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50대 중반. 결혼 안 한 30이 되려는 아들이 있으니, 시어머니 예비군.
여기나 다른 SNS를 보면서 배운대로 하면, 나도 현재 한국 사회의 시어머니의 주류 사회?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고, 튀는 것 없이 평범해 질 것 같네요.
자, 내가 무엇을 배웠는 지, 그에 따라 어떻게 하면 될 지 정리를 해 볼까 합니다. 조언이 필요할까요?
1. 예비 며느리가 인사를 하러 올 때.
일단은, "초대"를 한다고 전한다.
1-1. 그렇지만, 음식은 아무것도 해 놓지 않는다. 아들이 음식 만드는 걸 좋아하지만, 나는 예비 며느리의 음식 솜씨와 싹싹함, 일을 얼마나 잘 하는 지 알고 싶기 때문에, 음식 재료만 사다 놓고, 음식 다듬기 부터, 준비하기, 조리하기, 상 차리기, 상 정리하기, 설거지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다 시켜본다.
그렇게 하면, 남편과 아들이 화를 낼 걸 알지만, 미리 설명을 하고, 내 목적을 달성한다.
이 때, 아들은 소파에서 대기. 어디까지나 예비 며느리 혼자서 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1-2. 예비 며느리가 인사를 올 때, 가지고 온 선물을 하나 하나 따져보자. 선물의 가격을 비교해 보고, 상품인지 하품인지도 확인해야지. 또, 예비 며느리가 입고 있는 복장도 훑어봐야겠다. 며느리의 센스는 우리 아들의 복장, 외견에 직결되게 때문에 아주 중요하다. 우리 아들은 메이커 제품을 입히라고 해야지. 혹시, 예비 며느리의 복장이 내 마음에 들더라도, 난 내가 더 센스있는 시어머니라는 걸 알려야 하기 때문에, 예비 며느리의 의상의 브랜드나, 가방, 신발에 이르기까지 조목 조목 훑어보며, 가능하면 너 좀 뒤떨어지는구나?란 눈치를 주는 게 좋겠다. 입도 좀 삐죽거려볼까? (흠... 이건 연습이 많이 필요하겠군)
1-3. 예비 며느리의 학력, 나이, 가족관계 (외갓쪽 사촌, 증조 할아버지때에 에르기까지 무엇을 하셨는 지 명확하게 물어봐야겠다. 아들이 결혼하면 누구와 관계를 잘 맺고 누구를 멀리해야 하는지도 알아야지) 직업, 회사, 연봉, 모아놓은 돈, 당연히 사돈될 분들의 학력, 직업, 집의 크기와 자가인지 아닌지 ...등등 꼼꼼하게 잘 물어봐야겠다. 며느리 집안의 재력이 좋으면, 아들에게도 콩고물이 떨어질 것이고, 내가 채근하면 어쩔 수 없이 아들은 엄마인 나에게도 흘려줄 것이다.
2. 상견례
예비 며느리의 사전 심사가 끝나면, 이 결혼을 성사시켜야 하므로, 상견례 때는 가능하면 화기애매?하게 진행한다. 예비 며느리가 원하는 곳으로 상견례 장소를 정하면, 그 쪽에서 밥값을 다 지불할 가능성이 높다. 이왕이면 고급 중식당이 좋겠다. 사실 짜장면이나 짬뽕, 탕수육이나 시켜먹지, 샥스핀 같은 고급요리는 이 때가 찬스다. 풀코스가 좋겠다. 냠냠... 가능하면 품위를 지켜가며...
그래도 상견례인만큼, 결혼에 드는 돈과 절차에 대해 의논을 해야지... 사실, 우리 집은 그리 넉넉하지 않고, 아들도 모아놓은 게 없으니, 며느리가 가져오는 돈이 아주 중요하다. 그러므로, 딸의 결혼에 얼마나 쓸 지 눈치껏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유리하지.
2-1. 요즘 대세인, 반반 결혼에 찬성한다.
