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모든 것은 꿈이었다.

|2018.09.16 02:17
조회 1,231 |추천 7

꿈을 꾸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꿈.


너는 백마 탄 왕자였고

난 평범하지 못한 한 소녀였다.


백마가 꽃을 지르밟고 갈 때

그 자리에 꽃을 다시 심던. 그래야만 했던

정이 많은 소녀였다.


사람으로서 내밀었던 너의 손을

사랑으로 덥석 잡아버릴까 숨긴 나의 손은


어느새 너를 찾고 있었고

닿았던 감촉에 잠 못 이루며 긴 밤을 지새웠다.


스치면 사랑일까

몇 번 스쳐간다고 인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터.


그런 내 맘을 흔들고 간 너는

아니라고 하겠지만 넌 나를 흔들기에 충분했다.


그럼 어쩔까

넌 왕자고 난 그저 소녀인걸.

너의 세계에 들이기엔 무색한 평민인걸.


너의 손은 따뜻하고 고왔지만

난 차갑고 거친 손인걸


원하는 걸 이룰 수 있는 너와 달리

부족한 걸 채우기도 힘든 나인 걸.


이런 내가 너와의 밤을 기다렸다는 걸

알아주길 바랐던 새벽의 하늘은 야속하게도

아름다웠다.


널 기다리는 깊은 밤이.

사라지는 너를 그리워하는 고요한 새벽이.

요동치는 내 마음과는 다르게 일정하게 흘러간 시간들이.


때론 서럽고 네가 많이 미웠지만

우리는 같지 않다는 걸 알려주는 거 같아서.


그래서 한없이 슬펐다.

외롭고 쓸쓸했다.


그걸 채워주는 게 달빛이 아닌 너였으면 했다.


이대로 너와의 슬픈 결말을 맞아야 할까


이 꿈에서 깨어나면.

난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누구도 오지 않던 삶에 너란 빛이 나를 껴안았다.

사실 곁에만 왔을 뿐인데 나는 꼭 안겼다.


겉은 차가웠지만 품은 무엇보다 따뜻했다.


그런 너를 누구보다 열렬히 사랑했다.


좋았던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너를

기다렸던 아픈 날보다


함께 저물어가는 노을을 보며 웃음 짓던 날이

더 많이 생각나서 너무 아렸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넌 왕자고 나는 소녀였다.


너와 나의 거리가 가까워질 때

우린 서로를 허락하기엔 다른 먼 길을 걸어왔으니

자연스럽게 다른 방향을 보아야 할 때.


사람으로서 마주한 모든 것이

사람으로서 너를 알아간 모든 순간이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흐려지는 게.

그 끝엔 마음을 지워야 한다는 게

너무 슬프고 힘이 들었다.


시간에 맡기기엔

너를 사랑한 시간보다 잊기 위한 시간이.

꿈을 꾼 시간보다 잊어야 하는 시간이.

더 힘들다는 걸 알기에


꿈에서 깨어나고도

다시 꿀 수 없다는 사실에

널 만날 수 없을 거란 확신에

꿈에서처럼 너를 그리고 아파하고 있다.


난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너를 좋아하고 사랑한다..


그렇지만 달라지는 건 없다.

난 가진 것 없는 가난한 소녀고

넌 왕자고 빛이니까.


꿈을 꾸었다.

즐겁기도 슬프기도 했던 꿈.

깨어나야 했지만 끝내기 싫었던 꿈.


우리는 가는 방향도 서로를 보는 방향도

모든 것이 달랐지만 그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

추천수7
반대수2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