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가정폭력 우울증 위로한마디...

그늘 |2018.12.08 10:27
조회 382 |추천 1
엄마 말로는 집안 사람들 사랑 듬뿍 받고 태어났고,
많이 예쁨 받으며 컸단다.
언제까지 였는지는 모르겠지만..
5살 이후 부터 남아 있는 기억들은 어렴풋 하긴 해도
좋은 장면,소리,느낌이 없다.
다만 부모님이 얼굴 마주하며 옅은 미소라도 짓는 날에는 내 심장의 평온함이 아직도 느껴진다.
반대로 곧 멈출것 처럼 아프게 뛰던 심장은 더 확실히 기억난다...


어렸을적 우리 가족은 부모님과 친할머니 동생들 그리고 나

가난한편 이였던 것 같다..사탕하나 넉넉하지 못했던 것 같으니까.. 하지만 우리보다 더 가난했던 친구들도 있었다. 그래도 난 더 가난한 집까지도 너무 부러웠고 심지어 눈부실정도로 풍족해 보였다.

우리 부모님은 날이면 날마다 싸웠다.
아빠가 물건 던지는건 고사하고, 엄마에게 XX년, ㅂㅅ년, 개보X년.... 막태어난 남동생, 2살 밑 여동생, 나는 좁디 좁은 집에서 그 욕을 다 듣고, 발로 밟히는 엄마를 보면서 그렇게 하루하루를 컸다.

10살이던 어느날,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심장이 너무 쿵쾅거려 아팠다. 할머니는 여동생과 남동생을 부모님이 싸우는 방으로 보낸다.. 싸움을 말리는 하나의 방법이였나보다.. 여동생이 문을 여는 순간 엄마가 뛰쳐나와 베란다로 향하더니 어떤 페트병 뚜껑을 열고 마시려는 순간 아빠가 어디선가 나타나 뺏어서 던져 버린다..
그렇게 싸움이 멈춰지고 몰래 가서 던져진 페트병을 보니, 어린애가 보기에도 이건 먹으면 죽는거구나 라고 알정도로 해골그림과 빨간글씨가 적혀있었다.
그게 내가본 첫번째 엄마의 자살시도 였다.

엄마가 알바 다니던 공장사장인지..간부인지랑 바람이 났단다.. 아빠가 방에서 싸우면서 하는 소릴 들었다.. 엄만 아니라고 한다.. 엄마가 아빠한테 욕을한다..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엄마..제발 아빤테 욕하지...”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엄마의 비명소리와 아빠의 욕설들이 세어나온다...
눈을 꼭 감고 숫자를 세어본다... 귀를 막고 책을 소리내어 읽는다... 그러다 눈에 떨고있는 남동생이 보인다... 동생 귀를 꼭 막아준다...손이 두개 뿐이라.. 난 다 들을 수 밖에 없다.. 저 무서운 소리들을...

싸우는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돈때문에.. 의처증... 우리때문에...나때문에....

다시 잘 살아보기로 했는지 어디 놀러가잔다..
차를 타고 집을 떠난지 30분도 되지 않아 앞좌석에 앉은 부모님이 또 싸운다... 소리소리를 지르고..차는 비틀거리고...
우리는 어느순간 부터 울지를 못한다... 그건 아빠나 엄마를 더 화나게 하는 일이 였으니까.. 소리를 참고 눈물을 참고 그저 주먹을 꽉 쥐며 아무일 없이 지나가길 하늘에 빈다...
아빠가 차를 험하게 돌려 다시 집으로 왔다..
놀러가지 못한 아쉬움 따윈 사치다..
그저 별탈없이 잠잘 시간만 오면 좋겠다고 또 빌어본다..

부모는 내가 학교에서 100점을 맞아오고 상을 받아오면 그제서야 내 얘길 한번 들어주고.. 날보고 한번 웃어주고.. 내게 관심을 준다.. 그래서 난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열심히 학교생활에 집착한다...

어느날 우리가족은 몰래 해외도피를 했다.
친구들과 인사도 못나누고.. 그렇게 낯선땅에 떨어졌다.
그곳에서의 생활이 많이 무섭고 걱정되었지만 멀리 도망온 것을 계기로 가정이 화목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새출발하는 기분으로 마음이 좋았다..
하지만 그냥 기대였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더 심해지기만....

어느날 또 싸우는 소리가 들렸고,
엄마가 문을 박차고 나오자마자 발코니로 돌진하며 난간 밖으로 몸을 던졌다.....
다리만 간신히 걸쳐진것을 아빠가 또 끌어내린다.....
세상이 돌고 있었다... 어지럽고 토할 것 같았다......
나도 죽고싶다는 생각을 그날 처음 해보았다.......
눈감으면 다음날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매일 자기전 생각했다.....

억지로 웃는 연습을 하고 밖같생활을 하고...
집에오면 난 ... 말을 잃고 눈을 감는다...

나이가 드니 두사람도 늙는지 싸우는 빈도가... 줄어든다...
그렇다고 아예 안싸우는건 아니다...

