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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은 쉬지도 못해요?

힘들어요 |2018.03.31 19:30
조회 478 |추천 0

안녕하세요 특목고에 다니는 고등학생입니다

다름 아니라 저와 엄마 사이에 공부때문에 항상 갈등이 빚어지는 것 같아 꼭 조언을 구해서 엄마와 이야기하고 싶어서 처음으로 글을 쓰게 되었어요

이야기에 앞서 저는 특목고에 오기 위해서 중학교 때, 남들이 놀 때 열심히 공부했고 전교5등으로 졸업했습니다

그런데 특목고에 입학하자 성적이 훅 떨어지더라고요

열심히 노력했던 것에 비해 첫 시험을 너무 못 친 것 같아 굉장히 우울해했고 학교에 다녀오면 매일 방에 앉아 혼자 울며 자책했어요 많이 힘들었어요

너무 힘들어서 엄마에게도 얘기하며 왜 열심히 했는데 안되는거냐며 신세한탄도 하고 선생님과 상담하며 서러워서 울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버텼어요

특목고에 가면 성적이 떨어진다며 놀라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충격이 컸고 지금은 저를 다독이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제가 받는 충격보다 저희 엄마가 제 성적 때문에 받는 충격이 더 큰 것 같아요

엄마는 항상 제게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얘기는 하시지만 그래도 결국 결과를 보게 되는 건 똑같은 것 같아요

엄마는 제 성적을 되게 불안해하시는 것 같아요

사촌언니는 공부를 잘 하는 편이라 모의고사를 항상 잘 봤는데도 수능에서 미끌려 처음 들어본 대학을 가게 되고

주변 친구들의 아들 딸은 서울의 좋은 대학을 가고

우리 학교 선배들은 연세대에 붙고

그런데 저는 내신이 3~4점대이니 불안해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희 학교는 3~4점대까지는 인서울 할 수 있다고 들었어요 특목고는 어드벤티지가 있기 때문에 학생부종합으로 가게 되면 갈 수 있다고 들었어요

지금 제 성적으로는 상향해서 연고대, 성대까지 쓸 수 있다는 선생님들의 상담도 몇 번 있었고요

그런데 이걸 엄마에게 말해주면 엄마는 믿질 않아요

학교에서 당연히 너한테 니 성적보다 더 좋게 이야기해주는 거라며 믿으려고 하질 않아요

엄마가 힘든 것도 이해할 수 있고 저보다 중학교 때 성적이 낮았던 친구가 이 학교에서 더 높은 성적을 받으니 엄마가 생각하는 제 미래가 불안한 것도 알겠는데 제게 요구하는 것들이 너무한 것 같아요

저 진짜 잘하고 있는데.

저, 나름대로 진짜 잘하고 있어요

저 공부 못하는 편 아니에요 그래도 시험기간이 친구들이 제게 찾아와서 문제 물어볼 정도는 돼요 선생님들께 칭찬받을 정도는 돼요

저 진짜 잘하고 있어요...

그런대 엄마는 만족 못 하나봐요

중학교 때랑 성적이 너무 차이나니까

이해는 가지만 너무 힘들어요




그냥 생각나는 에피소드 몇 개를 적어볼게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1.
시험이 끝나도 못 쉬어요
저는 2G 폰이라 공기계로 집에 와서만 폰을 하는데 시험이 끝나면 일주일 정도 쉬려고 하루종일 폰을 붙잡고 있어요
그런데 엄마는 항상 제가 이러면 시험을 못 친 걸 언급하면서 시험이 끝났다고 진짜 끝난 게 아니라며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해요 폰을 하지만 잔소리를 들으며 쉬게 되는 셈이죠
저는 시험 끝났다고 조금 쉬는 건데 왜 그러냐고 하고, 엄마는 지금 쉬게 놓아둔 건데 왜 쉰 게 아니라고 하냐며 싸워요

엄마는 제가 폰을 많이 한다고 생각하면 와이파이를 꺼버려요
그래서 사실 제대로 쉰다는 느낌도 안 들고
엄마가 저를 쉬게 냅둔다지만 제게는 쉬는 게 아닌 거죠

2.
학원을 흔쾌히 빼주신 적이 없어요
너무 몸 상태가 안 좋거나 힘들 때 친구들은 가끔 학원을 빼고 쉬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몸이 아프든 피곤하든 시험이 끝나든 학원에 가야 해요
저희 학교는 (한 과목만)수행평가를 위해서 중간고사, 기말고사 전에 시험을 한 번 더 보는데 이 시험이 크게 성적을 좌우하기 때문에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성적을 거뒀어요
이 시험이 끝나면 또 중간고사 시즌이기 때문에 하루만 쉬려고 했어요
전 날에 거의 밤을 새다싶이 해서 몸 상태도 너무 피곤했고요
그래서 거의 하루종일 자다가 학원 시간에 깨우시길래 일어나서 오늘 하루만 학원을 빼달라고 했어요
안된대요
이때까지 잔 게 쉬는 거였다며 안된대요

