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열두 명의 웬수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원수'와 '웬수'의 차이는?
원수가 너무나 미워서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사람쯤 된다면 웬수는 앞에서는 구박을 해도 떨어져 있으면 잠시도 못 배기는 사람. 원수가 '죽이고' 싶다면 웬수는 '쥑이고' 싶고 원수 때문에 칼을 간다면 웬수 때문에는 밥상을 차려준다.
영화 '열두 명의 웬수들'(원제 Cheaper by Dozen)의 주인공 톰 베이커(스티브 마틴)의 경우 웬수는 바로 자식들이다. 소도시의 미식축구팀 코치인 그의 웬수들은 다 합쳐 자그마치 열두 명이다.
대가족에서 자란 데다 스스로도 대가족을 꾸리는 게 꿈이었던 까닭에 이미 목표는 달성한 셈. 마침 부인 케이트(보니 헌트)도 비슷한 2세 계획을 갖고 있던 차니 가정 생활은 소란스럽지만 마냥 행복하다.
유치원생부터 사회 초년생까지 꽤나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이 집안의 웬수들에게 어느날 위기가 닥친다. 톰에게 대도시 시카고의 명문 대학팀 코치직 제의가 들어온 것. 자신이 다니던 학교에 코치로 복귀하는 것은 그에게는 행복한 가정을 꾸미는 일 만큼이나 소중한 꿈이지만 고향을 떠나지 않으려는 아이들의 고집도 만만치 않다.
다음달 13일 개봉하는 영화 '열두 명의 웬수들'은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Just married)의 션 레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스티브 마틴 표 가족 코미디다.
아버지 톰 역의 스티브 마틴은 코미디언, 소설가, 극작가, 프로듀서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 온 만능 엔터테이너로 '신부의 아버지', '록산느', '우리 아빠 야호', 'LA 이야기' 등 주로 가족 간의 사랑을 그린 영화로 한국보다는 미국에서 더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생활 터전을 빼앗는다'는 자식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도시 행을 강행하는 톰.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환경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큰 집으로 이사온 덕택에 각방은 생겼지만 정든 친구들과는 헤어졌고 학교에서는 '왕따' 신세며 놀 것 많은 시골과 달리 대도시는 따분한 일뿐. 게다가 자신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던 아버지는 이제 텔레비전을 통해서야 볼 수 있을 정도로 바쁘기만 하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엄마 케이트마저 뉴욕으로 출장을 떠나게 되면서부터다. 여기에 큰딸 노라(파이퍼 페라보)도 독특한 남자친구 행크(애쉬톤 커처) 때문에 집안일을 도울 수 없게 되자 톰은 일과 아이들 뒷바라지를 같이 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는다.
집에서 하키 하기, 지붕에서 타고 내려오기, 옆집 생일 잔치에 뱀 풀기 등 녀석들의 장난은 점점 심해지고 집안은 바닥에 토해대고 '쌈박질'하는 이 말썽쟁이들 때문에 점점 엉망이 돼간다. 게다가 톰은 가족 일을 포기하고 팀 생활에 전념하라는 학교 측의 최후통첩을 받게 된다.
스티브 마틴의 재치있는 입담과 포근한 미소 외에 영화가 주는 주된 재미는 저마다 '한 개성'씩 하는 꼬마들이 벌이는 헤프닝이다. 결말 예측이 어렵지 않지만 스토리는 지루하기보다는 경쾌하고 리듬감이 있다.
데미 무어의 연인으로 알려진 애쉬톤 커처와 '고요테 어글리'의 여주인공 파이퍼 페라보가 출연하며 '온리 유', '그린 마일'에 출연했던 보니 헌트가 아이들의 엄마 역을 맡았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개봉된 미국에서는 '반지의 제왕' 다음으로 2주 연속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으며 24-25일 주말까지 흥행수입 1억2천만달러를 돌파하는 등 흥행에서 성공을 거둔 편. 영화의 기본 틀은 월터 랭 감독의 50년작 동명영화에서 빌려왔다. 상영시간 95분. 전체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