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도 들만큼 든 아줌마가, 나보다 어린 사람들 조언을 이렇게 필요로 하게 될 줄 몰랐네요.ㅠ 좀 부끄럽습니다
결혼 18년차 입니다. 아이들도 있구요
남편의 이해 안되는 행동들 때문에 힘들어하다 지금은 포기하고 있어요.
일단 객관적 시각을 위해, 처음에는 (적어도 결혼 5년차까지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었단 이야기는 해두어야겠네요.
결혼 5주년기념일 한 일주일 앞두고 '이혼하자'라고 얘기를 꺼내더라고요.
이유는 정확히 말하지 않았지만 당시 남편 직장의 여자후배 때문이란 짐작은 갔어요.
그 후배와 또 몇명이서 고정 술자리 멤버가 있었거든요.
한번은 술값이 (항상 가는 술집만 갑니다) 150만원 넘게 나와서 '이게 뭐냐?' 한적은 있어요. 본인도 깜짝 놀라며 '정말 내가 이걸 다썼냐?ᆢ'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짐작의 이유는
언젠가 남편직장 부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 사람이
저에게 와서 ''직장 내에 어떤 여자 신입이, 유부남 선배들에게 자꾸 술사달라고 조르며 귀찮게 한다는데 알고 있느냐?ᆢ''라고 묻더군요. 전혀 몰랐다고 하니, ''근데 걔는 사실 그 유부남들이 아닌 총각신입A에게 관심이 있는데, 그중에 유부남B가 총각신입A와 친하니 (만나다보면 다리 역할을 해줄거라 믿고) 자꾸 들이댄다는데 알고 있었냐''고 묻는 것이에요.
솔직이 참 희한한 분도 다 있다고 생각하며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라며 슬슬 자리를 떴지만, 집에 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쩌면 '모르는 것은 부인뿐이더라'라는 옛말처럼, 제가 등신이 되어가고 있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혼해달라 사건 이후로 별말이 없던 후, 남편과 그 여자신입은 각각 다른 지부로 전근되었는데, 한 1년쯤 지난 후 제가 남편에게 터뜨렸어요. 당신 직장 동료 부인에게 이런 말을 들었는데 뭔가 짚이는 게 없냐고요.
덤덤히 듣다가, ''총각신입 A와 친해지려고, 그와 동창인 유부남 B에게 한참 술사달라고 접근했다더라'' 부분에서 얼굴이 확 틀어지더군요. 그날은 집에 올라가기 싫다고 (다툰 장소가 지하주차장이었어요) 먼저 올라가라 하더라고요.
그냥 놔두고 나왔더니 지하주차장 차안에서 밤 샜더군요.
별말 안했어요. 얼마나 가슴 아프겠어요. 딴에는 그 여자도 자기 좋아한다고 믿었을텐데.
솔직이 마더테레사인지 뭔지몰라도, 저도 한참 남편이 그 후배와 술먹고 다닐 때는 그냥 내가 비켜줄까 하는 마음도 있었거든요.
세상 태어나서 한번은 자기 좋아하는 사람과 살아봐야 하지 않겠어요.ㅡ 근데 그 부인 말을 듣고 아니구나 이건 우리남편이 일방적으로 착각하는 거구나, 싶어 생각을 접었거든요. 자기도 그후엔 이혼얘기 안 꺼내고.
그리고 또 양보할까 했던 이유는ᆢ
저희 남편이란 자의 안목에 너무 실망해서입니다.
긴말하지 않겠고ᆢ그 여자후배가 이목구비 큼직하고 술 좋아해서 여자 몇 없는 직장에서 눈에 띄는 스타일인 줄은 짐작이 가지만
솔직이 '그런 아이와 내가 동급이야?'ᆢ라는 느낌에 치떨린 것도 사실이에요 ('아이'라 했지만 저와 거의 같은 나이네요.ㅡ같은학번에 나이만 한살차이).
그런 파랑을 지날 자신이 없었던지라, 제가 잠깐 떨어져 지내자고 했어요.
