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14 / la = 김형신 통신원
제이슨 본, 그가 돌아왔다. <본 아이덴티티>와 <본 슈프리머시>의 뒤를 이어 제이슨 본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세 번째 여정 <본 얼티메이텀>이 지난 7월 22일 미국 la에서 공개됐다. 보이지 않는 권력에 대항해 훈련된 두뇌와 맨몸만으로 치열한 생존 싸움을 벌여온 고독한 스파이 본이 드디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
눈요기를 위한 총격전과 자동차 추격 신, 양념으로 가미된 미지근한 로맨스, 이미지를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은 단순한 스토리 등 스파이 액션 장르의 정형적 요소들은 으레 영화의 한계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참으로 무던하리만치 이 장르에 충실해 더욱 빛나는 영화 한 편이 지난 2002년 탄생한 <본 아이덴티티>다. 액션 장르의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과 더불어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묘한 영화였던 <본 아이덴티티>는 장르적 정형성을 거부하지 않으면서도 스파이 액션 장르에 대한 경시적인 편견을 불식시키며 ‘본’ 팬들을 양산해냈다.
이어 2년 후인 2004년, ‘본 시리즈’ 두 번째 영화 <본 슈프리머시>가 만들어졌고 전세계 박스오피스에서 5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둬들이며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성공을 거뒀다. 2편 이후 3년 만이자 첫 영화가 만들어진 지 5년이 지난 지금, 시리즈 3편인 <본 얼티메이텀 the bourne ultimatum>은 두어 달 전부터 로스앤젤레스 거리에 “8월 3일, 본이 집으로 온다”는 문구가 적힌 대형 광고판을 내걸며 관객과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배우들의 손도장에 자신의 손을 맞춰보며 기념촬영을 하는 사람들과 영화 속 캐릭터로 분장한 채 관광객들에게 정겨운 인사를 건네는 마임 예술가들의 활기로 언제나 분주한 이곳, 맨스 차이니즈 할리우드 극장에서 7월의 저녁 햇살을 맞으며 <본 얼티메이텀>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모든 것이 시작되고 끝난 곳
기억을 더듬어보자. cia가 극비리에 운영하던 암살단 조직 트레드스톤의 최고 요원이었던 제이슨 본(맷 데이먼)은 기억을 잃어 자신이 왜 쫓기는지 영문도 모른 채, 그저 살아남기 위해 ‘그들’로부터 도망친다. 본의 아니게 본을 도와준 인연으로 만나 연인 사이가 된 마리(프란카 포텐테)와 본은 인도에서 조용히 숨어 지낸다. 여전히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기억과 자신이 누구였는지조차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과거에 괴로워하던 본은 자신을 쫓던 암살자에 의해 마리를 잃고, 또다시 거대 세력으로부터 쫓기는 신세가 된다. 마리에 대한 복수와 더불어 ‘나는 누구였는가’에 대한 의문을 좇아가던 중 자신은 명령에 따라서 무고한 사람까지 살해해야만 했던 암살자였다는 걸 알게 된다. 이것이 2편까지의 이야기다.
3개 대륙 7개국을 누비는 액션
‘본 시리즈’는 로버트 러드럼의 원작 소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소설 역시 영화와 마찬가지로 같은 제목의 3부작이다. 이 베스트셀러 소설 <본 아이덴티티>를 영상으로 옮긴 건 사실 영화가 아닌 tv가 먼저였다. tv판이 방영됐던 1988년은 3부작 가운데 두 번째 소설 <본 슈프리머시>가 출간된 지 2년이 지난 후였지만 tv는 원작 소설 1편인 <본 아이덴티티>만을 다뤘고, 후속작이 제작될 여지를 남겨두지 않고 종결했다. 그리고 소설이 출간된 지 22년 만인 2002년, <본 아이덴티티>는 영화로 옮겨졌다. 어쩌면 옮겨졌다는 말은 적절치 않을지도 모른다. 소설과 비교적 유사한 이야기를 보여줬던 tv판과 달리 영화 <본 아이덴티티>에서는 기억을 잃은 스파이가 추적당한다는 설정과 몇몇 캐릭터만 가져왔을 뿐 소설과 거의 다른 내용이 펼쳐진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 시나리오를 쓴 토니 길로이는 감독의 지시에 따라 소설은 읽지 않은 채 감독이 작성한 영화의 기본 시놉시스만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2편 <본 슈프리머시>와 3편 <본 얼티메이텀> 역시 소설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펼친다. 1편의 감독이었던 더그 라이먼은 2편에 이어 3편에서도 프로듀서로 나섰고, 2편과 3편은 <블러디 선데이>의 영국 출신 감독 폴 그린그래스가 메가폰을 잡았다. 오랫동안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왔던 그린그래스는 <본 슈프리머시>에 이어 <본 얼티메이텀>에서도 그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핸드헬드와 줌, 그리고 찰나적인 빠른 편집 기법을 사용해 거칠고 투박하면서 지극히 사실감 있는 영상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본 시리즈’의 액션 안무와 추격 시퀀스들은 그동안 본 시리즈 마니아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본 얼티메이텀>의 무협영화를 연상시키는 섬세한 무술 동작은 이날 시사회장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를 빚어내기도 했다. 시야를 제한하는 카메라 시점과 핸드헬드 기법은 누군가 나를 어디선가 감시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데에서 오는 불안함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건물에서 건물로 뛰어다니는 맷 데이먼을 뒤따라 점프하는 스턴트맨의 몸에 카메라를 부착해 현장감 있는 영상을 창조하는 등, 영화는 기발한 아날로그적 방식을 통해 영화 속 인물들이 느끼는 긴장감과 생동감을 스크린 가득 전달한다. 특히 런던 워털루 역에서의 접선 시퀀스, 그리고 탕헤르에서의 스쿠터 추격과 옥상 추격 시퀀스는 스파이 액션물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준다. 동시에 이 하이라이트 장면들에서 슬픔을 간직한 천재 스파이 제이슨 본, 혹은 맷 데이먼은 자신의 매력을 흠뻑 발산한다.
