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후기
우선 많은 분들께서 의견을 올려주신 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일부 분들은 독립적 성향인 분들과 만나면 된다는 의견을 주셨고, 대부분의 분들이 별로거나 싫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돈만 주면 된다는 생각은 이기적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반성하게 되네요. 해기사 가족분들께서도 여러 의견을 주셨는데 감사드리며 오늘도 당신들을 위해 일하시는 그분들께서 안전운항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시어머니 육아를 싫어하는 분들이 많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는데,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었네요. 저는 장모님께 부탁드리는 건 뻔뻔한 거라 생각했고, 그렇다고 해서 혼자만 하게 두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제가 바쁘게 일하시는 기러기 아버지와 전업주부이신 어머니 아래에서 자라서, 아버지의 가정적 역할이나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제가 더 기술하지는 않았지만, 사실 외국계 회사들은 대체로 근무/휴가 비율이 50대 50인 경우가 많습니다(유럽에서는 이혼 사유로 인정되어서 강제화라고 들었습니다). 저도 이 길을 계속한다면, 매년 절반은 쉬는 셈이니 그런 회사로 자리를 옮길 생각도 있었는데 분위기를 보니 그래도 좋다는 분들은 거의 없으실 것 같아서, 마음이 현직을 그만두는 쪽으로 기운 상태네요. ^^;
VTS 등 다른 직업을 제안해 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친절하시더군요. 힘들더라도 함께 열심히 살 인연을 찾아봐야 되겠습니다.귀중한 의견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시간 내 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원문
안녕하세요. 이전부터 눈팅은 했지만 가입하고 글을 쓴건 처음입니다.혼자 고민해도 부질없는 듯해서 상담받고 싶어서 여기에 글을 올려봅니다.
저는 28세이며 현재 항해사로 근무중인 남성입니다. 이 직업은 제가 들인 노력에 비해서 아웃풋이 괜찮은 직업입니다만, 가장 큰 문제는 연중 8~9개월을 배에서 보내야 한다는 겁니다.
솔직히 저는 이 직업이 싫진 않습니다. 받는 돈도 평균보다는 많고, 돈 쓸 일이 없어서 저축도 되고, 휴가 쉴 때도 보통 2-3개월 동안 푹 쉬니까요. 혼자 산다면 아무런 문제도 안되겠죠.
문제는, 제가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거에요. 그녀가 허락해준다면, 저는 40~50정도까지 이렇게 일해도 좋습니다. 지금 월급은 평균 세후 650은 넘게 받으니 외벌이라 해도 과욕이 없으면 괜찮다고 생각해요. 선장까지 가면 경제적으로 쪼들릴 일은 없겠지요. 지방에 제 명의로 된 40평 아파트도 하나 있어요.
하지만 동료, 지인들은 이 직업을 유지하면서 하는 결혼 생활은 공허할 뿐이니 육상에 정착해서 생각해 보라는군요. 아내가 외로움에 바람 필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도 하구요. 그리고 제가 가만히 생각해봐도 좋은 남편이자 아빠가 되려면 가족 곁에 있어야 할 것 같더라구요. 아무리 휴가 내내 쉰다지만 일년의 1/4밖에 곁에 있을 시간이 없다면 아내는 물론 가족들도 괴롭고 힘들어하겠죠.
또 하나의 고민은, 제가 아이들을 좋아한다는 거에요. 입양도 상관없다는 주의고, 둘 이상은 있으면 하거든요. 어머니도 흔쾌히 돌봐줄 테니 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최근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아무리 시어머니가 맡는다 해도 아내의 부담이 클텐데, 반면에 어느 정도 아이들이 크면 경제적으로 아쉬울 때가 많다는 이야기도 들어서요.
항해사는 사실상 정년이 거의 없는 직업이고, 급여 자체가 높으니 퇴직금과 연금 고려하면 노후는 걱정되지 않겠죠. 그러나 가정에 충실하고 싶고, 저도 아이를 좋아하니 같이 놀아주고 제가 공부도 시켜주고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보니 이게 또 걱정이네요.
이런 고충을 이야기하면 집도 있고 모아놓은 자금도 좀 있으니 그냥 시험봐서 공무원하라는 말도 듣고, 돈 무시할 수 없으니까 그런 삶을 함께 해 줄 사람을 찾으라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사실 이 직업을 그만둔 사람들 대부분은 9급 공무원 하고 있습니다. 물론 공무원의 경우에는 벌이가 많지 않으니까 어쩔 수 없이 맞벌이인 사람을 찾겠지요.
앞으로의 삶을 생각해서, 지역에 정착해서 공무원을 하는 것과, 계속 항해사로 일하는 것.여러분은 어떤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하시나요? 당연 어느 쪽이든, 할 수 있는 데까지 가사와 육아를 분담한다고 했을때요.
(아내가 요청하면 전업남편도 상관없지만 그런 사람을 만날 확률은 현저히 낮을테니까요 ^^;)
귀중한 의견들 감사히 받겠습니다. 읽는 분들 모두 평온한 하루 보내시길 기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