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원래 이렇게 살았는데, 앞으로 조금밖에 안남았는데 너무 괴로워서 푸념해봐요.
전 20대 중반 부끄럽게도 아직 대학교 다니는 고학번이구요
아버지께 처음 학대당한 기억은 초1인가 초2때예요. 100-90 몰라서 이런것도 모르냐고 엄동설한에 집밖으로 쫓겨나서 울면서 답을 맞추던 기억이 나네요
그 후로 장녀라 굉장히 많은 기대를 거셔서 시험 성적이 본인 마음에 안 들 때마다 때리셨어요. 넌 공부 못하면 쓸모가 없다고, 길에서 주운 애한테 돈주고 공부시켜도 너보단 잘하겠다고, 정말 많은 소리를 듣고 많이 맞았어요.
맞은 곳은 주로 종아리랑 엉덩이였어요. 사람이 많이 쎄게 맞으면 파란 멍이 드는게 아니라 안에 혈관이 터져선지 보라색멍이 들더라구요. 까만색까지 봤네요. 종아리면 그나마 나은데 엉덩이에 그렇게 맞으면 퉁퉁 붓다 못해 딱딱해져서 의자에 앉아있는 순간이 너무 아팠어요. 하긴 엉덩이는 낫네요. 너무 화뻗치셔서 아무렇게나 때리다가 얼굴을 주먹으로 맞으면, 밤새 엄마가 아이스팩을 대주셔도 눈에 퍼렇게 피멍들어서 학교 나간 날 친구들에게 괜히 길가다 부딪혔어...하는 제가 생각해도 어이없는 변명을 먼저 하고 다녔으니까요.
중학교 때, 고등학교 때, 대학교 입학 할 때 전부 이제 너도 컸으니 안 때리고 말로 하겠다 소리를 들었는데ㅋㅋㅋ 말로 안되는 앤가봐요. 고등학교 들어갈때 전교1등했어요. 부모님은 신나서 너도 할 수 있지않냐고, 이대로 S대 들어가자고 서로 제 진로 정하시다 싸움까지 나셨었어요. 근데 전 게으른 년이었어요. 공부하기가 싫었어요. 추리 소설에 푹 빠져서 몰래 야자 째고 도서관 가서 추리 소설 5권씩 빌려서 읽는게 취미였죠. 그러다 보니 성적은 떨어지고 전교 3등, 8등, 내신 2등급, 모의고사 3등급. 1이 아닌 숫자가 나올 때마다 온갖 욕설과 폭력이 난무했죠. S대 못 가서 부모 망신시킬거면 한강에 물살 빠른 곳에 떨어져서 시체도 못 찾게 자살해라. 하면서 다리 이름 몇개 대주시더라구요. 내가 너 살인하는 불효 저지르기 전에 스스로 죽으라고도 하셨네요. 머리 쥐어박는걸 엄마가 애 머리 나빠지니까 다른 데 때리라고도 말리시고... 용돈 모아 조금씩 샀던 추리 소설들은 고2 때 아버지께서 다 찢어버리셨어요.
제일 기억에 남았던 건 마구잡이로 때리는 걸 말리시는 엄마가 애를 왜 때리냐니까 버럭 소리지르신 한마디였어요. 저 년이 맞을 짓 했잖아!!!! 근데 생각해보니 이유없이 때리실 때는 없었네요. 다 성적이 맘에 안 드시거나 아버지 말에 대꾸하거나 몰래 놀던 걸 들킬 때였어요. 그렇게 생각해보면 제가 부모님께 굉장히 부족한 딸이라 많이 맞은 걸 수도 있겠네요. 다른 친구들이 제 자리였으면 부모님도 행복하셨을까요. 근데 바꿀 순 없고 전 이기적이니까 그냥 부모님 탓할게요.
엄마는, 어머님은 때리진 않으셨어요. 근데 성적이 떨어지면 아버지께서 때리는걸 묵인했죠. 제가 열심히 했으면 성적이 떨어질리가 없대요. 열심히 안하면 열심히 하게 자식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도 부모의 소양이라 생각하시던 분이였어요.
