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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31살에 퇴사했고 직종을 바꿨습니다. 그냥 제 이야기에요.

술취해서 |2018.11.05 20:58
조회 16,788 |추천 64

안녕하세요, 술 한잔 한김에 그냥 주절거리고 싶어서 올려봐요. 제 이야기요.

내일 이불킥 하겠지만 뭐, 그건 내일 생각하려구요.

좀 길어요.

그럼 시작할게요.

 

저는 소위말하는 지잡대 경영학과를 나왔습니다.

학교 다닐때는 마케팅을 해보고 싶어서 공모전에 많이 참여 했지만 죄다 떨어졌죠.

그렇게 졸업학년이 다가오고 어영부영 졸업을 했습니다.

토익은 뭐 그냥 없느니만 못했었구요, 학점도 3.14였나...... 17이었나... 정확하겐 기억안나지만 뭐 별거 아니었습니다.
자격증도 변변찮았구요.

 

어린 마음에 대기업 가보고싶어서 졸업 후 1년을 허비했습니다. 어느순간 돌아버릴 것 같더라구요. 많이 써 봐야 서류합격 하나 안되고. 그러다가 작은 무역회사에 총무로 취업했습니다. 당시 급여가 2200만원에 퇴직금 포함이었습니다. 실급여는 150조금 넘기는 수준.

재밌었습니다. 근데 어느순간 저한테 물류일을 시키더라구요. 사장이 쌍욕을 잘해서 회사에 남직원이 많이 없어 처음엔 조금 도와달라더니 어느순간 제 일이 되어 있었습니다. 출근하면 포터끌고 납품가고, 물건 떼오고... 그러면 오후 5~6시에 들어와서 제 일을 시작하는 그런 개같은.

당연히 제 일은 뒤로 미뤄지고, 사수들한테 미뤄지고, 그 사수들은 일 떠민다고 뭐라하고... 그래서 안나가겠다고 하니 갈 사람 없다고 뭐라하고...... 답이 없었습니다.

너무너무 스트레스 받는 와중에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이었습니다. 하필 하루종일 밖에서 비를 쫄딱 맞고 들어왔는데 몸이 너무 않좋더라구요. 다음날 쉬겠다고 말했고 알겠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근데 퇴근하기 직전에 저한테 사수가 이런 말을 하더라구요. 새벽에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부두에 하나 납품하고 새벽5시에 또 하나 납품하고 쉬면 되지 않느냐구요. 그여자들은 그게 쉬는거라고 생각했을까요? 계속 토하고 빌빌거리는 중에 그 말을 들으니 눈이 돌아가더라구요. 소리지르면서 싸웠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만뒀지요.

두번째 회사 역시 총무였습니다. 제조업이었는데 사수가 츤데레 같은 스타일이었습니다. 겉으로 툴툴거리면서 잘 챙겨주는... 괜찮았습니다. 급여도 꽤 받았고.

근데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총무 경력 쌓아서 정년이 보장될까?'

 

다른 회사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겪은 두 회사에서 총무일은 신입 들어와서 약 1년쯤 넘어가면 대부분의 일을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큰 결정권이 있는건 무리긴 했지만요. 물론 총무 라는 직업을 폄하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 중요한 일임을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제가 해 왔었으니까요. 단지 개인적으로는 지루했었습니다. 이슈의 차이는 있지만 하루, 일주일, 한달, 분기, 반기, 1년 단위로 계속 반복되는거였으니까요. 저하고는 잘 안맞았던거죠.

그러던 와중 '해킹'이 보이더군요. 너무 재밌어보였습니다. 부모님께서는 남자놈이 왜 멀쩡한 직장 때려치냐고... 곧 결혼이나하지 미쳤냐고 말씀하셨지만....

그렇게 저는 술에 취해 안가면 안되냐고 말하는 사수를 뒤로하고 퇴사한 후 학원을 갔습니다.

그때가 31살이었네요.

 

안힘들었다고 말하면 거짓말이었습니다. 약 5개월동안 동트면 잠깐 잠들고 오후에 학원가고.

그런데 너무x100 재밌더라구요. 그렇게 다시 취준생이 되었습니다.

