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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아재가 만든 일주일 식단

Nitro |2018.12.08 14:42
조회 10,712 |추천 46

 

이제 본격적으로 요리를 만드는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래봤자 아직은 연회 요리 중심이라 진짜 제대로 만드는 요리에 비하면 여러 모로 제약 사항이 많지만요.

대략 60~80인분을 만드는데, 10명이 각각 역할을 분담해가며 만듭니다.

이틀 단위로 메뉴를 바꾸면서 역할도 바꾸지요. 샐러드와 수프 담당, 메인(고기) 담당, 메인(채소) 담당, 곁들이 음식 담당을 순서대로 한 두번 씩 경험하게 됩니다.

처음 만든 메뉴는 로스트 비프. 오븐에 구운 등심에 와인 소스(Marchand de vin)를 곁들인 요리입니다. 당근과 콩, 감자 그라탕이 사이드 메뉴로 나옵니다. 감자 그라탕은 예전에도 만든 적 있는 도피네식입니다 (https://blog.naver.com/40075km/220905360235)

와인 판매상이라는 이름답게 레드 와인을 듬뿍 넣어서 만드는 소스인데, 집에서 와인 소스 몇 번 만들어 먹으면서 실망했던 적이 있어서 좀 걱정이 되기도 했지요. 그런데 데미글라스를 제대로 만들어 넣으니 고기 소스의 맛에 깊이가 더해지면서 와인에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주네요. 역시 뭐든지 시간과 노력을 제대로 들여야 제 맛이 나는 법입니다.


 

필라프를 곁들인 가지 롤라티니 (Rollatini).

가지를 얇게 썰어서 그릴로 한 번 굽고 각종 채소와 치즈를 섞어 만든 필링을 채워넣은 다음 둘둘 말아서 오븐에 구워 내는 요리입니다. 

토마토 소스도 대충 깡통 따서 끓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양파와 마늘을 볶고 각종 허브를 더하기 때문에 깊은 풍미가 살아있습니다.

필라프는 너무 푹 익힌 듯. 쌀을 완전히 익혀 먹는 한국 사람 입맛에는 맞을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 먹기엔 너무 익었다 싶겠네요.


 

폴렌타를 곁들인 라따뚜이.

전에 폴렌타 만들어 먹으면서(https://blog.naver.com/40075km/221382332456) 이걸 굳혀서 구워먹기도 한다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바로 활용 할 일이 생기네요.

라따뚜이는 애니메이션에 등장했던, 얇게 썰어서 차곡차곡 쌓은 다음 요리하는 방식이 유명하지만, 실제로는 이렇게 대충 썰어서 익혀 먹는 모듬 채소요리에 가깝습니다.


 

크렌베리 소스와 그레이비 소스를 곁들인 칠면조 요리. 고구마 퓨레가 함께 나옵니다.

손님용으로 나가는 요리는 다 같은 모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살코기만 잘라서 나가는데,

나중에 주방 멤버들이 밥 먹을 때는 제일 맛있는 부분만 골라먹습니다. ㅎㅎ

예를 들면 칠면조 다리가 가슴살보다 훨씬 더 맛있는데, 몇 개 없는 까닭에 서빙하지는 못하고 남겨뒀다가 뜯어먹지요.


 

매쉬드 포테이토를 곁들인 소갈비찜 (Braised Short Rib). 

갈비찜은 뼈 있는 부분으로 해야 맛있는데, 뼈는 토마호크 스테이크 같은 거 만들려고 다 빼갔는지 살코기만 들어왔습니다.

송아지 뼈 육수와 데미글라스 소스, 레드 와인 약간을 붓고 두 세시간 정도 졸인 다음 하루 묵혔다가 다음 날 두 시간 정도 더 요리하면 완성입니다.

격자무늬 모양의 감자 고프레(Gaufrette)는 어떻게 만드는 건지 궁금했는데 알고 나니 너무나 쉬워서 허탈했네요.


 

파스타 요리. 돌돌 말린 모양의 트로피에(Trofie) 파스타를 사프란으로 끓여내고, 콩으로 만든 퓨레와 제철 채소, 각종 치즈를 섞어 만든 요리입니다.

다른 건 다 쉬운데, 럭비공 모양의 당근 토르네 만드는 게 아주 지옥이지요. 누가 처음 정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변태가 분명합니다. 

그냥 럭비공 모양으로 만들라고 해도 어려울텐데 반드시 7개의 옆면을 갖고 있어야 하거든요. 

6면이나 8면이라면 훨씬 쉬울텐데 왜 하필이면 7면일까요. 자연의 이치에 거스르는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80인분을 역할 분담해가며 만드는거라 어마무시하게 어려울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그닥 어렵지는 않습니다.

2~3인분 만드는 거나 20~30인분 만드는 거나 작업량이 그렇게 크게 차이나는 느낌은 아니네요.

다만 오븐이나 스토브, 육수 냄비 등의 조리 기구가 그만큼 대량 생산 할 수 있는 용량이 되어야 하지만요.

새 주방도구에 적응하다보니 어느 새 일주일이 이렇게 후딱 지나가고... 다음 주에는 또 어떤 요리를 만들게 될지 기대가 되네요.

추천수46
반대수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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