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새벽이라 사람도 없고
다들 관심도 없을테지만.
그냥 왠지 혼자 주절거려보고 싶어서.
1. 짝남한테 고백조차 못한다.
2. 차라리 먼 발치에서 짝사랑이라도 하면 그나마 속이라도 안 썩는데.
짝남이랑 친해지기라도 하면 진짜 죽을 거 같다.
3. 레즈들이 부러워 죽을 거 같다.
여자애들끼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손도 잡고 팔짱도 끼고 그러니까
인터넷에서 친해진 레즈 친구 한명이 있는데
커밍아웃할 용기는 도저히 안 나지만 짝녀랑 맨날 손 잡고 다닐 수 있어서
그걸로라도 만족한다더라.
나도 그렇게라도 짝남 손 한번만이라도 잡아보고 싶다.
4. 다 그런건 아니지만, 게이나 레즈들은 이성혐오자가 많은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회적 시선때문에 자기들은 연애 못하는데
이성애자 남자를 쉽게 사귀는 이성애자 여자는 게이들이 극도로 질투하고
이성애자 여자를 쉽게 사귀는 이성애자 남자는 레즈들이 극도로 질투한다.
나도 언젠가 그렇게 될까봐, 그게 너무 두렵다.
5. 여자애들한테 인기 많은게 부럽다고 했던 짝남.
난 그 여자애들 다 필요 없으니까 너랑 단 하루만이라도 데이트하고 싶다.
6. 부모님한테도 말 못한다.
솔직히 이게 제일 괴롭다.
7. 소심한 찐따라서 게이 커뮤니티는 무서워서 가보지도 못하겠다.
어차피 이대로 가다간 100% 자살할 거 같은데.
기왕 죽는거 까짓거 게이바 한번 가볼 용기는 생기겠지.
매일같이 그 날만 기다린다.
8. 군대 가기 너무 두렵다.
군대 가면 어떻게든 남자들끼리 옷 다 벗고 샤워해야할 때가 올 텐데.
그때 혹시라도 반응이라도 온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9. 외국인이랑 대화하는 채팅 어플.
예쁘장한 동양인 남자가 취향이라는 미국인 남자랑 세 달 넘게 대화했다.
외모는 전혀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날 좋아해주는 남자가 있다는 게 너무 기뻤다.
이러면 안되는 거 알지만 알몸 사진도 많이 찍어서 보냈는데
매번 아름답다고 감탄해주는 그가 너무 좋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세 달이었던 만큼,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끊겼을 땐 내 인생의 최악의 날들이 이어졌다.
10. 모 사이트 여장 갤러리.
혹시나 나 같은 사람이 있을까 싶어서 가봤는데.
대부분 여장은 은밀한 취미일 뿐이고 그냥 이성애자더라.
11. 나한테 고백했던 여자애.
고백 받은 순간 표정 관리가 너무 안되었어서 미안했다.
여자로서 매력이 없는 게 아니라
항상 남자한테 고백 받는 망상만 해와서
여자한테 고백 받는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웠을 뿐이었다.
아직도 정말 미안하다.
예쁘고 착한 애니까 좋은 남친 사겼으면 좋겠다.
12. 중학교때 좋아했던 짝남이 인스타에 여친 사진을 올렸다.
내가 화장하고 여장하면 쟤보다 예쁜데.
이런 생각을 하는 내 스스로가 역겹다.
13. 짝남이랑 피시방가서 오버워치하다가
내가 자신의 베프라면서,
대학 가서도 이렇게 같이 게임하고 노래방가고 술도 마시고 그랬으면 좋겠다고 했다.
베프...
그래, 안 헤어지고 계속 만나는 게 어디야.
짝남 곁에 계속 있을 수만 있다면 베프라도 괜찮다.
14. 잠이 안 온다. 짝남 생각 때문에.
15. 예쁘장하고 여리여리하게 생긴 게 내 장점이라고 생각했는데,
게이들은 대부분 덩치 크고 상남자답게 생긴 남자들을 좋아한다는 얘기를 어디서 주워 들었다.
계속 신경 쓰인다.
하긴, 예쁜 게 좋은 남자라면 그냥 여자를 좋아했으면 좋아했지
게이일 필요가 없겠지.
어제까지만 해도 허리 둘레 줄었다고 기뻐하다가
오늘은 또 헬스장을 알아보고 있는 내 스스로가 한심하다.
16. 근현대사 공부하다가 독립운동가분들 중 한명이 외모가 완전 내 취향이다.
이쯤되면 난 진짜 정신병자같다.
17. 아까 얘기한 게이바 말인데, 나 게이 용어같은 거 하나도 모르는데.
초짜라고 무시 당할 거 같아서 좀 무섭다.
어차피 자살하기 직전에 갈 거니까 무시 당하든 말든 상관없지만
그래도 좀 공부는 하고 가야하나... 싶기도 하다.
18. 짝남 여친 안 생겼으면 좋겠다.
짝남이 이성애자라는 사실을 한번 더 고통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도 괴롭지만
여친 생기면 나랑 놀 시간도 줄어들테니까.
그게 더 서럽다.
19. 한번만 해보고 싶다.
그게 사랑이 아니어도 괜찮으니까
그냥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다.
20. 자고 일어나면 내가 이성애자가 되어 있기를.
오늘도 간절히 기도하며 잠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