2-2. 난 도와줄 게 없고, 아들이 모아놓은 게 별로 없으니, 어쩌냐며 눈물을 훔치자. 둘이 원룸 월세로 시작해도 어쩔수 없지 않냐... 내 연기력이 떨어지긴 하지만, 자리가 자리이니 만큼, 눈물을 훔치는 척 만으로도 상대는 곤란해질테니, 누가 더 쓰면 어떠냐며 딸을 위해 더 쓰겠다는 마음을 먹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2-3. 혼수, 예단, 예물, 이바지, 함 등등 모두 생략한다고 하는 게 좋겠다. 혼수는 뭐.. 사던가 말던가 예비 며느리 하고픈대로 하고, 필요하다면 우리 집에 안 쓰는 걸 가져다가 쓰라고 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그렇게 하면 난 마음이 넓은 시어머니 카테고리에 들어갈 수도 있겠다.
2-4. 그래도 시어른에 대한 예의가 있고 남들 눈이 있으니, 나중에 예비 며느리를 따로 불러서 예단 내용을 알려 주면 된다. 간단하게 남편과 나를 위해서 에르메스 가방이랑 롤렉스 시계 정도면 되겠지. 이불도 반상기도 필요없고 친척들 것도 필요 없고, 무엇보다 외동 아들이라 다른 형제나 시누이가 없으니, 넌 땡잡았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을 시켜주면 좋아할 것이다.
2-5. 신부 예물은 생략하기로 했으니, 그대로 밀고 나간다. 젊은 시람들이야 결혼 반지만 나눠끼면 됐지.
2-6. 결혼식은, 전통적으로는 장소와 날짜를 신부쪽에서 정했지만, 세월이 달라졌으니 우리 쪽 가까운 곳이 좋겠다. 뭐.. 주변에 내 체면에 있으니, 내 안목에 드는 곳을 골라서 알려줄까?
2-7. 신혼여행 갈 때, 나도 해외 여행을 보내달라고 해야겠다. 남태평양의 보라보라 섬에 가고 싶었는데 못 가봤으니, 이 참에 우리 부부는 그리로 보내달라고 할까?
2-8. 축의금은 원래 어른이 챙기는 거고...
혹여 며느리가 누구에게 축의금이 들어왔는지는 알아야 한다고 하면, 장부를 보라하면 될테고.. 만약을 위해, 봉투에 금액을 써서 봉투만 잘 챙겨놓자.
며느리의 사회 생활까지 염려하는 나는 좋은 시어머니가 될 게 틀림없다.
3. 결혼 후
3-1. 며느리가 들어왔으니, 여태까지 4, 5포기 정도 담던 김치도 더 담아야겠다. 이제 며느리에게 시켜야지. 내 김치맛을 얘가 잘 낼 수 있으려나.... 아, 그러고 보니 우리 집에는 김치 냉장고가 없네. 며느리 시집 올 때 우리 것도 하나 사 달라고 해야겠다. 이왕이면 스탠드형으로 앞에서 열 수 있는 모델이 좋은데.... 김장도 이제부터는 해야하니..
3-2. 우리 집은 제사가 없으니 명절을 확실히 챙겨야지. 명절 때는 나도 일하게 싫을테니 한 사나흘 먹을 음식을 만들라고 해야겠다.
만나러 다닐 친척도 없으니, 우리 며느리는 땡 잡은거다. 이 참에, 며칠 늘어지게 지내면서 며느리가 차려주는 밥이나 얻어먹어야겠다. 며느리도 편하게 쉬어야 하니, 친정 따윈 방문할 필요 없는 거라고 아들에게 미리 세뇌를 시켜놓는 게 좋을까?
시집올 때, 식기 세척기라도 설치해 줬으면, 지가 설거지할 일도 없을텐데, 그건 뭐... 지가 선택한 거니..
3-3. 아무래도, 우리 집안은 뼈대 있는 집안이라며 안부 전화는 아침 저녁으로 하라고 해야겠다. 이왕이면 나와 남편에게 따로. 나도 해 본 적이 없지만, 요새 시어머니 사이에 대세인 모양이니 할 수 없다. 톡으로, 아침에 아들에게 뭘 먹였는지, 저녁은 뭘 먹일지를 매일 며느리에게 확인하는 건, 요새 시어머니의 의무인 모양이다.
