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수업 책을 읽다가 자존감 향상을 위해 나의 특이한 점(자라온 환경, 부모, 경험)을 적고 믿을 만한 친구나 조력자에게 의견을 들으라는 방법이 있는데 솔직히 어떤 누구에게도 이런 얘기를 하는거 자체가 저한텐 너무 큰 커밍아웃이기 때문에 익명을 빌려서 의견을 얻어보고 싶어요...
제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집을 나갔어요.
이유는 폭력적인 아빠와 갈구는 시어머니.
세네번째 가출에야 드디어 아빠가 이혼을 해줬고 외동인 저에 대한 양육권 싸움도 꽤 길게 하며 저를 사이에 두고 팔을 잡아끌며 줄다리기하던 기억도 있어요.
전 아빠가 키우기로 했고 일하는 아빠보단 할머니 손에 자랐습니다.
아빠의 괴팍한 폭력성은 할머니에게도 행해졌고 자주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어요.
게다가 성장기에 주변에 여자어른 하나 없이 삼촌들 아빠 늙은 할머니 뿐이어서 생리를 시작할때도 어려웠고 브라도 몰라서 중2때부터 입었었죠. 여성적인 성향도 덜 띄게 자랐는데 여고가서 많이 배웠어요.
그렇게 다 크고 할머니가 아프시니까 고3때 아빠가 재혼을 하셨어요.
그것도 29세 필리피안.
이때 정말 심리적으로 힘들었어요.
다행히 대학을 타지로 가서 이때부터 거의 독립생활을 했어요.
아빠는 애는 안낳을거라고 저랑 약속했었지만 제가 딸인게 많이 아쉬웠나봐요. 아들 낳고 싶어서 애를 둘이나 더 낳앗지만 다 딸이네요.
제 모든 지인은 아직도 제가 외동인줄 알아요.
중학교 때부터 이혼가정이 아닌척 거짓말했었고, 아빠가 필리핀사람과 결혼한 건 물론이거니와 동생이 태어난 것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습니다.
친엄마에게도요.
그러다 저 24살에 엄마도 재혼을 한다고 하시더군요.
그때 알렸어요 아빠도 재혼했다고 애도 둘이나 있다고.
10년을 거짓말을 하면서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았고 항상 불안하고,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할수도 없고, 집에선 전화도 잘 못해요. 새엄마의 이상한 억양과 동생들 목소리가 들릴까봐.
친구들은 제 새엄마가 필리핀 사람인줄 생각도 못할테니까 국제결혼에 대해 안좋은 소리도 많이 하고요. 그걸 들으면서 애들이 이렇게 생각하는데..평생 못 밝히겟구나 라고 또 마음의 문을 닫습니다.
분위기가 가정사 얘기로 무르익은 날엔 나도 얘기를 꺼내볼까 싶다가도 용기가 안나요...하..
2년 사귄 남자친구에게도 말하지 못했어요.
지금은 아예 처음부터 중학생때부터 이혼가정이라 말할걸...그랬으면 조금 마음이 편했을까 라는 후회가 되요.
나이들수록 앞으로 결혼 등 행사가 많을텐데 그땐 어쩔것이며..
이런 생각으로 환경탓을 하기 싫어서 성인이 되어서는 집에서 나와살며 나만의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거짓말로 얼룩진 제 삶을 되돌릴 방법이 있을까요.
친구들에게, 남자친구에게, 회사동료들, 수많은 지인들이 제 얘기를 들으면 어떤 반응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