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상실증’ 걸린 드라마…‘겨울연가’ 이후 앞다퉈 제작
‘겨울연가’의 준상,‘봄날’의 은호,‘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의 현우.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기억상실증이다.
기억상실증이 드라마의 주요 모티브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겨울연가’부
터. 준상(배용준)은 기억상실로 첫사랑인 유진(최지우)과의 어린시절 기억
을 잃었다가 재회,다시 사랑을 나눈다. 올들어 계속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sbs의 ‘봄날’에는 더욱 복잡한 기억상실증인 ‘해리성 기억상실증’(부
분기억 상실증)이 나온다. 남자주인공 은호(지진희)는 교통사고로 정신 연
령이 초등 학교 시절로 돌아가 결혼하려던 정은(고현정)의 존재를 잃어버린
다.
또 sbs의 ‘마지막 춤을 나와 함께’에서 남자주인공 현우(지성)는 교통사고
로 기억을 잃고 시골에서 은수(유진)와 함께 지낸다. 그러다 다시 사고를 당
해 재벌가 아들이었던 예전 기억을 되찾지만,유진과 함께 한 최근 기억은
잃고 만다. 한층 더 복잡해진 기억상실증이다.
이렇듯 ‘한사람이 기억을 상실해 갈등이 시작되고 다시 기억을 되찾으며 갈
등이 해소되고 진정한 사랑을 찾는다’는 공식의 드라마가 자주 나오는 이유
는 무엇일까.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주철환 교수는 “과거를 잊어버린 자와 그 상대
자에 대해 모두 연민의 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드라마에서 자주 사용하
는 기법”이라며 “이를 통해 시청자는 과거의 잘못된 행동이나 선택 등을 잊
고 새로운 세상과 새로운 만남을 가질 수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말했
다.
또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느끼는 현대인들의 기억상실에 대한 두려움 때
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디지털카메라,미니홈피,블로그 등 저장매체가 많아졌고,젊은 층의
경우 이같은 ‘기억담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여기에 교통사고,지진해일 같은 자연재해 등
이 언제 어디서 자신을 덮칠 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이같은 기억상실증 드라마를 더욱 인기있게
만드는 요인이다. 기억상실증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올해도 계속 나올 예정이다. 다음 달 7일부
터 ‘쾌걸춘향’ 후속으로 방송되는 kbs2 ‘열여덟 스물아홉’의 경우,29세의 주인공이 사고를 당해
18세의 기억으로 퇴보하는 ‘부분적 기억상실’을 주요 소재로 삼는다. 이 드라마를 연출하는 김
원용 pd는 “기억상실증은 드라마에서 극적인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좋은 소재”라며 “이전의 기
억상실증 드라마가 다소 무거운 분위기였다면 '열여덟 스물아홉’은 코믹한 분위기로 진행된
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