반항 많이 했어요. 근데 무서워서 가출은 안했어요. 가출한 미성년자한테 세상이 얼마나 험악한지 익히 들어왔으니까.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상담하면 친구들은 위로 밖에 해줄 수 없고 선생님들은 부모님도 널 사랑해서 그러는거야, 대학가서 독립하렴, 부모님이 준 상처를 끌어안고 있지마라, 하는 조언을 해주셨죠. 논리로는 이해하는데 감정이 따라가지 못하는 말들이었어요.이렇게 생각해보니 꽤 겁쟁이긴 했네요. 맞는건 싫은데 집나가기도 무섭고 자해도 무섭고 부모님을 바꿀 자신도 없었어요. 공부 안하는 아이는 투자할 가치가 없으니 집에서 나가라는 말이 무서워 공부하는 척했죠
하루는 대판 싸우다가 아버지께서 칼 들고 내가 오늘 니년 목 따고 감빵 갈거야 하고 달려드셔서 문을 잠그고 경찰을 불렀어요. 못 잠그게 잠금장치 빼버린 문 필사적으로 막으면서 여동생한테 빨리 경찰에 신고하라고 소리지르고 여동생은 울면서 전화했죠. 15분뒤에 경찰이 나타났지만 아버지께선 어머니께서 필사적으로 말리셔서 겨우 칼 돌려놓으신 상태라 경찰이 집안일 좋게 좋게 해결하시죠~ 하시기만 하고 가더라구요. 저 신발년이 화나게 하잖아요. 아유 선생님 참으세요. 경찰 돌아가고 엄마한테 혼났어요. 집안 말아먹고싶냐고. 아빠 일자리 잃어서 길거리 나앉으면 너는 알바한대도 니 동생들은 어쩔 거냐고. 그 똑같은 말 덕분에 대학교 2학년 때 아버지께서 칼 휘두르며 멱 따버린다고 소리치던 집을 나와서 경찰서 달려가던 발걸음도 결국은 돌렸어요. 내가 미친년이고 죽일년이지 동생들은 무슨 죄가 있나요. 조용히 있으면 누가봐도 안락하고 화목한 가정인데
동생들은 착해요. 둘째인 여동생은 조용해서 아버지 심기 안 거스르고 그럭저럭 수도권 대학 들어가서 잘 다니고 있구요, 막내인 남동생은 이제 고등학교 들어가서 열심히 공부하고있어요. 가끔 저처럼 아버지랑 부딪히긴 하는데 아버지께서 지치셨는지 사실 대학안가도 잘 살 수 있으니 막내는 지 팔자대로 살게 두자하시더라구요.
대학교 들어왔어도 집에 얹혀사니 고등학교 때랑 다른 점이 별로 없네요. 딱 하나 의무교육이 아니니 맘에 안들면 대학교 자퇴하라 하세요. 니가 대학나와서 뭐하냐고. 넌 우리집 최악의 아웃풋이고, 동생들 망친 장본인이고(뭘 망쳤다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훌륭한 자식 낳기위해 애쓴 내 인생을 말아먹은 __이래요. 고등학교 땐 대학교 붙기만 하면 죽어서 합격장을 유서로 쓰고싶었는데 질기게 살아서 그런 얘기도 들어보네요. 30대 40대엔 무슨 소리 들을지 좀 궁금하기도 해요. 근데 그때는 얘기나 나눌지 모르겠어요. 그러고보니 니가 남자 데려오면 이런 미친년 데려가고 싶냐고 뜯어말릴거래서 결혼도 안하려구요. 솔직히 이렇게 컸는데 자식한테 손 안댈 자신이 없어요. 제가 자식을 낳으면 걘 태어날 때부터 불행한 아이가 되는 거잖아요. 그건 아이한테 못 할 짓 같아요.
그냥....그냥 너무 우울해서 끄적여봤어요. 주작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구요. 제가 인생 병신같이 살아서 맞을만했다고 인정하고 편해지고싶네요. 근데 살아있으면 맛있는것도 많이 먹고 귀여운 것도 많이 볼 수 있으니까 할 수 있는 만큼은 열심히 살아보려구요. 오늘도 대판 싸워서 주먹으로 얼굴 맞았는데 내일 멍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일은 괜찮은데 모레 알바나갈때 사람들 보기가 부끄럽네요. 이 생활도 담달이면 끝이에요. 한학기동안 알바비 모아서 학교 근처에 자립하기로 했거든요. 어떻게 살든, 설령 얼어 죽어도 여기보단 행복할거같아요. 이런 감정 쓰레기통같은 글 아무도 안 읽겠지만 혹시 읽고 제가 누군지 짐작가는 분, 그냥 조용히 눈감고 지나가주세요.
그리고 가정폭력상담센터에서 상담 잘 해주나요? 혹시 상담 기록 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