명목은 국가고시 준비였는데, 어쩌다 1차에 붙어버렸어요. 1년 정도 되던 때였는데, 다른 할줄아는것도 없고 그냥 해본 도둑질이라고 잘하던게 공부밖에 없어서ㅠ
주위 사람들은 남편에게, ''야, **씨 (제이름) 2차까지 붙으면 너 패대기치는 거 아니냐?''라고 농담걸고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2차는 못붙었네요ㅠ
그러고 쭉 전업으로 살고 있는데
결혼 10년차 되던 때부터
직장 스트레스인지, 슬슬 본색이 나오기 시작하는지
언행이 너무 거칠어집니다. 접시 깨는 걸 시작으로
숫자 욕에다 이년 저년이 나오기 시작하고요.
사실 저희 아버지께서 욕을 생전 잘 안 하셨어요.
그래서 저런 욕들을 남편한테 들을 거라고는 상상을 못했네요. 물리적 폭행에 비견할 바는 아니겠지만 만만찮게 힘듭니다.
처음에는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못했고, 그후에는 듣기 싫다고, 영국에선 언어폭행으로 이혼이 성립되고 천문학적 위자료도 물었다더라 하고 말해줘도 별무상관입니다.
하필이면 아이들 앞에서 꼬박꼬박 욕을 해주시니, 아이들도 처음엔 놀라고 겁먹다가 이젠 함께 저를 무시하네요.
그런 무서운 욕을 먹을만한 일이면 모르겠는데, 별일아닌 것에 꼬투리를 잡으며 폭발하듯이 욕을 터뜨리는 게 문제입니다 (본인이 말하더군요, 자신이 분노조절장애라고)
예를 들어 집 팔려고 내놓은 것이 계약됐다라고 좋아하면 (2년을 꼬박 안나가던 집이었어요. 본인이 그전 달에 4억9천이든 5억이든 빨리 팔라고 얘기했던 집이었고요)
대뜸 ''얼마 받았어?''라고 묻기에 5억 천이라고 대답하니까
''이 신발 년아, 5억천에 팔아놓고 뭘 잘했다고 그러고 있어?''라고 하더군요.
그럼 니가 팔아봐라 라고 하고 싶은 생각은 굴뚝같은데, 너무 놀라고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오고 그냥 지나갔네요.
여기서 잠깐 재산 상황을 체크해 보면
남편은 결혼할 때 본인 재산이 없었어요. 사회 초년생이라
시댁도 집을 해주실 형편이 안된다 해서, 엄마가 아파트를 얻어 주셨어요.
전세 나온 집 중에 수리된 집은 반전세 조건이어서, 보증금 물고 월세를 내기로 하고 들어갔고요.
결혼생활 십여년동안, 시댁에서 2억을 주셨고요
친정에서는 그 세배가 좀더 되는 금액을 받아왔네요.
그런데 시댁에서 주신 2억에 대해서는, 계속 '빌린 돈'이라고 노래불러요.
언젠가는 돌려드려야할 돈이라는 거죠. 반면 저희 집에서 가져온 돈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어요.
고구마라서 너무 미안한데, 그럼에도 18년을 살아온 저는
몸 한쪽이 어디 크게 불편한 사람은 아니에요.
외모도 그렇게 이상한 편이 아니고요
(저희 남편이 어디 데리고 나갔다가 집에 올때쯤 하는 말ᆢ오늘도 지나가는 사람들 쳐다보며 열심히 찾았는데, 오늘 갔던 곳 물이 꽝이었어. 어째 너보다 이쁜 여자가 없냐?ᆢ라고 ㅠ )
아 주절주절 적다보니 짜증내는 분들이 많아졌을 듯해 이만 씁니다.
이번 주말 남편이 출장이라 떨어져 있어봤는데
너무너무 마음이 편안한 것이지요.
인생 얼마 안 남았지만, 이렇게 살아야하는 것 아닐까요?ᆢ
좋아하는 음악 듣고, 책 보고ᆢ
사실 애들있는 엄마가, 책 볼시간 어디 있습니까?ᆢ
시댁 (시골입니다) 내려갈 때 저는 책을 몇권 챙겨 가거든요.
옆자리에서 읽고 있으면, 엄청나게 짜증을 내요. 나는 힘들게 운전하는데, 너는 신선놀음이냐?ᆢ고 하면서요.
그럼 뭘 하라고요 ㅠ 차렷자세하고 가만있으라고요?
한술 더 떠서, 뒷자리의 아이들에게 ''우리집엔 차안에서도 책 읽는 이상한 습관을 가진 사람이 딱 하나 있다.
너희는 그러면 아빠한테 죽을 줄 알아.''라고 하고요.
