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하이킥>의 최민용 이 남자, 까칠하다. 항상 뚱한 표정에 시니컬한 말투, 단체 활동에는 죽어라 비협조적이고 속 썩이는 제자들에 대한 응징은 일상, 매사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형수와는 천적 관계, 애인에 대한 호칭은 멋대가리 없게도 ‘서선생’이다. 그래서 <거침없이 하이킥>의 이민용 선생은 ‘까칠민용’이 되었다. 하지만 이 남자를 두고 제작발표회에서 “세상에서 제일 멋진 남자다. 외모도 외모지만 이민용이란 캐릭터의 내면이 예술이다”라고 호언장담해 모두를 웃겼던 배우 최민용은 진지하다. “이민용은 절대적으로 가식적이지 않은 캐릭터예요. 멋진 남자에겐 여자를 배려하는 것 외에도 얼마나 정상적이고 건강한 생각과 신체를 가지고 정도의 길을 가느냐도 중요하죠.” 즉, 그에게 ‘가식’과 ‘정도’는 영원히 평행선을 그리며 맞닿을 수 없는 두 개의 다른 길인 것이다.
“시트콤이나 정극이나 배우에게는 같다”
“점점 이민용화 되어가고 있다. 최민용이.”
초반에 비해 출연 분량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더 바쁠 것 같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민용의 등장은 특히 멜로 라인에서 빼놓을 수가 없는데, 중반 이후 시트콤이 지나치게 멜로에 의존한다는 평도 있었다. 최민용 : 겨울까지는 그랬던 것 같지만 요즘에는 오히려 멜로가 덜해졌다. 사실 <거침없이 하이킥> 같은 경우는 단순한 시트콤이 아니라‘이종(異種) 드라마’다. 드라마국이 아니라 예능국 소속이다 보니까 그냥 ‘시트콤’이라고 불러서 그렇지 오히려 드라마의 성질을 더 많이 가진 작품인 것 같다. 그리고 초반에 김병욱 감독님께서도 나에게 멜로 라인을 맡아서 정극 연기를 해달라고 말씀하셨다. 물론 그러면서도 시트콤, 코미디 요소가 다분히 가미된 대본을 주셨고, 그래서 처음에 톤이나 설정 같은 것들 때문에 많이 애먹었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는 민정이와의 이민용과 신지와의 이민용, 학교에서의, 집에서의, 형수하고의, 유미하고의 이민용이 다 다르다. 그래서 각각의 연결고리를 찾느라 애먹었다. 연기 톤이 안 잡힐 땐 가뜩이나 잠잘 시간도 없는데 고민하느라 잠도 못 잔다. <비단향꽃무>에서는 절절한 사랑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캐릭터를, <논스톱3>에서는 여자친구에게도 깐깐한 짠돌이 대학생을 연기했는데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는 이민용이라는 남자를 어떻게 표현하고 싶었나. 최민용 : 남들이“까칠민용, 까칠민용”하듯 겉으로는 굉장히 무뚝뚝하고 시니컬하지만 내면이 멋진 남자를 표현해보고 싶었다. 남자의 멋스러움은 아무래도 그 사람이 지닌 속마음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이민용이란 캐릭터가 그렇다. 절대 남 보기 좋고 듣기 좋은 행동은 하지 않지만 가식적이지 않고 속마음으로는 항상 남을 배려하고 있다. 서선생(서민정)과의 러브 라인에서 그런 장점이 많이 부각된 것 같고, 형수(박해미)와의 대립에서는 서로 죽일 듯 싸우지만 그건 불화가 아니라 가족간의 사랑으로 인한 트러블에 코믹 요소를 가미한 것뿐이다. 요즘 제자 유미(박민영)와의 에피소드도 자주 나오는데 그것도 제자를 괴롭히고 혼내는 게 아니라 잘되라고 바른 길로 인도하려는 거니까 끝에 가서는 툭, 넌지시 물도 주고 하는 거다. 그리고 그럴 때의 액션 하나하나가 나한테는 소중하다. 이 물을 따서 주느냐 쥐어 주느냐 던져 주느냐, 하나하나가 다르니까 신경을 쓴다.
정말 기분 좋은 건 요즘 시청자들이 그런 노력 하나하나를 알아봐준다는 거다. 그런 보람 때문에라도 내가 좀 더 신경쓰고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것 같다. 사실 일정이 너무 바쁘다 보니 촬영이 없는 하루 동안 본연의 최민용으로 돌아가기가 어렵다고, 그래서 그냥 이민용으로 살고 있다고 말한 것도 봤다.(웃음) 최민용 : 점점 이민용화 되어가는 거다, 최민용이. 이미 이민용이 되어 버렸고. 그리고 애초에 최민용 안에 이민용이 적어도 2-30%는 있기 때문에 다듬어지고 표현될 수 있었던 거다. 왜, 그런 게 있잖나. 이건 내가 소화할 수 없는 캐릭터다, 이건 나와 맞지 않는 캐릭터다 하는. 그러면 나는 그냥 정중히 거절을 한다. 소위 말해 “이거 하면 뜬다”고 해도 그렇다. 스무 살 때도 그런 말을 들었지만 내가 연기를 전공한 놈도 아니고 지금 가진 역량이 없는데 떠서 뭐 하나. 그 다음에 보여줄 게 없는데. 그래서 그냥 “군대나 갈래요.”했다. 그렇게 군대에 갔다가 2000년 10월에 제대하고 그해 겨울에 <비단향꽃무>의 주연을 맡으며 돌아왔다.
