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낙 바쁜 사람이었다.
이것저것 해야되는 것도 속한 곳도 챙겨야될 사람도 많은 그런 사람이었다.
그 사람한테 나의 존재는 위로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나를 통해서 힘이 날 거라 생각하면서 만났다.
해야할 일들, 챙겨야될 사람들을 다 챙기고 만나고 난 후에야 ‘남은 시간’에 나를 만났다.
내 시간과 일정에 상관 앖이 그 사람이 만나자고 하는 시간에 만날 수 밖에 없었다.
난 항상 대기번호를 받은 사람처럼 내 차례를 기다렸다.
그래도 그마저도 좋았다.
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 더 컸다.
그땐 그랬다.
그 차례는 점점 더 길어졌다.
남은 시간이 많이 없었나보다. 많이 바쁘나보다.
언제나 내가 밀려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난 언제나 그 사람 옆에 있을 것처럼 말하고 행동했다.
진심이었다.
그 진심이 그 사람에겐 편함이 됐고, 난 점점 더 멀어져갔다.
사랑 받고 있다는 확신이 없어졌다.
언제나 나에게 투정부리는 너를 받아주다보니
너에게 받는 사랑이 없음을 느꼈다.
넌 항상 받고 싶어했다.
바쁜 삶을 보내고 남은 시간에 날 찾아오면 그 시간마저 나에게 사랑 받기만을 바랬다.
니가 나에게 주는 사랑은 시간내서 만나준 것,이었다.
언제나 그저 그것에 나는 만족하고 감사해야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표현했다. 사랑받고 싶다고,
화를 내거나 짜증내진 않았다. 부담될 것 같아서,
그렇게 하면 사랑받을 수 있을 줄 알았다.
내가 원하는 사랑은 연락과 시간이었다.
선물도 돈도 꽃도 아니었다.
그저그런 시시콜콜한 전화나 메세지, 시간을 내서 날 만나주는 걸 원했다.
더 이상 날 뒤로 미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똑같았다.
여전히 나는 뒤로 밀렸다.
슬펐다. 비참했고 속상했다.
그러다가도 언제그랬냐는듯 날 사랑한다고 말하는 니가 참 미웠다.
말로만 날 잡아두는 니가 참 치사하게 느껴졌다.
언젠가 내가 이런 얘기들을 했을 때,
넌 대답이 없었다.
나랑 절대 헤어지고 싶지 않다고, 그런데 상처주기도 싫다고 상처주지 않으면서 만나는 방법을 ‘생각’하느라 아무 답을 못했다고 했다.
그렇게 니가 대답도 없이 생각하는 동안 나는 일분일초가 피말랐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니가 말한 답은,
같이 보내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 같이있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었다.
결국 너에겐 상황이 문제였다.
나는 마음의 문제라 여겼던 것이 너에겐 상황의 문제였다.
니 마음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넌 여전히 치사했다.
이대로 버틸 수가 없어서 나도 며칠의 시간을 가졌다.
니가 너무 미웠다. 그러다 너무 보고싶은 내가 싫었다.
바보같이 만나서 얘기하자고 연락을 했다.
그와중에도 너는 당일도, 다음날도, 다다음날도 바빠서 시간이 안된다고 했다.
결심했다. 너랑 헤어져야겠다.
마지막까지 날 기다리게 하는 너랑 헤어져야겠다.
나는 안다. 또 난 널 기다리고 넌 나를 미룰 거란걸.
그렇게 여유가 없으면 누구든 만나지를 않았으면 좋겠다.
받고싶으면 주기라도 해야한다.
나와 절대 헤어지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나를 사랑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너에게 가장 많이 받았던 건 기다림이었다.
너와 헤어져야겠다.
날 위해서 사랑하는 널 만나고싶었다.
널 위해서 네게 필요한 내가 있어주고 싶었다.
혼자 손 놓지 않고 있었다.
넌 이미 내가 언제까지나 잡고 있을 걸 알았다.
그래서 편하게 힘을 빼고 있었겠지.
이젠 내 손에도 힘이 빠진다.
이제는 날 위해서 너와 헤어져야겠다.
정말 헤어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