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호기심 이었다.
그저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였으니.
한번두번 보게되니 꽤나 귀여웠다, 해맑게 웃는 모습이.
하얗고 말랑한 볼을 꼬집어 보고 싶었다.
당신과 연락을 하기 시작했을 때
기뻤지만 티 조차 낼 수 없었다.
우린 서로에게 진심이면 안되기 때문에.
가랑비에 옷이 젖듯 당신은 그렇게 내게 스며들어왔다.
하지만 옷이 젖었다고 내리는 비를 원망할 순 없었다.
피하지도, 우산을 펴지도 않은 것은 나였기에
그렇게 나는 속절없이 당신을 좋아했고,
술김에 진심을 고백한 이 후 당신은 나를 끊어냈다.
당신은 그렇게 내 곁을 떠나갔다.
애초에 곁에 있긴 했던 걸까, 나의 착각일지도.
하루는 일언반구 없이 떠난 당신을 원망하고,
하루는 고백했던 그 때의 나 자신을 자책하고,
또 하루는 내가 혹여 그때의 당신에게 잘못을 했나 생각하고.
그렇게 또 속절없이 시간은 흘러갔고,
당신은 저만치 멀리 걸어가있지만
나는 여전히 당신과 함께 걷던 그 자리 위에
여전히 우두커니 서있다.
적어도 당신을 잊을 때 까지는 여기 있겠지.
생각나면 한번 쯤은 뒤돌아봐주길.
그럴 리 없겠지만.
오빠
이제 서야 말하는 건데,
오빠한테 장난처럼 건냈던 고백중에
단 한번도 진심이 아닌 적이 없었어요.
왜 항상 츄리닝에 슬리퍼를 신냐며 타박했지만
오빤 그 차림에도 넋이 나갈정도로 멋졌고,
항상 얼굴이 팅팅 부어 못생겨졌다며 놀렸지만
자다 일어난 부스스한 모습 마저 나는 좋았고,
쓸데 없이 미안하다는 말이 많았던 건
혹여 내가 실수해서 오빠가 떠날까 불안해서 그랬어요.
오빤 오빠가 별거 아니라지만
그 별거 아닌 오빠를 제가 이렇게나 좋아했어요.
아직도 참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