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전역후 1년간 휴학을 했다. 2017년도 1학기에 공부에 흥미를 찾기 위해 복학을 선택했다.
첫 만남은 동아리 홍보행사에서 신입생의 모습으로 나타난 너였다.
서로에 대해 잘 알지못한채 그렇게 3개월이 지난 후, 나에게 너라는 봄이 찾아왔다.
하지만 2년 9개월간의 긴 연애를 마치고 1년넘게 혼자 지내온 난,
헤어짐이 그렇게 가슴 아픈거였던건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에게 먼저 다가와준 너무나도 고마운 너. 나를 첫 남자친구로 맞아주고,
세상 처음으로 날 먼저 좋아해주고, 거의 모든 처음을 나에게 준 너.
하지만 난 남자였고, 남자로 태어났기에 너와 헤어졌다.
너의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서서히 알아갈쯤 우린 딱 300일에 헤어졌다.
헤어지기 2주전 너의 부모님은 이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너의 아빠라 부르지 못할
아빠가 너의 집안의 큰 문제였다는걸 잘은 몰랐지만 어렴풋이 알아가고 있을 때였다.
우리집에서 게임을 하며 재밌게 보내던 때, 넌 바탕화면에 저장된 여혐스크린샷을 보았다.
내용은 '남자와 여자는 서로의 사회적 위치가 애초에 다르기때문에 남자한테 잘생겼다고
말하는건 잘못된게 없지만, 여자에게 이쁘다고 하는 건 잘못 되었다고, 약자가 강자를 혐오하는
상황을 본적있냐고 그렇기 때문에 남자혐오는 존재하지않는다' 라는 글이었다.
그 스크린샷은 유명한 게임사이트에 여혐자료였고 3~4개월전부터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외국에서부터 시작된 미투운동이 메스컴보다 커뮤니티에 먼저 확산 된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그런 글들을 읽으면서 남자로서 잠재적가해자 취급을 받아야한다는것이
너무나도 싫었다.
하지만 그 글을 저장한 내가 잘못이다. 내가 조금이라도 여혐을 가지게 된게
이 헤어짐의 모든 원흉이었던거다.
너는 나에게 물었다. 이런거 왜 보는거냐고 처음엔 그냥 남자로서 뭔가 부당해서 저장해서
읽어보려고 저장했다고 말했다. 넌 내게 여자와 남자는 힘의 차이때문에 어쩔 수없이
차이가 생기고 남자가 사회적으로 우위에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난 니가 겪은 그 남자와 여자의 힘을 차이를 26년 평생 몸으로 느껴본적없었기에
내가 겪었던, 내가 살아왔던 환경과 경험을 통해 너에게 말을 했다.
'물론 우리 윗세대나 윗윗세대의 잘못된 성차별로 인해 여자들이 피해를 너무나 많이
받았고, 우리 엄마도 그 피해자중 한명이다. 하지만 난 평생 여자에게 해를 가하려한적 없고
니가 말하는 건 너와 내가 평등하지 않고 난 남자고 넌 여자기때문에 우린 사회적이던 뭐든
위치가 다르다고 생각하는거냐고.'
넌 그렇다고 말했다. 그때의 난 널 이해하지못했다.
여자가 왜 성폭행을 당했을때 경찰에 신고하지않고 침묵할수 밖에 없었는지,
무고죄 형량을 늘리는것이 논의 될때 그것이 정말 피해받은 여성들에게 침묵을 요구하는 것과
같은 것인지 그 때 눈을 부릅뜨며 너에게 반박하던 그저 짐슴 같았던 난
알지 못했다. 무지했다.
