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목숨을 잃은 후, 제가 억울한 마음에 처음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던 글, 다른 분들이 안타까운 마음에 퍼다주신 글들은 병원측에서 게재 가처분 신청을 했는지, 현재 일부 블라인드 처리된 상황입니다. 주치의 선생님 입장글만 올려진 상황에서 현재 어떻게 된 상황인지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아서 다시 글을 올립니다.
해당 병원과 주치의 선생님이 정말 떳떳하다면, 왜 해당 글들을 모두 블라인드 처리했는지 먼저 묻고 싶습니다.
아내는 지난 8월 20일, 해당 산부인과 전문 병원에서 유도 분만으로 아이를 낳은 후 자궁파열로 인한 과다 출혈로 세상을 떠났고, 가족들은 의료사고를 의심하여 소송을 준비 중입니다. 당시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사망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을 의뢰하였고 현재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저와 처가 식구들이 의료 지식이 많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내가 아이를 낳고도 병원 분만실에서 4시간 동안 고통을 겪다가 대학병원에 옮겨질 때까지 곁에서 지켜본 것, 그리고 그 과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중에 의료기록들을 보고 깨닫게 된 것들 중에서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 의심스러운 부분이 충분히 있었지만, 병원 측은 그에 대해 충분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사과를 받지도 못했습니다. 그리하여 제 아내의 사망원인을 알려서, 다시는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올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먼저 아내의 사망원인에 대해 주치의 선생님이 올린 글을 보면, 아내가 2시 2분 분만 이후 “통상적이고, 호전되어가는 모습”을 보이다가 “5시 45분 전후로 갑자기 악화소견”을 보였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나 가족들은 분만 직후부터 계속된 출혈이 있었는데도 의료진이 출혈의 원인을 찾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주치의가 말하는 5시 45분의 상황은 갑작스럽게 확률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산모가 3시간 40분 이상을 제대로 된 처치를 받지 못해 악화된 결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정말 위급한 상황인데도 주치의가 전원조치를 포함하여 빠른 조치를 취해야 하는 책임을 다하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2시 2분에 아이를 출산하고, 6시 5분에 7번째 팩을 수혈 받으며 대형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전까지, 이미 혈액을 6팩이나 수혈 받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게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지 않아서 인터넷을 찾아봤는데 성인 피의 양이 약 5 L라고 합니다. 혈액팩 1팩(파인트)은 320 ml라고 하니, 6팩이면, 1920 ml = 1.92 L입니다. 저는 아내가 이렇게 많은 양의 수혈을 받고 있었는지도 전혀 몰랐습니다.
이것이 말씀하셨듯이 “통상적이고, 호전되어가는 모습”입니까? 그리고 아내는 혈액에다 링겔까지 맞고 있었는데 의료기록을 보면 아내의 소변량은 30 ml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의사가 아닌 제가 생각할 때도 들어가는 것과 나오는 것이 대충 일치해야 할 것 같은데, 소변량이 이렇게 적으면 어디선가 피가 새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최소한 한 번만, 단 한 번만이라도 출혈의 원인을 의심했다면, 아내는 살 수도 있지 않았겠습니까.
3시 이후 간호사들이 아내의 출혈이 심상치 않은 것 같아 주치의와 원장을 콜하고 나서 왜 5시 45분까지 출혈을 잡았다고만 생각하고 출혈의 원인을 찾지 않았습니까? “5시 45분의 악화된 상황”은, 갑자기 발생한 상황이 아니라, 아내가 3시간 40분 이상을 제대로 된 조치를 받지 못했기에 일어난 결과로 보는 것이 이 상황에서는 더 타당해 보입니다.
그리고 주치의 선생님은 아내를 막판에서야 “보호자의 뜻에 따라” 18분 거리의 대형 병원으로 옮겼다고 했는데, 그렇게 다급한 상황이었으면, 보호자에게 정확히 얘기해서 최대한 빠른 곳으로 옮기는 것까지 주치의의 판단의 범위 아닙니까. 보호자는 나가서 대기하라고 해서 있다가, 수술이 필요한 상황인데 저한테 어느 병원으로 갈 거냐고 묻는다면 제일 좋은 병원(S대학병원)으로 가달라고 하는 것 말고 뭐라고 얘기하겠습니까. 1분 1초가 아쉬운 상황에서 그 판단을 의료지식이 없는 보호자에게 맡겼다고 인정하는 겁니까? 퇴근시간대의 교통체증 속에서 병원까지 가는 시간은 훨씬 길어졌고 결국 아내는 구급차에서 심정지가 왔습니다.