소설 <본 얼티메이텀>은 3부작 소설의 완결편이다. 그러나 영화가 원작 소설과는 판이하게 전개됐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본 얼티메이텀> 이후 본 시리즈 영화가 또다시 제작되는 것도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다. 실제로 제작사 유니버설 측에서 4편, 5편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문이 인터뷰장 여기저기서 들린다. 마티니와 로맨스를 즐기고 조직이 제공한 고급 승용차와 최첨단 장비를 사용하는 우아한 스파이 제임스 본드가 20세기를 대표하는 스파이였다면, 보이지 않는 권력에 대항해 훈련된 두뇌와 맨몸만으로 치열한 생존 싸움을 벌이는 고독한 스파이 제이슨 본은 21세기를 대표하는 뉴 제너레이션 스파이다. 그가 장수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일이다.
“'본 시리즈', 계속되기를 바란다”
-폴 그린그래스, 맷 데이먼 인터뷰
‘본 시리즈’ 4편을 만들 계획인지?
폴 그린그래스 | 최근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어떤 대답을 하더라도 외교적인 대답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 영화를 마치며 생각했던 것은 내가 이 영화를 제대로 만들었나, 그리고 과연 사람들이 좋아할까였다. ‘본 시리즈’가 계속되기를 바라고 그럴 것이라 믿지만, 내가 두 편을 감독했다 하더라도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
폴 그린그래스 | <블러디 선데이> 이후 <본 슈프리머시> 연출 제의를 받았다. 작은 규모의 영화를 주로 만들었던 나로서는 주류에서 작업한 첫 영화였는데, 아무도 내게 어떻게 만들어야 한다고 지시하지 않았다. 많은 자유가 주어졌달까. <본 얼티메이텀>에서는 동시대적인 이슈를 다루기 위해 생생한 현장감이 있는 장소를 찾는 데에 중점을 뒀다. 이 영화에서 런던은 빅뱅의 런던이 아니다. 할리우드 같은 런던이 아니라, 기차역이 나오는 실제 삶의 공간이다. 나쁜 사람이 있다기보다 나쁜 시스템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믹북의 슈퍼 히어로가 아니라 어드벤처를 통해 동시대적인 이슈를 다룬다는 것이 ‘본 시리즈’의 매력이다. 거의 20년간 저예산영화를 만들면서 나 자신을 할리우드와 연관시켜본 적은 없었지만, 이제 주류에서도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본 시리즈’를 만든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촬영했던 점이 꽤 도전적이었을 것 같다.
맷 데이먼 | 스케줄 측면에서 본다면, 이 영화는 내가 지금까지 출연했던 영화 중 가장 힘들었다. 대부분의 경우 30일이면 촬영을 마치는데 이 영화는 140일이 걸렸다. 영화 촬영기간 동안 가족과 함께 이동했는데, 유럽에서 돌아올 때 당시 11개월이던 딸의 여권을 보니 11개의 스탬프가 찍혀 있었다. eu 국가들의 경우 스탬프를 찍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도 말이다. 그리고 말인데, 예전에는 촬영이 없을 때면 철저히 운동을 하면서 몸을 만들었지만, 이번 영화를 할 때는 촬영이 끝나면 딸이 보고 싶어 운동을 소홀히 했다. 그랬더니 점점 몸매가 망가져 촬영 후반으로 갈수록 몸을 옷으로 더 많이 가려야만 했다.(웃음)
만약 4편이 만들어진다면 출연할 의사가 있나?
맷 데이먼 | 난 4편이 만들어질 수 있을지부터가 의문이다. 본이 찾고자 했던 해답은 3편에서 얻게 된다. 아마 머리를 심하게 부딪혀서 기억을 또 잃게 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겠다. 실제로 어느 기자가 자동차 열쇠를 찾으러 다니는 제이슨 본의 이야기를 네 번째 영화로 만들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한 적도 있다. 이를테면 2시간 동안 본이 “내 차 열쇠 어디 갔지?”하면서 차 열쇠를 찾아다니는 이야기 말이다.(웃음)
앞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하고 싶나.
맷 데이먼 | 벤 애플렉과 좀 더 많은 작업을 하고 싶다. 공동 연출이든, 공동 시나리오 작업이든, 아니면 서로의 영화에 출연하는 방식으로든.
스틸컷
개인적으로 완결이었으면 좋겠습니다. (4편 내지마~ ^^;)
"이제 나이들어서 액션하는 게 옛날같지 않다.
액션씬 찍고 난 다음날을 온 몸이 찌뿌둥하다."라고 맷이
너스레 떨며 웃는 게 웃는 거 같아 보이지 않는 팬심..?(ㅎㅎㅎ)
....때문만은 아니라,
왠지 하나 더 나오면 시리즈 격이 떨어질 것같은 생각에서.
그리고 벤이랑의 작업은 계속 원하는 것 같은데
잘 안 되는 것 같네요.
작년에도 무슨 법정드라마 같이 한다고 그랬는데 그 후에 말 없고
이번에도 둘이 시나리오 작업 같이 한다는 정보는 있는데
확실하게 밝혀진 게 없으니 덜컥 믿었다간 또 뒤통수 맞을지도 모르고..ㅎㅎ
뭐, 둘 다 만나면 일단 딸자랑부터 하고 볼 위인들...하하하
개봉 9월 13일로 변경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