너는 내가 이해하지못했기때문에 너의 상처를 들어냈어야만 했다. 칼을 들고 아빠라 부르기도
싫은 존재에게 칼을 들이밀고 그 칼을 아빠라는 사람한테 제압당했을때 그 상황을 넌 가슴아파
해가면서 말했다. 남자친구라 믿었던 내가 짐승으로 변해 너의 상처받은 가슴을 다시 한 번
도륙냈다.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알다시피 늦었다. 이미 우리 관계는
내가 그녀에게 눈을 부릅뜨고 왜 신고하지않았냐 왜 저항하지 않았냐 소리쳤을 때
산산조각이 난 것이다. 내가 다 부셔버렸다. 나의 무지함이, 내가 여성에 대해 잘 알지못해서,
너라는 사람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 나는 몰랐다. 저항하지 않음이, 신고하지않음이
주변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을까봐... 너의 용기가 그저 다른 사람들에 의해 묵살되는게
무서웠기때문에 신고도, 저항도 하지 못했던것이다. 더 큰 화를 , 보복을 불러올수있기때문에
넌 침묵을 선택한것이다.
그 일이 있고 우린 내방에서 한시간동안 말없이 그저 침묵했다.
난 너에게 미안하다고 다가가고 싶었고. 넌 상처입은채로 나와 관계를 했다.
그럴리 없겠지만 설사 그때 니가 괜찮았더라도 그건 명백히 강간이다.
우린 침묵한 1시간동안 이미 헤어짐을 알고있었으니까.
그렇게 일주일동안 다시 연락을 주고받고 했지만 너의 상처는 너무나도 깊었고
나를 좋아해서 나에게 받은 상처를 잊으려고 노력했지만
전화기너머로 '그때 오빠의 부릅뜨던 눈과 너무나도 당연하듯이 얘기하던 그 모든것들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을때 너에게 '넌 이제 더이상 날 만날 이유가 없는거같다고 말했다.'
넌 그상황에서도 날 잡았다. 난 시간을 갖자고 했고. 넌 너무나도 상처받아있었고.
난 어찌할지몰랐어. 그렇게 일주일후 내가 보고싶다해서 봤지만 넌 이미 마음 정리를 다했었다.
난 널 그런식으로 잃고 싶지않았다. 난 너에게 항상 좋은사람이고 싶었다.
누구보다 너에게 상처주고싶지않았지만. 남자친구라. 남자로 태어나서 너에게 다시없을 상처를
주었다.
300일이였기때문에 커플신발을 사가서 너에게 한켤레 주었다. 너에게 받은 후드티를
보답하고싶어서. 하지만 참 이기적이게도 난 내 만족을 위해 주었던것이다.
항상 좋은 사람이고 싶었던 난 내가 좋아하는 사람 한 명 이해하지못하는 쓰레기짐승에
불과하다. 남자로 태어난 날 저주하고. 우리 엄마를 아프게한 아빠를 저주하고
이미 헤어진지 1달이 넘었는데도 내가 왜 태어났는지 , 난 왜이렇게 위선적인지
내가 왜 널 더 생각하지 못했는지 항상 죄책감에 시달려 살고있다.
처음 일주일엔 한강을 찾아가고싶었다.
이주일째엔 너에게 카톡하고 한번만 보자고 미안하다고 널 이해하기위해 페미니즘 공부를
하였다고 달라졌다고 말했다. 전화까지 했지만 넌 내가 없어서 너무나도 편하다고 말했다.
3주째엔 하루 한끼로 연명했다.
4주째엔 모든것이 공허하다.
그렇게 난 누구에게도 필요한 존재가 되지 못했다. 복학후 내가 하고싶은걸 하기위해
다시 휴학했고. 나는 이 좁은 내방에 갇혀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그저 죄책감에 시달려서
이 지옥같은 곳에서 네가 잊혀질때까지 갇혀있겠지.
말도 안되지만 너에게 하나 원망스러운게 있다면. 나를 좋아해준것이다.
날 좋아하지않았더라면 이렇게 지옥같은 나날을 보낼일도 없었을텐데. 끝까지 이기적인나다.
너에게 준 상처로 인해 난 내 맘까지 도륙내어버렸다.
남자로 태어나서 미안하다.
난 언제쯤 다시 사람구실을 할 수있을까? 언제쯤 널 잊어버릴수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