그래서 우리 애들은, 어릴 때부터 책 읽는 걸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중학생이 되니, 어떻게 될까요?
ㅡ맞습니다. 교과서 읽는것도 싫어합니다.
그러다보니 성적이 잘 나오기 힘들겠죠?ᆢ
그러니 이제 무슨 얘기가 나올까요?
''실컷 돈 벌어다 줬더니, 애들은 이렇게 개차반으로 키워놓고~~'' 타령이 나오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젠 애들한테까지 욕을 하기 시작하네요.
몇개월 전쯤인가, 큰애가 같은반 친구와 통화를 하고 있었어요.
자기는 마루에서 tv보고 있었고요. 큰아이 전화가 좀 길어지긴 했어요. 한시간째 깔깔거리고 있던 중
갑자기 벌떡 일어나 큰애방으로 달려가더니, 마구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어요.ㅡ ''이 미친년아, 문 닫아!ᆢ''부터, 한 일이분간 얼마나 화려한 욕을 해대던지, 아이가 받았을 상처가 가늠도 되지 않아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어요. 님 남편분들도, 중학생 딸에게 그런 욕하세요?
아이에게 너희 아빠와 이혼해줄 수 있다고, 원하면 지금 당장 이혼하겠다 하니 울음이 남아있는 얼굴로 그래도 하지 말라더군요. 왜냐고 물으니 엄마는 직장이 없잖아. 래요.
아휴 요점도 없고 이런 비문 써본적은 없는데ᆢ
제자신에게 짜증이 나려하네요. 최근 넘넘 이혼생각을 많이하게 되는 이유는
한달에 몇백씩 주는 생활비 있잖아요?
자기가 뭔가 맘에 안드는 게 있으면 생활비를 안 넣고 버티어요.
애들학원비 아파트관리비 유류비 통신비 그런것 다 제 카드로 내는데요.ㅡ 26일 결제일인줄 뻔히 알면서 그전날까지 안넣고 사람 피 말린적이 여러번이에요. 말하기가 정말 더럽고 치사해서 친정에서 잠깐 빌려 메꾸고 한 적이 몇번 있었는데
최근엔 뭐라는지 아시나요?ㅡ 니네 엄마한테 돈받아 오는거 뭐라 안하겠는데, 그만큼 나 생활비 안 넣겠다. 이러고 있네요
일주일전에 제가 교회 행사가 있었어요.
제가 꼭 참여해야 하는 행사라, 삼사일전부터 이야기했고요. 그전주에, '그때 (5월초 휴일에) 뭐할거냐?라고 물어 응? 하니 *@@에 (저희 시댁이 있는곳) 가봐야지 않냐고 해서 알겠다고 하고,
'6일 오전에 나에게 중요한 일이 있으니, 시댁에 한두시쯤 출발해 그 다음 날 오후에 오자. 오는길 힘들 듯하면 내가 운전할게'라고 했어요.
별말 없어서 당연히 수긍한 줄로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5일 토요일 오후에 언제 내려갈 거냐는 거에요.
벙쪄서 '내일 한두시쯤 가기로 했잖아' 라고 하니, 그렇게 늦게 가서 뭐할 거녜요.
나한테 중요한 일이라고 분명히 말했는데ᆢ결국 저한테 중요한 일은 본인에게는 일고의 가치 없이 하찮은 일이라는 거잖아요.
그 시점에서 제가 폭발했네요.ㅡ 18년전에 나는 혼인계약을 한다고 생각했지 노예계약 한것이 아니라고, 내가 무슨 종년살이 하려고 시집왔어?ᆢ라고 했더니, 그럼 가지 말자!ᆢ라면서, 그럼 처가에도 안 간다. 라네요. 그러고 나가다 말고 휭 유턴해요.
사실 그때 엄마랑 저녁 먹기로 하고, 전화드리고 나가는 길이었는데ᆢ죄송하다고, 막내가 컨디션이 안 좋아서 다시 들어왔다고 거짓말하고 그때부터 심각하게 고민 중이네요.
더이상 신세한탄하면 스크롤 압박에 쌍욕하시는 분들 나올것 같아^^ 걍 여기서 접네요.
결혼할 때만 해도, 후보군 중에서 제일 헌신적이리라 싶은 쪽을 골라잡았는ᆢㅋㅋ 결과가 이거네요.
이상 저의 불행한 결혼생활이었습니다ᆢ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