친구들은 시험 다음 날이라 벚꽃 보러가고 영화보러 간다던데 저는 그런 것보다 집에 앉아 폰 하며 쉬는 게 좋아서 폰만 하겠다는 건데 그것도 와이파이 꺼두고 잠깐 나갔다 오셔서 못 했어요
엄마는 동생 때문에 꺼둔 거래요 저는 폰도 TV도 못 하게 손쓰고 나갔길래 할 게 없어서 자고 일어난 건데 그게 쉰 거였대요

3.
제가 학교에서 공부하는 건 안 인정하세요
저희 학교는 야자까지 다 해서 10시에 끝나고 집에 오면 거의 10시 30분이에요
저는 그래서 집에서 공부하기 보다 학교에서 모두 하고 집에서는 쉬려고 해요
집에 오면 폰을 바로 들고 폰을 하고 먹을 걸 먹다가 잠들어요
그런데 엄마는 제가 이러면 공부는 안 하냐고 가끔 뭐라하셨어요 엄마 눈에는 제가 학교에서 공부하는 게 안 보이니까 그렇게 보일 수 있는 거 이해해요
그런데 저번에 얘기해보니까 엄마는 제가 집에서 공부하는 게 많이 불만이였던 것 같아요
저는 야자, 중식, 석식 시간 이용해서 다 공부하고 쉰 거라 얘기해도 엄마는 다른 애들은 다 공부할거라며 제게 뭐라 하세요

다른 애들은 다른 애들이고 저는 제 스타일이 있는 건데도 자꾸 다른 생활 방식을 요구하니까 힘들어요

4.
시험이 끝나도 맘편히 못 쉬어요
저번에 시험이 끝난 당일 학교 친구가 저희 집 쪽에 와서 같이 놀았어요
그래서 엄마에게 전화로 한 과목을 못 친 것 같다고 이야기하고 친구와 함께 집에 잠시 들렀어요
집에 가니까 엄마는 평소랑 다르게 저에게 시험 이야기를 안 하시더라고요 아마 친구가 있어서 그랬겠죠
집에 들렀다가 나가는 길에 엄마에게 엄마 놀다올게 하고 친구와 신발을 신고 있었는데 엄마가 “시험 망쳤는데도 놀고 싶나” 라고 조용히 얘기하셨어요
친구가 나가면서 제게 얘기했어요 너희 엄마가 그렇게 이야기하셔서 놀랐다고, 시험 날인데 그렇게 이야기하냐면서...

사실 이 부분은 저는 몰랐는데 친구가 이렇게 이야기해서 너무한건가? 라는 생각을 했어요 제겐 항상 듣던 소리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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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심하다고는 생각을 안 하지만 엄마는 모든 엄마들이 이렇게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엄마 좀 과해” 해도 엄마는 아니래요

이게 작은 일이지만 자꾸 반복되니까 공부에 인한 스트레스보다 엄마가 뭐라할까 에 대한 스트레스가 훨씬 커요

저는 공부 안 힘들어요 그냥 앉아서 하는 건데 뭐가 힘들어요? 하나도 안 힘들어요

그런데 고등학생인데도, 이제 곧 성인인데도 엄마가 이런 식으로 자꾸 묶어두는 것 같아서 너무 스트레스 받고 제가 사회에 나가서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저도 잘못 많이 해요

주말에는 12시에 일어나서 아침밥도 제 시간에 못 먹고,
귀찮아서 매일 폰만 하고 밖에 나가서 안 놀아요
아침에도 늦게 일어나서 학교에 지각할 뻔하기도 하고,
야자 끝나고 집에 와서 공부도 안하고 그냥 자요
학원 시간에도 5분씩 자꾸 늦고,
성적도 많이 떨어졌어요
저도 다 알아요 엄마가 싸울때마다 이야기했으니까

그런데 이건 아닌 것 같아요

엄마가 저를 믿어줬으면 좋겠어요 저 진짜 열심히 생활하니까 엄마가 저 좀 믿고 집에서 쉴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냥 조금의 자유만 주면 최고의 엄만데 왜 이렇게 싸우게 될까요

엄마가 저 위해서 하는 이야기인 거 알아요 그래도 제게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것 같아요 저 이제 중학교 때 처럼 전교권에서 놀던 그런 애 아니게 되었는데.

저 학교가 끝나는 게 싫어요 집에 가면 또 싸울까봐. 그냥 학교에 더 있고 싶어요


저 진짜 엄마한테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까요?

저 엄마랑 싸우는 거 싫어요 엄마도 저랑 싸우는 거 싫대요
엄마도 저도 싸우면 울어요

이제 그만하고 싶어요 방금도 싸우고 지금 글 쓰는데 더는 못 하겠어요 좋아서 하던 공부가 싫어져요

다른 어른들은 “니네 엄마는 좋으시겠다 우리 아들 딸도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하시는데

우리 엄마는 좋으시지 않은 것 같아요





엄마가 과한 건가요, 제가 아직 어린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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