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재(32)는 행동가다. 그것도 확실한 명분과 신념에 가득 차 있다.
그는 개그맨에서 출발했지만 자신의 영역을 결코 개그계에 한정 짓지 않았다. 개그연기를 보이다 탁월한 mc로 급부상하더니, 이어 영화(슈퍼스타 감사용)와 드라마(야인시대)에서는 제대로 된 정극 연기자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대중들보다 한 발 앞서 변신하는 모습을 보이던 그는 데뷔 5년만에 어느덧 정상급 mc대열에 합류했다. 브라운관 최고의 히트예능물인 k2tv ‘스폰지’를 비롯해 ‘스타골든벨’‘즐거운 일요일-해피선데이’의 메인mc로 활약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 말 kbs 연예대상에서 영예의 대상도 타는 영광도 안았다.
사실 이번 수상이 이혁재에게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2003년 가을개편 때 신동엽, 강호동 등 톱클래스 mc들이 최고가의 개런티를 받고 모두 sbs로 향했을 때 이혁재만이 kbs에 남았다. 가장 힘들 때 kbs 예능프로그램을 지킨 그에게 kbs는 연예대상으로 화답한 셈이다. 연예인들 사이에서 ‘술자리에서 가장 재미있는 연예인’으로 꼽히는 그(술은 그리 많이 마시지 못한다)인지라, 취중 인터뷰를 청했다.
그러나 6일 저녁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그의 아지트라는 고깃집 ‘이건돼지’에서 만난 그는 너무도 진지했다. 사실 시상식에서 이혁재가 자신의 진가를 인정해준 이들에게 말한 ‘결초보은’이란 말은, 그의 인생관을 잘 드러내는 단어였다. 자신의 이해득실을 따지는데 가장 재빠를 것 같은 연예계에서, 우직하게 ‘정직의 미학’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이혁재가 밝히는 성공인생을 향한 마스터플랜을 공개한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솔직한 방송인으로 남고 싶어요!
지난해 k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것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무엇보다 기쁜 건 함께 일하는 분들이 저를 인정해 주었다는 사실이에요. kbs pd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투표 결과 제가 90%에 가까운 지지를 받았대요. 그 사실을 전해 듣고 어찌나 기쁘던지. 하지만 제가 지금 ‘최고’이기 때문에 받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요. 지금은 아니지만, 앞으로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높은 가능성을 믿고 주신 상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진짜 하고 싶은 방송은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프로그램이에요. 그것이 토크쇼이건 버라이어티쇼이건 장르는 중요하지 않아요. 가령 요즘 누드 찍은 연예인들 많잖아요. 결국 사람들이 그들에게 묻고 싶은 것은 “왜 누드 찍었냐? 결국 돈 때문 아니냐?” 이런 질문이거든요. 욕을 먹어도 솔직히 거침없이 물어보는 진행자가 되고싶어요.
결국 방송은 기호품이고 소모품이거든요. 인기만 추구하면 아주 보편적이고 규격화된 재미없는 프로그램만 남고 말거예요.
●불혹을 넘기면 출마할 거예요!
여러분을 즐겁게 하는 방송인으로 이혁재의 모습은 아마도 마흔살까지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마흔 다섯쯤 되면 꼭 정치를 하고 싶어요. 왜 정치냐고요? 올바른 지도자 한 명만 있으면 걱정할 것이 없잖아요. (정치에 대한 이혁재의 확신은 너무도 투철해서 대학도 육군사관학교를 지망했다. 그 때만 해도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정치인들이 육사출신이었기에, 꼭 그곳에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첫해 낙방하고 공대로 진로를 수정했지만, 정치에 대한 야망은 절대 버리지 않았다)
세상을 바꾸는 정치를 하고 싶다는 어릴적 꿈을 변치 않고 밀고 나가는 저의 힘의 원천에는 바로 가족이죠. 경제적으로 어려웠지만 사람 사는 도리를 잃지 않았던 부모님에게 많은 깨달음을 얻었거든요.
방송일을 하다 하기 싫은 선택을 강요당하면, 그만두라고 말하는 아내도 너무 고맙죠. 선생님인 자신이 먹여 살리겠다고 할 때는 진짜 든든해요.
지금부터 전 아주 구체적으로 정치인으로서 이혁재의 미래를 준비할 거예요. 전 제가 나고 자란 인천에서 정치를 할 거예요. ‘인천하면 이혁재가 있구나’ 이렇게 인천시민들이 생각할 수 있게요. 제가 집중적으로 공략하고자 하는 계층은 특히 실버계층이에요. 우리나라 현재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가 바로 진보와 보수계층의 갈등 아닌가요? 전 나이 지긋한 어른들에게 인정받는 개혁적인 정치가가 되고 싶어요.
■5년간 동거동락한 최고의 파트너!-매니저 김범준
지난 25일 열린 kbs 연예대상에서 대상수상 소감을 말할 때 이혁재는 자신과 8년간 동거동락한 매니저 김범준씨에게 “넌 최고의 매니저야!”라며 고마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72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의 인연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9년 mbc 개그맨 공채로 데뷔한 직후 김범준씨를 만나기 전, 그는 적지않게 마음고생을 하고 있었다. 도제식의 강압적인 선후배 문화가 남아있는 개그맨 사회에도 쉽사리 적응하기 힘들 때 만난 사람이 바로 지금 현재 소속사(지니쇼비즈)의 박진 대표와 김범준씨였다. 이혁재가 오늘의 자리에 있기까지 굴곡도 많았지만 힘든 상황을 함께 겪어내며 두 사람의 서로에 대한 믿음은 더욱 굳어져 갔다.
특히 김범준씨는 95년 이휘재를 시작으로 10년째 남희석, 이혁재 등 줄곧 개그맨만 담당해온 연예계의 몇 안되는 개그맨 전문 매니저다.
지금은 연예관계자들이 손꼽는 가장 이상적인 파트너십을 자랑하는 ‘스타-매니저’ 듀오인 이들은 “‘착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연예계에서 성공해야 한다’는 인생관이 일치해서 잘 맞는 것 같다”며 “평생 계속 함께 일하고 싶은 친구”라며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최효안기자 anny@
사진 배우근기자 namast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