3-4. 사람인데, 가족인데, 얼굴은 보고 살아야하지 않겠나?. 딸랑 하나 있는 아들이 있다가 떠나니 많이 심심한데, 주말마다 오라고 해서 맛있는걸 먹는 게 좋겠다.. 그래야 가족간의 정도 돈독해지지... 며느리는 이 기회에 음식 솜씨도 늘테니 일석이조다. 난 참 배려심 깊은 시어머니가 될 것 같다.
3-5. 용돈은 얼마를 달라고 할까? 여기 글들을 읽으니, 100만원 정도가 일반적인 것 같은데...
우린 노후 대책도 안 되어 있긴 하지만, 아직은 50대. 품위 유지비라는 게 있다. 100으로는 부족하지 않을까? 나 100, 남편 50. 이렇게 150을 달라고 해야겠다.
우리 아들 등골만 빠지게 할 수 없으니, 며느리에게도 철저히 맞벌이를 하라고 해야지.
아, 대출 잔뜩 있는 집이 하나 있지만 우리 노후자금으로 역모기지 받을거라는 것은 때때로 말을 해서 주입시키고, 물려 줄 재산따위는 없다는 점도 명확히 해야, 며느리가 미리 각오를 하지 않겠는가?
3-6. 사람에 살면서 때로는 바람도 쐬고 해야 스트레스도 풀고 트렌드에 뒤처지지도 않지. 일년에 두 번 정도는 해외 여행을 해야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내가 뭐, 아줌마들끼리 몰려 다니면서 쓰는 사람도 아니고... 이 정도는 해 달라고 해도 되겠지? 아들한테 말하면, 설마 며느리가 반대할 수는 없을터.
3-7. 우리 집에도 아들 하난데, 며느리가 딸을 낳으면 곤란하다. 사실은 난 딸이 더 좋고, 아들의 이점에 대해 잘 모르겠지만, 시어머니들이 그렇다고 하니, 며느리에게도 이왕이면 아들을 낳으라고 강하게 권야겠다.
4. 손주가 태어나면,
난 그닥 여유가 없으므로, 산후 조리는 친정에 가서 하라고 해야지. 우리 때는 신후조리원 같은 건 없었거든. 나도 남편 때문에 아들 낳고 보름만에 추석이라, 애기 보여드린다고 서울서 지방까지 갔거든. 아직도 그 때 생각하면 남편 행동이 뼈에 사무치지만, 나도 남편도 당시에는 잘 몰라서 그런가? 했고, 그랬다고 나 죽은 것도 아니니, 며느리가 산후조리원에 한달씩 머문다면 호들갑이 틀림없다.
맞벌이라고 애 봐달라고 하면, 친정에 맡기라고 해야겠다. 나도 나에 들어가면서 피곤한데, 손주를 봐 줬다가는 내가 쭈구렁 할망구처럼 변할 지 모르는데, 지금 주름이 늘면 되돌리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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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목이 많이 있어서 더 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우린 가족이 단촐하고, 딸이 없어서 시누얘기는 아예 성립이 안 되고... 일단은 이 정도일까요?
뭐... 이렇게 여러분들의 경험과 조언을 토대로 정리를 해 보니, 이대로만 해도 나는 요즘 시어머니의 주류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듯 해요.
내가 저리도 꼼꼼히 정리해서 노력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아들이 이혼을 당한다면, 며느리 탓으로 돌려도 될까요? 게다가 그 정도는 아들의 팔자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요즘 시어머니들의 대세인 모양이니, 유행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을까요?
그래도 며느리에게 욕은 안 할 것 같으니, 아직 시어머니 주류의 코어 세계로는 못 들어갈 것 같고, 대신 며느리에게 부모한테 뭘 배웠냐고 때때로 해 주면 시어머니 협회 회원 자격은 될 것 같은데? 아니면, 지금부터라도 욕을 배우는 게 효과적일까요?
문제는,
이렇게 정리는 했는데, 실전이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연습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아요. 아들에게는 내가 더 연습을 해서 어느 정도 레벨에 도달하여, 실전에서 자연스럽게 나올때까지, 절대 여자 친구를 사귀거나 데려오지 말라고 하는 게 좋을까요?
여러분들 경험을 토대로, 특히 시어머니 경험자분들, 다른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참고할께요.
(젠장... 뭐래??? 당췌, 뭘 하겠다는건지.... 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