첫째 아이를 주치의 선생님에게서 분만하여 둘째 아이까지 믿고 맡겼던 것, 의료진을 철석같이 믿었던 것이 저의 죄라면 그것은 제가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하지만 주치의와 병원도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리고 주치의 선생님이 “합의금 10억 원” 얘기를 통해 가족들이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듯이 언급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고, 남은 가족들에게 두 번 죄를 짓는 일입니다. 이 병원은 이미 의료소송의 경험이 있어서 의료사고로 인한 형사소송에 들어가기 전에, 병원측이 받아들이든 그렇지 않든 “통상적으로” 변호사가 내용증명을 보내 ‘제소 전 화해’를 요청하는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저희가 선임한 변호사님이 제시한 손해배상의 금액은 금융계에서 10년 가까이 정직원으로 근무해온 35세의 아내가 살아있을 경우 정년인 65세까지 발생할 추가 소득과 장례비, 유가족 위자료 일부를 포함하여 최소한으로 제시된 것입니다. 이후 소송과정을 통해 책임의 범위에 따라 이것을 기준으로 손해배상의 범위도 정해진다고 합니다.
병원측에게는 결국 이것이 돈 문제일 수 있지만, 우리들에게는 아내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책임을 밝히는 문제입니다. 병원이 가족들에게 손해배상을 하는 것은 책임질 일이 있다면 당연히 책임을 지는 방식 중 하나입니다.
병원측에게 요청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다른 산모와 가족들도 최소한의 알권리가 있지 않습니까. 의료사고를 경험한 내용을 인터넷에 올리면 안 되는 것인가요. 제가 병원이름을 알리기를 했습니까. 주치의 이름을 공개했습니까. 저는 그저 제 상황을 올린 것입니다. 병원이 어떤 수단과 방법을 통해서 제 글을 내리게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저는 그럴수록 제 글을 계속 올릴 것입니다.
어차피 의료지식이 짧은 제가 주치의 선생님과 시비를 가릴 수도 없는 일이고, 그것은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밝혀질 것입니다. 하지만 출산을 앞둔 분들, 그 가족분들이 이 과정을 아는 것은 중요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분만은 무척 위험한 일이고, 그러한 상황에서 책임의식 있는 의료진의 빠르고 정확한 판단은 사랑하는 사람의 목숨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의료진이 모든 사람을 살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경각심과 책임감 있는 의사는 최소한 살릴 수 있는 사람을 죽게 하지는 않습니다.
의료사고 소송은 다들 어렵다고 하는데, 병원이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을 지고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는 사례가 더 많아져서 이러한 억울함을 겪는 사람들이 앞으로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같은 마음으로 아래 청원에도 힘을 보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넷 청원 주소: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388917
추후에 병원측에서 작성한 간호기록과 경과기록지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전문지식이 부족한 저희들을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아래는 지난번에 올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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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출산 과정에서 아내를 잃고 억울한 마음에 지난번에 게시판에 글을 올렸던 남편입니다. 아내는 지난 8월 20일 한 산부인과 전문 병원에서 유도분만으로 아이를 낳은 후에 과다출혈로 세상을 떠났고, 가족들은 의료사고를 의심하여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는 엄마 얼굴도 제대로 못 본 갓난쟁이 아이와 5살짜리 딸을 홀로 키워야 하는, 정말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 상황에 있습니다.
지난번에 글을 올리고 여러분들의 조언과 위로의 댓글들 정말 감사하게 읽었습니다. 댓글을 읽고 생각을 다시 정리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감정을 배제한 진술서 형식이 더 객관적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너무 많은 내용들이 나열되다보니 저와 가족들의 생각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되는 것 같아서 그 글에 덧붙이는 형식으로 몇 자 다시 적습니다.
우선 판에 글을 올린 것은 병원이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에 대해 억울한 마음으로 글을 쓴 것입니다. 그리고 그 병원에 갔던 것이 너무나 후회가 되어 다른 분들은 저 같은 일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아주 컸습니다.
애초에 내가 왜 그 병원에 갔을까? 왜 나는 밖에서 기다리라는 의료진 말에 문 밖에 서서 애타는 마음으로 기도만 하고 있었을까? 왜 괜찮다는 의사 말만 믿었을까? 정말 매일매일 가슴을 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말씀하신대로 분만은 정말 위험한 일입니다. 여전히 아이를 낳는 일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 맞습니다. 다만 과거와 달라진 것은 의학이 발달해서, 위험한 상황이 왔을 때에도 그에 대해 제대로 대처를 받는다면 목숨을 구할 수 있는 확률이 그만큼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내의 소식을 들은 많은 분들도 요새 세상에 누가 애를 낳다가 죽느냐고도 하고, 저도 그런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그런데 제 아내는 그 힘든 분만의 고통을 견디며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고도, 4시간 동안 피를 흘리며 고통을 받다가 의료진의 판단 착오 혹은 방심으로 제대로 된 처치를 받지 못해 세상을 뜨게 되었습니다. 이 부분이 병원에 책임을 묻고 있는 부분이고 꼭 책임을 지게 할 것입니다.