최민용 : 제대하고 나서는 원래 장사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나를 카메라 앞에 처음 세우셨던 박찬홍 감독님께서“이거(<비단향꽃무>) 한번만 하고 그 다음에 니가 하고 싶은 걸 해라. 그 땐 뭘 하든 붙잡지도 않고 말리지도 않을 거다”라고 하셨다. 군대 가기 전에 연기를 했던 놈이 갑자기 그만두는 건 잘못하는 거라고 감독님은 생각하셨던 거다. 결국 그렇게 다시 시작해서 <비단향꽃무> 끝나고 8개월쯤 있으면서 단막극을 몇 개 하고 <논스톱3>을 했다. 그러고 보면 많이 하지도 않았다. (웃음) “부담없이 편한 국민배우가 되고 싶다”
최민용 : 바보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정말로 단순했다. 나로서는 좋은 거니까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했던 거고 좋은 일하는 사람들이 보다 수월하게 일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서 그랬던 건데, 예전에“최민용이 사이비 종교단체에 빠져서 연기를 그만두고 포교활동을 한다”는 오보가 나가면서 많은 것이 왜곡되어 버렸다. 그로 인해 우리 가족과 그 단체가 엄청난 타격을 받고 고통을 받았다. 그래서 한동안은 그냥 방송을 하지 말고 해외에 나가서 조용히 살까 하는 생각도 했다.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는 그렇게 남다른 목적이 있었지만, 지금 당신에게 연기자라는 직업은 무엇인가. 최민용 : 목적으로 시작했던 일이 어느새 내 본업이 되어버렸고 지금은 연기자로서의 목표가 있을 뿐이다. 그 목표가 국민배우인 거고, 그건 부담없는 배우, 편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거다.“오오~”하고 떠받드는 것보다는 누구든 날 보고“아, 안녕하세요?”할 수 있었으면 한다. 사실“오오~”할 만한 캐릭터도 아니지만.(웃음) 사람들이 날 봤을 때 편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나도 편하다. 그리고 그 목표가 단순히 ‘국민배우’만이 아니라는 건 내 자신이 알 테니까 그 길을 쭉 가는 거다. 서두를 필요도 없고 서두르고 싶지도 않고. 시간이 그렇게 많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스쳐지나갈 시간이 아니란 걸 알기 때문에 남들보다 좀 더 느긋해 보일 수도 있고 게을러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나니까. 피플(ini0607): 그럼 <거침없이 하이킥>이 끝나고 난 뒤의 계획은 어떤가.
최민용 : 아직 모른다. 연달아 작품을 하고 안 하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거니까. <거침없이 하이킥> 덕분에 전보다 많은 곳에서 요청이 있는데 정말 나한테 맞는,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거고 남들이 봐도 부담없고 재미있는 작품을 선택할 거다. 그게 흔히 말하는 좋은 작품이냐 나쁜 작품이냐, 뜰 작품이냐 안 뜰 작품이냐와는 상관없다. 바뀌지 않는 것이 있어 늙지 않을 것 같다
최민용 : 도리다. 남들이 뭐라 해도 도리만큼은 지킬 거고 정도가 아니면 걷지 않겠다. 무모하고 바보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닌 건 아닌 거다. ‘그게 맞을 수도 있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불의를 보면 못 참고 그런 성격은 아니다. 잘 참는다. 성질을 부려서 그렇지. (웃음) 그로 인해 뭔가를 잃게 된다고 해도?
최민용 : 후회 안 한다. 뒤늦게 후회하는 것보단 낫다. 나를 잃는 것보단 그게 낫다. 그로 인해 후회한다면 바로 나란 놈을 잃게 되는 건데 그럼 사는 의미가 없는 거니까. 피플(가루비): 그렇다면 미래의 최민용이라는 인간은 어떨 것 같나. 어떻게 늙고 싶나?
최민용 : 나훈아 선생님처럼. (웃음) 그건 외향적인 거고, 사실은 안 늙을 것 같다. 예전부터 갖고 있는 생각인데, 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른 게 없다. 발전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런데 나도 그게 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이 안에서 안 바뀌는 게 있다. 그 마음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점점 다져지고 강해지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피부톤이 약간 어두워지겠지만 이 안의 것은 똑같을 거란 생각을 한다. 그게 정말로 무엇인지 알게 된다면, 그 때 우리 둘 다 살아 있다면 다시 인터뷰를 해서 말해주겠다.“그 때 그게 바로 이거대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