작년 말 부산에 있는 모의해킹 회사에서 저를 채용해줬습니다. 하지만 뭔 자신감이었는지 저는 그 자리를 거절했었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굉장히 후회했지요.

그렇게 나이때문인지 전공 때문인지 취업이 안되어 빌빌거리던 도중 한 보안컨설팅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촌놈이 드디어 서울로 상경한거지요.

 

기업후기평가 사이트를 봤을때 후기 진짜 쓰레기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썩은 동아줄처럼 보이는 회사를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취업이 너무 안됐으니까요. 처음엔 너무 재밌었어요, 혼자 해킹하면 불법이지만 회사에서는 상호 동의 하에 하는거니까 불법도 아니고 하루하루 신세계였습니다.

근데 입사 후 한달쯤 지나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개같은 후기가 정확하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뒷담화에, 신입 뽑아놓고 한달만에 못한다고 난리치고, 자기를 속였니 마니, 말바꾸기는 기본이고....경리, 대표 제외하고 직원이 저밖에 없는 이유를 알겠더라구요. 어느 순간 저는 대표새끼의 쓰레기가 되어 있었습니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 결국 40일 조금 넘게 일하다가 퇴사했습니다.

 

근데 왠걸, 내가 사회생활의 기본도 모른다는 둥, 회사 노하우를 훔쳐 달아났다는둥, 자신을 기망했다는 개같은 소리로 급여날 메일이 한통 오더군요. 제가 받아야할 급여의 70%를 깎는데 동의하겠냐는 식으로.

당연히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노동부에 신고하고 돈을 받았지요. 돈 받고 형사조치 안하겠다고 사인한게 그렇게 후회될 줄이야.

그렇게 끝난줄 알았는데 민사소송이 걸려왔습니다. 소설의 끝이더라구요.

자기를 속여서 입사했고, 내가 낸 포트폴리오는 다 표절이고, 급여 체납한것도 제가 거주지가 불분명해서 안줬다는 병신같은 소리를 적어놨습니다. 당연히 그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지요.

이건 아직 진행중입니다. 최근에 보니 전직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겠다니 뭐니 헛소리도 아직 진행중이구요.  진짜 아직도 빡칩니다.

 

어쨋든 퇴사하고 운이 좋아 다른 곳으로 취업했습니다. 현 회사구요. IT의 큰 틀은 같지만 보안컨설팅 일과는 다른 일을 하는 회사입니다.

여긴 너무 비교 되는 곳이더군요. 아직 스타트업인데 대표님께서는 고맙다와 수고했다를 아끼지 않는 분이세요.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수고했어', '고마워' 라고 말씀해주시고, 제가 틀려도, 이해를 못해도 어떻게든 이해시키려고 노력해주시고, 밥도 잘 사주시고... 그냥 티비에서 보던 일하기 좋은 기업이 여기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만큼요.

이전 회사들에서 쥐어짜이는 느낌으로 일을 처리했다면 여기선 무조건 잘하고싶다는 생각이 드는 회사입니다. 회사에서 잘해주면 직원들의 능률이 올라간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구나 라는걸 느낄 수 있었구요, 현재도 ing 입니다.

급여는 적긴 하지만 하루하루 아침에 출근할때 스트레스가 없다는 것이 너무 행복합니다. 지금은 아직 시작단계라 불안정하지만 곧 안정화된다면 신입인 제 눈에도 비전있다는게 보일정도구요.

 

그냥 주절거리고 싶었습니다.

작년과 올해가 제 인생에서 가장 스펙타클한 시기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경영학과 나와서 컴퓨터 관련 일에서 일하게 되고, 소송도 당해보고. 망할

 

30대에 접어들어 저같은 고민하시는 분들 많으실텐데, 저는 운이 좋았다 생각합니다. 하고싶은것 하는거 좋지만 정말 큰 결심 아니면 그냥 계시는걸 더 추천해요. 물론 이건 제 개인적 의견이구요, 하고싶음 하셔야지요. 제탓은 하지말아줘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즘의 바람은 소송이나 좀 빨리 끝났으면 좋겠네요.

생각지도 못한 또라이새끼가 너무너무 많습니다.

조심하세요. 여러분들

 

긴글 읽어줘 고맙습니다.

추천수64
반대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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