아무리 억울하다고 해도 근거가 없는데 소송에 들어가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병원 측의 문제로 여겨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당시 해당 병원은 이미 올해 상반기에 의료사고가 있어서 아내가 불안해했었는데, 그래도 첫째 아이를 출산했던 병원과 의사라서, 새 병원을 알아보는 것보다 경험했던 사람이 더 안전하지 않을까 싶어서 아내에게 병원을 옮기지 말자고 얘기했던 것이 너무나 후회가 되고 미안합니다. 너무 미안하고 의사가 원망스럽습니다.
그런데 해당 의사에게도 같은 환자의 두 번째 출산이어서 그랬는지 오히려 의사가 방심했던 정황이 있었습니다. 아내는 첫 번째 분만 때보다 당시 훨씬 힘든 상황에서 유도 분만으로 출산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주치의는 더 경각심을 가졌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분만 이후 4시간 동안 계속 수혈을 받을 정도로 대량 출혈이 있었는데 의사들은 출혈 원인을 찾지 않았습니다. 의사가 애초에 경각심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렇게 대처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수혈을 해도 상태가 더 나빠지기만 했는데도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습니다. 피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지 않고 넣기만 하면 몸이 어떻게 견디겠습니까. 나중에 의료차트를 보고서야 어떤 상황이었는지 알고 가슴을 치고 있습니다. 의사는 당시 저한테는 수혈 받았던 팩수를 애매하게 말했습니다.
골든타임이 4시간이나 있었습니다. 주치의와 원장 의사는 간호사 콜에 와서 아내를 보고 나가고 그랬는데, 왜 원인을 알아보려는 처치는 하지 않았는지 정말 분노스럽습니다. 유도분만을 힘들게 했고, 출혈이 잡히지 않는다면 자궁파열을 의심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빠르게 출혈을 잡았다면 살릴 수도 있었을텐데 왜 의료진들은 그런 가능성을 생각도 안 하고, 필요한 조치를 안 했는지. 차라리 본인들이 책임지기 어렵다면 빨리 대형병원으로 옮겨야겠다는 상황 판단만 했었어도 되었을 것입니다. 왜 책임지지도 못할 거면서 4시간 동안 데리고만 있었는지. 이 부분은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소송을 통해서 꼭 책임을 지게 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아이 낳을 계획이 있으신 분들, 혹은 주위에 아이를 가질 계획이 있는 가족이나 지인을 둔 분들은 꼭 명심해야 합니다. 위험한 상황에 빠졌을 때 제대로 판단을 할 수 있는 의료진이 있고, 응급수술을 시행할 수 있는 시설이 된 곳에서 아이를 낳아야 합니다. 나한테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겠지 싶겠지만 저도 이러한 의료사고는 다른 세상의 일인 줄만 알았습니다. 그때 그렇게 생각하고 넘겼던 것이 고통을 겪었던 다른 분들께도 미안하고, 아내를 잃고나서야 정말 후회가 됩니다.
청원을 하고 글을 올리는 것이 무슨 의미냐고 묻는 분들도 있는데, 우리 부부만 생각하면 사실 무엇을 해도 아내를 다시 살릴 수도 없는데 다 의미 없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소송 과정을 통해서 아내의 죽음에 대해서 책임을 꼭 묻고 싶습니다. 그것이 아내의 억울함을 풀고, 딸을 잃은 장모님을 비롯한 남은 가족들의 억울함을 푸는 일이 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의료사고는 소송해도 다들 이기기 어렵다고 하는데, 병원이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을 지고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는 사례가 더 많아지면, 이러한 억울함을 겪는 사람들이 앞으로 더 줄어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아내는 평소 주위 사람들에게 많이 베풀던 사람이었고, 아내를 잃고 나서 발벗고 나서주는 주위 분들을 보며, 저도 느끼는 바가 많이 있습니다. 청원을 하고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것도 이 일을 더 많이 알려져서 의료진들은 더 경각심을 갖고, 산모나 가족들이 억울한 일을 겪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같은 마음으로 아래 청원에도 힘을 보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388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