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30대 아재가 먹은 학교급식 (8월)

Nitro |2018.09.07 12:28
조회 6,713 |추천 24

 

어느 덧 무더운 여름도 막바지. 이제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합니다.

계절과 관계없이 꾸준히 이어지는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미국 요리학교) 학생식당 먹부림. 유난히 더웠던 8월에 먹은 급식이네요.

올 여름에 자주 밥을 먹었던 브루하우스. 

CIA에는 맥주 양조시설이 두 군데가 있는데, 그 중 작은 양조장에서는 방문객들이 들러서 맥주도 마시고 간단한 식사 겸 안주도 먹을 수 있도록 레스토랑이 딸려있습니다.

8월달에는 지중해 요리 교실이 리모델링 들어가면서 점심 시간에는 학생들이 들러서 밥을 먹는 장소로 바뀌었지요.


 

미국 요리 교실 메뉴에 랍스터 롤이 올라오면 그 날은 무조건 갑니다. 갓 해체한 랍스터 살이 듬뿍 들어있거든요.

맨날 게맛살 들어간 샌드위치만 먹다가 산더미처럼 쌓인 랍스터 껍질을 처음 봤을 때의 그 감동이란...

클램차우더도 맛있고, 게다가 오늘은 포르투갈식 해산물 스튜도 함께 제공됩니다.


 

오늘의 메인 요리. 뉴잉글랜드 스타일의 대구 케이크입니다. 베이컨으로 둘레를 한 번 감아준 것이 특이하네요.

어디 미국 바닷가 시장에서 해변을 바라보며 파라솔 꽂힌 테이블에 앉아 먹을 법한 요리입니다.

이것만 먹으면 약간 짭짤한데, 레몬즙 듬뿍 뿌려서 빵하고 함께 먹으면 맛있지요.


 

아시아 요리 교실에서 제공하던 나시고렝. 

지난 번의 김치찌개 국수(https://blog.naver.com/40075km/221320768296)만 해도 충분히 놀랐는데, 이제는 동남아 요리까지 등장하네요.

반찬으로는 김 튀김과 동양식 느낌이 가미된 퓨전 카프레제가 나옵니다.

하지만 정말 문화 충격이었던 건 디저트로 곁들여 나온 BLT 크렘브륄레.

베이컨, 양상추, 토마토를 뭘 어떻게 요리하면 이런 음식이 만들어지는지 모르겠는데, 맛있습니다.

양상추 퓨레에 설탕을 섞어 달달한 디저트를 만든다고 하면 그닥 맛이 없을 것처럼 들리는데, 놀랍게도 맛있습니다.


 

카페테리아식 학생식당 The Egg에서 먹었던 포크 커틀렛과 볶음밥, 콜라드 그린(남부식 푸른잎채소 볶음)

CIA는 대다수의 학생이 기숙사에 살고, 기숙사에 가장 가까운 식당은 Egg인 탓에 이용객 수가 다른 프로덕션 키친에 비해 어마무시하게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메뉴 선정은 아무래도 프로덕션 키친에 비하면 좀 부족하지 않나 싶은데, 시간이 없을 때는 이거라도 감지덕지하며 먹게 되지요.


 

베이킹 학생들이 만든 디저트 플레이팅. 

식당에 들어서면 언제나 케이크와 쿠키, 파이 등의 디저트가 넘쳐나기 때문에 '예쁘게 플레이팅한 작품들만 먹자'고 다짐했는데

그 다짐이 무색하게도 8월달에는 유난히 디저트 플레이팅을 많이 만났네요.

체리 절임과 베리 무스를 곁들인 초콜렛 케이크. 그런데 제일 마음에 들었던 건 초록색으로 뽑아낸 설탕이었습니다.

왠지 어릴 적 먹던 달고나 느낌이 나더라구요.


 

졸인 배? 복숭아?를 곁들인 무스 케이크. 

프로덕션 키친 메뉴는 음식 이름과 재료를 다 써서 메뉴를 벽에 붙여놓는데, 제과제빵쪽은 그냥 테이블에 주욱 깔아놓고 갑니다.

