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와 한 여자가 이야기입니다.
여자는 20대 후반의 배우였습니다. 그녀는 배우로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다시 연기에 도전할 꿈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유나입니다.
남자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여느 평범한 사람들과 같이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나가며,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삶엔 어느 순간부터 유나 밖에 없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진우입니다.
둘은 사랑을 했습니다. 미래를 약속했고 수많은 추억을 만들었고, 서로를 응원해주며 꼭 꿈을 이루자고 다짐하기도 했지요.
그렇게 서로를 보며 살아가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여자의 주변에 어떤 한 남자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남자친구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고 매력적이었습니다. 여자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쉽사리 그 남자를 뿌리칠 수 없었습니다. 안정적으로 자신을 지원해줄 수 있는 능력과 적극적인 구애는 성공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그녀의 마음을 흔들기 충분했습니다.
유나는 새로운 남자에 대한 끌림 때문에 진우에 대한 사랑은 점점 식어갔습니다. 이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서 결국 유나는 선택하기로 결심합니다.
진우에게 이별을 통보하기로 말이죠.
진우는 이미 유나의 변심을 어느 정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서로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기대마저 버리지는 못했지만 둘의 이야기가 결국 슬픈 결말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아프게도 느끼고 있었죠. 그리고 진우는 자신이 그 이별 통보를 거절하지 못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이미 자기 자신보다 유나가 더 소중했기 때문입니다. 유나가 행복하다면 자기는 아무리 아파도 괜찮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둘은 헤어졌습니다.
유나는 진우를 버렸고, 진우는 유나를 잃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건이 일어납니다. 유나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했던 그 남자가 유나를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었죠. 유나에게 남자친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그는 하나 둘 씩 발견되는 누군가의 흔적으로 인해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둘은 크게 다투었습니다. 사실이 탄로 나면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르는 유나는 아니라고 우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확인을 시켜주지 않아도 그 남자와 끝날 것이 분명했기에 결국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진우의 번호를 그에게 알려주었습니다.
번호를 받아든 그는 진우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혹시 유나를 아시나요.”
그의 질문을 들은 진우는 잠시간의 정적 이후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네. 잘 압니다. 저는 그녀의 오래된 팬입니다. 유나님의 남자친구 이신가요? 예쁜 여자 친구를 두셨군요.”
그제야 남자는 의심을 거두고 유나에게 사과 했습니다.
유나는 들통 나지 않았다는 안도감보다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의 파도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서로를 사랑했던 과거마저 스스로 부정하면서도 유나를 위하는 진우가 너무 안타까웠고, 그런 사람을 두고 자신의 안위만 생각했던 자신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예상치도 못했던 진우의 행동에 유나의 가슴은 찢어졌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평생 가슴에 남을 후회를 남겼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진우도 울었습니다. 자신이 남자친구였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었지만, 진우는 유나를 아직도 사랑하고 있기에 그녀가 곤란해지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아파오고 누가 목을 조르는 것처럼 메여왔지만 유나를 위해 스스로 자신의 사랑을 부정했습니다.
그것은 진우에게 죽음보다도 더 큰 아픔이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