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쇤네가 천자문 뗀 지가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도련님께 서간도 쓰게 되었네요.
도련님.
혼인 축하드립니다.
두 고개 넘어서 오시는 아씨는
참으로 어여쁘다고 들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봐온 도련님이
성혼을 치른다고 하시니
쇤네 감개무량합니다.
기뻐서
하마터면 눈물이 나올 뻔했습니다.
참으로 잘 된 일입니다.
참으로.
한데 도련님.
쇤네가 죽을 병에 걸리기라도 한 것입니까?
혼이 나가기라도 한 것입니까?
불현듯 가슴이 먹먹해지고
입천장이 마르고
목덜미가 뻣뻣해지는 것은
이놈이 죽을 죄를 지어서 그런 것입니까?
붓이 떨리어 글씨가 흐트러진 점 송구합니다.
도련님께서 제게 글월을 가르치시며
글을 쓸 때에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지요.
쇤네, 더 이상 글을 써 내려가기가 벅차고 어렵습니다.
당연지사로 기쁜 마음이어야 할 터이지만,
쇤네는, 소인 대복이 놈은,
도련님과의 입맞춤을 기억에서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때도 버들가지가 휘영청 내리운 무더운 여름 날이었습니다.
도련님께서 눈물로 저를 안으셨던 그 밤을,
저는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도련님,
감축드리옵니다.
하여, 떠나려 하나이다.
도망치려 하나이다.
부디 쇤네를 용서하십쇼.
도련님께 끝까지 장부 다운 모습은 보여드리지 못하였사옵니다.
- 병인년 유월
대복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