어느날 엄마가 나에게 말한다...
동생들 잘 챙기라고.... 너도 컸으니 자기를 이해해 달라고...
그렇게 엄마는 집을 나갔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지만... 조용한 집에서 나는 평생 처음 불안함이 사라지고 평온을 느꼈다.........
마음으로 엄마의 행복을 빌었고...
아빠의 죽음을 빌었고.....
동생들을 잘 보살피겠노라 다짐하였다..
그래도 참 평온했다.....

일주일뒤...
엄마가 돌아왔다.......
기뻤나? ...기억이 잘안난다...

사춘기 내내 나는 방황했다....
집에 들어가기 싫었고..
이름을 바꿔가며 가정환경을 일부러 거짓말 하고...
그렇게 인간관계를 거짓으로 만들었다...
그냥 내 존재 자체가 아예 다른 사람으로 바뀌길 간절하게 바랬던 것 같다....
내가 말썽을 부리니 그때서야 부모가 나에게 조금 신경쓴다..
그리고 상처를 준다...
너때문에 싸운다... 너때문에 힘들다...너때문에....

용돈 한번 받고 자란적 없어서 스스로 벌어야 했다.
17살쯤 방학때 새벽2시부터 오후2시까지 하는 커피집 알바를 했었는데, 월급날 엄마가 방으로 온다...돈을 엄마에게 맡기라고 했다.. 싫었다.. 싫다고 하니 나를 달랜다.. 그래도 싫다고 하니 윽박지른다..그래도 싫다고 하니 돈뭉치를 나에게 뿌리고 나간다....

19살....되던해... 나는 한국으로 혼자 도망쳐왔다...
그때까지 우리가족은..불법체류자 신분이였다..
그렇다..
그와중에 나는 부모덕에 원하지도 않은 불법을 저지른 범죄자도 되어있었다....
부모의 싸움으로 생긴 불안함으로도 부족해
불법으로 그나라에 살면서 부당한 일을 당해도 그저 도망가고 불안해하고 참아야 하는 신세도 선물 받은 것이다...

여튼 한국에 혼자나와 참 좋았다. 2평 남짓 고시원에 살면서도 맘편했고..좋았다..

내감정을 돌보는 방법을 몰랐던 애가 그렇게 스스로 겨우겨우 성장해 가고 있었는데..
이상하다...
신나는 노래를 듣는데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웃고 떠들고 수다떨다가 갑자기 눈물이....
코미디 프로를 보는데도..

그냥 그렇게 살고 있는데..
아빠가 붙잡혀 혼자 한국으로 추방되어 쫓겨 나온단다..
도착하는날 공항에 가서 아빠를 보니..... 반갑고.......
불쌍했다......... 참...나쁜사람....

도울 처지도 못될 뿐더러 21살 어린 여자 혼자 살아가기도 벅찼다..


그렇게 나는 가족과 떨어져 살았다.
그리고 꾸준히 이유없이 불안하고 우울했다..

그러길 몇년 할머니가 이번엔 추방되어 나온다고 했다.
불쌍한 할머니.... 자식이 구박하고 ... 그러면서도 함께 살며 우리 밥해주고 빨래해주고 재워주고....
아빤 패륜까지 저질렀다.....것도 우리앞에서.. 할머니에게 욕하고 소리지르고.....

할머니는 어느 조그만한 시설에 맡겨졌다...
자주 찾아갔어야 하는데.... 아빠가 안할거 알면서.....
나라도 자주 갔어야 하는데...
할머니가 위독하다고 연락이 왔다...
나는 하는일 모두를 관두고 두달가까이 병원에서 할머니와 지냈다...그리고 얼마후에 돌아가셨다..
미안하다.. 죄송하다.. 지금도 한이다... 건강하실때 잘해드리지 못하고.... 너무 죄송하다.....
불쌍한 우리 할머니...

27쯤.. 한남자를 만나 결혼했다...좋은 사람이다..
이쁜딸도 낳았다...

딸을 낳고 난 비로소 사람이 된거 같다..
딸 존재만으로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엄마는 외국에서 다른남자와 결혼을 하여 영주권을 얻었다.. 행복해 보인다.. 내가 알던 엄마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난.. 언제나 처럼 엄마의 안중에는 없다..
이해한다..엄마도 살아야지...

딸이 있으니 이젠 괜찮다..
보살핌 받지 못해 그런가 여러가지로 서툰게 많지만..
그만큼 더 공부하고 노력한다..

근데 이상하다..
요즘들어 옛날 생각이 많이 나서 힘들다..
늘 그랬지만.. 늘 주눅들어 있고 우울하고 불안했지만..
요즘들어 더 이상해진다...
죽고싶다는 생각도 문득 들고...
예전처럼 억지로 아닌척 다른사람인척 해봐도
이번엔 그 방법도 안먹힌다.. 딸아이를 보고 있어도 왠지 불안하고..
감정이 힘들다..

다음주에 정신과상담을 처음으로 받아보려 한다...
그전에... 주절주절...생각을 정리해본다....

————/////:::::::

처음 글 올리고 소수지만 몇몇분이 주신 위로의 글로
많이 울고, 그만큼 쏟아내니 후련함이 생기면서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 후 상담선생님께 말씀드리니 익명에 모르는 사람들과의 온라인 소통(sns) 이 실제로 치유방법중 효과를 본 케이스가 많다는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몇몇 댓글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아직 온전하진 않지만 희망적입니다^^
추천수1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