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 말했다시피 지금 20대 초반의 성인입니다.
저는 어릴 적 부터 채소라곤 일체 먹지 못했고 여전히 먹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싫어하는 음식이어서이기도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그 채소들이 너무 싫어 먹는 순간 구토까지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어쩌다 채소가 들어간 것을 모르고 있는 경우에도 그 맛이 느껴지면 곧바로 그 자리에서 토해버리거나, 씹지도 않은 채로 억지로 삼키게 되고, 그러다가 덩어리가 큰 것을 잘못 삼킬 경우 심각하면 질식할 수준까지 가버리기 때문에 채소가 들어간 음식들은 절대 입에도 대지 않으려 해요.
한국 사람들이라면 당연스럽게들 먹는다는 김치도 못 먹으니 "너 한국사람은 맞냐?"라는 물음부터, 온갖 나물 등등 채소로 되어 있는 것은 아예 먹지를 못하니 사람들은 저에게 식습관을 고치라며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대고, 심지어는 저 모르게 일부러 채소를 먹였다가 그 자리에서 탈이 나는 것을 보고도 "네가 안 먹어 버릇해서 그런거다.", "그거 다 네 의지력 문제다" 라며 비난할 뿐 아무도 메스꺼워하며 힘들어하는 저에게 괜찮냐는 말 한마디도 해준 적이 없었습니다.
채소를 먹게되면 정말 뱉어내지 못하고 억지로 먹고나면 메스꺼움 그 이상이에요. 빨리 다른 음식들을 먹어주지 않으면 그 맛이 계속 입에 남아 계속 토할 것 같은 느낌을 달고 있어야하고, 그 느낌이 오래 가면 식은 땀까지 흘려가며 토할 것 같다고 끙끙 앓다가 어떻게든 그걸 다 토해버리거든요.
한번은 고추장 김밥인줄 알고 시켰던 김밥이 김치볶음밥으로 만들어진 김밥이라 먹지 못하고 버려야 할 때가 있었어요. 그 날도 주변에 있던 제 동료들은 제가 안먹으려 해서 그런 거라며 버리지 말고 먹으라며 계속 그것을 먹도록 부추겼었습니다. 결국에는 억지로 먹게 되었고, 뱉을 상황이 되지 않았고, 늘 토해내지 못하면 바로 삼켜버리던 버릇 때문에 저는 그 큰 걸 억지로 삼켜버렸다가 질식할 위험에까지 가게 되었었습니다. 제가 목을 부여잡고 숨이 막혀 괴로워하고 있는 그 순간까지도 옆에 있던 동료들은 괜찮냐는 한 마디 없이 저를 이상한 사람 취급만 했었습니다.
먹지 못하는 음식이 많아서, 저는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선택지도 좁은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제가 먹지 못하는 음식 때문에 적어도 피해를 준다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밥을 먹으러 갈 때도 채소가 들어갔지만 다른 것을 골라먹을 수 있는 음식(떡볶이, 갈비찜, 찜닭 등)들의 경우는 제가 알아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골라먹으면 되니 제 생각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늘 말했고, 아예 먹을 수 없는 음식으로 메뉴가 결정될 경우 혼자 떨어져 나와 따로 다른 것을 사먹기도 했었고요. 단 한번도 제가 먹을 수 없는 음식이니 먹는 메뉴를 바꾸자고 강요한 적은 결단코 없었어요.
건강검진 상으로도 평소 생활하면서도 영양실조의 징후는 전혀 없었고, 채소를 먹지 못해 채울 수 없는 영양소들은 최대한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먹음으로써 충분히 대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채소라는 것이 이미 좋아하냐 싫어하냐의 개인적인 기호는 이미 넘어선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이미 '안 먹는 음식'이 아니라 '못 먹는 음식'이 되어버렸는데, 제 건강을 위해서 하는 조언이랍시고 하는 말들이 점점 도를 넘는 것 같아 고민입니다.
저는 제가 과로로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몸살이 걸리고, 스트레스로 위장염이 와도, "네가 평소에 채소를 안 먹어서 그래", "그러게, 평소에 골고루 잘 좀 챙겨먹지." 라는 말들을 계속 들어왔고, 제가 채소를 먹지 못하는 것 때문에 나중에 사회생활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까지도 들었습니다.
잘못된 식습관이 들었다는 건 저도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미 싫어하다 못해 몸에서도 거부를 하고, 심지어는 제 목숨을 앗아갈 순간을 만들 위험이 있는데도 이 식습관이 과연 잘못된 식습관이고 개선을 요하는 식습관인걸까요?
사람들마다 각자 싫어하는 음식들은 하나씩 다 있잖아요. 누구는 해산물을 싫어하고 누구는 오이나 당근을 극도로 싫어하고. 모두가 그렇게 싫어하는 음식들이 있다는 것은 다들 알면서, 그 싫어하는 음식이 단순히 채소이고, 그 종류가 많다는 이유로 저는 도대체 왜 이런 악담들까지 들으며 생활해야 할까요.
정말 제가 잘못된걸까요? 이 글을 읽고 난 여러분들도 제가 먹으려는 노력도, 의지력도 없어서 이 식습관을 못 고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