가 중도 하차해 좌절만 서너 번. 그러나 자신이 기억하는 한 줄곧 꿈은 가수였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음반 하나 손에 쥐는 게 소원이었다.
"사람들이 왜 이별 후 몸과 마음이 아프다는지 음반이 좌절될 때 깨달았어요. 밥도 못 먹고 말라갔죠. 엄마는 '글 솜씨가 있으니 가수하지 말고 유학 가서 문학 공부를 하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포기가 안 되더군요."
작년 11월 음반제작사 플레디스(pledis)와 계약한 후 윗몸일으키기하며 노래하기, 안무실 뛰며 노래하기 등 스파르타식 트레이닝을 기꺼이 감수했다. 오랜 시간 기다린 꿈을 위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리고서야 1집을 손에 넣었다.
"음반이 나오는 날 어떻게 기쁨을 표현할까 생각했는데 아무 말도 안 나오더라고요. 첫 방송하는 날도 떨리지 않아 오히려 주위 분들이 긴장했어요. 전 마냥 신나고 좋았거든요. 입으로 숨을 쉬느라 목이 말라 평소보다 노래는 좀 못했지만."
가수로 가는 방황의 길목에서 그가 얻은 건 작사가란 타이틀. 이효리의 '텐 미니츠(10 minutes)' '리멤버 미(remember me)' '겟 차(get ya)', mc몽의 '너에게 쓰는 편지' '그래도 남자니까', 김종국의 '중독' 등 메이비가 노랫말을 붙인 히트곡은 셀 수 없다. 스승인 작곡가 김건우 씨는 그에게 메이비(5월의 벌)라는 이름을 선물했다. 꽃 많이 피는 따뜻한 5월의 화려함 속에 날아다니는 벌처럼 살라고.
"상경해 노래 연습을 하던 중 제가 틈틈이 글 쓰는 걸 본 김건우 씨가 '가사 한번 써볼래?'라고 하셨어요. 첫 작품이 가수 리치의 '잇츠 올라이트(it's alight)'입니다. 이후 지인들이 틈틈이 작사를 맡겨주셨죠. 2003년 '텐 미니츠' 이후 일이 밀려왔어요."
작곡가와 작사가가 저작권료를 5대 5 비율로 나눠가지니 수익도 꽤 짭짤했을 듯하다.
"전 제 가사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요. 음반기획사에서 어떤 느낌으로 써달라고 강요하면 정중히 거절합니다. 가사는 항상 제 느낌이 중요하거든요. 묻히는 느낌의 노래라면 이 곡을 살리겠다는 생각으로 써요."
김건우가 프로듀싱한 메이비의 1집에도 14곡 중 타이틀곡 '다소'와 '미열' '캔디' 잘가' 등 10곡을 작사했다. 영감이 떠오를 때까지 멜로디를 외운 후 노래당 작사에 소요되는 시간은 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 두 시간. '텐 미니츠'는 멜로디를 들은 지 한 시간 만에 완성했다. "'텟 미니츠' 가사 때문에 사람들이 연애 경험이 많은 걸로 오해하지만 오히려 못 해봐서 상상력이 풍부하다"며 배시시 웃는다.
1집에는 발라드, 보사노바, 디스코 등 여러 장르를 담았지만 전체적으로 서정적인 멜로디와 노랫말은 동양적이다. 그의 외모 또한 과거 강수지, 하수빈을 잇는 청순가련형인데다 음색마저 고운 미성이어서 외모, 노래, 음색 등 삼박자가 동양미로 통일된다.
김건우 씨는 "파워풀한 가창이 대세인 지금 미성은 오히려 장점일 수 있다"며 "너의 노래를 다른 가수가 불렀을 때 그 느낌을 흉내내지 못하도록 하자"고 보컬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
6년 만에 꿈을 이뤘으니 그간 쌓아온 가수로서의 목표도 무궁무진하리라. "시상식 대상, 1등은 차후의 목표입니다. 지금은 실수 안 하고 노래 잘해서 박수를 많이 받고 싶습니다. '텐 미니츠' 가사에 놀랐던 부모님, 애견 미용을 하는 두 살 연하 남동생에게 이제 떳떳한 가수로 설 수 있어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