제과제빵 교과서도 있으니 이름 찾아보자고 들면 찾을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시간이 없는게 문제지요.

그래도 맛의 조합이나 플레이팅 방법 등은 최대한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베르네이즈 소스를 곁들인 연어 구이. 

햄버거처럼 쌓아올린 라따뚜이는 맛있었는데 연어는 영 아니올시다였던 날이었네요.

특히 소스가 묽고 거품이 눈에 보이는 걸 보니 담당 학생이 힘들어서 거품을 대충 냈나봅니다.

뭐, 학생들이 요리하는 프로덕션 키친의 특성 상 이런 날도 있기 마련이지요. 언제나 홈런만 칠 수 있나요. 


 

과일 졸임을 올린 비스킷과 조각 케이크. 이런 거 먹고 나면 며칠은 달다구리 생각이 안 납니다.

평소에는 후식 안 먹던 사람들도 디저트 플레이팅이 나오는 날에는 다들 하나씩 가져가기 때문에 시간 잘 안맞으면 구경도 못할 때가 많습니다.

게다가 겉만 봐서는 실력 파악이 잘 안되는 조각 케이크나 파이 종류와는 달리, 플레이팅된 디저트는 한 눈에 봐도 누가 잘 만들고 누가 못 만들었는지가 보이기 때문에 예쁜 접시부터 차례대로 사라지지요.


 

과일 소스와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케이크.

럭비공처럼 생긴 퀸넬 모양이 살아있는 아이스크림을 보니 반갑기 그지없네요.

워낙 날이 덥다보니 냉방을 틀어놓은 학생 식당인데도 조금만 지나면 아이스크림은 다 녹아서 흔적만 남기 때문입니다.

아이스크림이 녹아서 소스가 되어버린 디저트 플레이팅을 보며 '나중에 돈 많이 벌면 학교에 디스플레이 냉장고를 기증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중남미 및 캐리비안 지역 요리인 후두투(Hudutu). 

코코넛 밀크로 쪄낸 생선 스튜입니다. 생선 아래쪽에는 플랜테인이라고 불리는 요리용 바나나를 갈아서 깔았습니다.

코코넛 밀크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그래도 처음 보는 음식이니 먹어보자는 생각에 시도했는데,

생선하고 함께 먹을 때는 그저 그렇더니 매쉬드 플랜테인에 끼얹어 먹으니까 완전 맛있네요.

플랜테인 특유의 새콤한 맛과 고소하다못해 느끼한 느낌이 드는 코코넛 밀크가 잘 어울립니다.


 

중국요리와 이탈리안 요리 퓨전인 듯한 미트볼 누들.

면과 채소 토핑은 중국식인데 미트볼과 소스는 중국식 고기경단이 아니라 이탈리아식에 가깝습니다.

의외로 잘 어울려요.


 

지중해 요리교실에서 먹었던 뇨끼.

요리는 처음에 먹었던 기억이 강렬하게 남는다는 것을 실감하게 만드는 메뉴입니다. 

뇨끼를 처음 먹어봤던 게 디즈니월드 신데렐라 성이었거든요.

그래서인지 이탈리아 음식인 뇨끼를 먹을 때면 관계 하나도 없는 신데렐라 성의 디즈니 공주들이 떠오릅니다.


 

간혹 가다보면 어떤 날은 요리 클래스 중 상당수가 문을 닫고, 그나마 문을 연 식당에서도 마음에 드는 메뉴가 없는 날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대형 연회 요리 클래스에서 뷔페식으로 챙겨 먹곤 합니다.

요리 가짓수가 훨씬 더 많다보니 그 중 한 두개는 마음에 드는 요리가 걸리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열심히 학교 급식을 먹다보니 어느 덧 8월도 다 지나가고, 

건물 곳곳에 건초더미 장식물이 들어서는 걸 보니 가을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집니다.

9월달에는 또 어떤 음식을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되네요.

추천수24
반대수2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