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서는 누군가를 빤히 쳐다보면 굉장히 무례하다고 가르치는데, 한국은 그런 개념을 아직도 갖지 못한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습니다.
오늘 있었던 황당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A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런데 A는 눈이 나쁩니다. 장애 판정을 받은 시각장애인이에요. 하지만 완전히 실명한 건 아니고요. 아는 길은 혼자 다닐 수 있고, 핸드폰도 눈에 가까이 대고 보면 보이는 '저시력' 시각장애인입니다.
A랑 같이 다니다 보면 많지는 않아도 아주 가끔, 가슴아픈 일이 일어나요.
오늘 저녁 저와 A는 어떤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더니 어린 애 하나가 엄마랑 나왔어요. 한 일곱살 쯤 되보이는 남자애였죠. 애가 제 지인을 보더니 바로 앞에서 대놓고 엄마에게 말하더라고요.
"저 아저씨 핸드폰을 눈에 가까이 대고 보는데 왜 그런 거야?"
저는 너무 놀랐습니다. 솔직히. 그런데 애엄마는 별 말도 없이 그냥 애를 끌고 가더라고요. A는 그 이후로 정말 우울해했습니다. 날씨도 우중충한데......
네. 아이가 호기심에 그럴 수도 있죠,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으시겠지요.장애가 있으면 그런 말 많이 들었을 법 한데 예민해서 어떻게 사냐는 말, A는 제법 많이 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게 A의 잘못은 아니죠. 오히려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품평하면 안 된다고 가정교육에서 잡아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마치 '높은 건물에서 아래로 물건을 던지면 안 되는 거야' 라고 가르쳐야 하듯이, 정말 열심히 가르쳐야 하는 예의 아닐까요.
서양에서는 안 그렇다는 걸 직접 봤거든요. 아이들에게 단단히 가르치는 문화가 있다고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한국에서는 그런 걸 예절로 가르치지 않는 것 같아요. 사람들을 오히려 신기하게 쳐다보고 그걸 꼭 어떻게든 표현해야 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렇다면 최소한 안들리게 말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다른 사람이 기분나쁠 수 있다는 생각을 왜 어릴 때부터 가르치지 않는 걸까요.
솔직히 대놓고 빤히 쳐다보는 사람은 그런 꼬마만 있는 건 아니었어요.
1. 지나가는 노인들
A랑 다니면 정말 A를 빤히 쳐다봅니다.
가끔 진짜 용기(?) 있는 노인들은 가까이 와서는 '저 사람 눈이 왜 저래요?'하고 묻습니다. 어쩌다 다쳤는지....
윽. 저는 참 기분이 나쁘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A는 씹습니다. 제가 화가 나서 오히려 "그건 개인적인 사항인데 왜 궁금하시죠?" 그랬더니 적반하장으로 '내가 치료에 도움을 주고 싶어서 그런다'면서 자기가 좋은 기도원을 알고 있다, 무당을 안다, 눈 나쁜 사람을 위한 치료법이 있다등등..... 화를 억누르고 '병원에서 정기검진 받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하면 '아 치료받고 있어요?' 라며 머쓱한 듯 그제야 가십니다.
거기다 대고 '그런 말 기분나쁠 수 있습니다.' 라고 대답하면 '아니 나는 좋은 뜻으로....'라고 대답하는 분들이 태반이네요.
좋은 뜻이라면 무례해도 되는 걸까요?
2.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교 되는 무리지어 다니는 아이들도 정말 간혹 그럽니다.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까불까불하는 애들 중에서 이런 말을 대놓고 하는 애들이 있어요....
"야 저사람 애자야. 핸드폰을 눈에 대고 봐."
다 들리게 크게 말합니다. 그리고 너무 놀라 쳐다보면 지들끼리 낄낄거리고요.
교육을 대체 어떻게 받은 걸까요. 하......
그들의 부모들도 지나가는 사람 신기한 듯 쳐다보고, 품평하고, 조금만 이상해도 뭐라 그러니까 그런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A 말고도 제가 아는 어떤 오빠는 목발을 짚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인데요. 그 오빠랑 밥을 먹다가 정말 깜짝 놀랄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오빠가 길을 가는데 어떤 초등학생이 오더니 '괴물!'이라고 소리질렀대요.
근데 그 오빠는 멘탈이 굉장히 튼튼한 분이에요. 그래서 걔한테 아무렇지도 않게 '반사!' 라고 했답니다.
웃으며 담담하게 말하는 오빠가 전 좀 그랬어요. 왜냐하면 한두번이 아니니까. 그렇게 웃으며 말할 수 있기까지 대체 얼마나 많이 말로 얻어맞았을까 싶었습니다.
뭐..... 나이 드신 분들이야 이제 못 고친다고 생각해요.하지만 여기 글 읽어주시는 분들이라도 만약 이런 부분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셨다면, 한 번만 생각해 주시고 아이들에게 조심스럽게 가르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남을 쳐다보고 큰 소리로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건, 진짜 무례한 행동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