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오늘 회사에 잠깐 나왔다가, 약속시간까지 시간이 남아서 카페에 와서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설 연휴가 시작됐는데 다들 어디 좋은데라도 가시나요?
저나 W는 둘다 부모님댁이 그리 멀지 않아서 설 당일에 잠깐 갔다오지 싶습니다.
W랑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저랑 W는 마치 아직도 고등학생인 것처럼 대화를 합니다. 여전히 순수한 학생같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시절의 고집이나 유치함이 여전한 거 같거든요.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는 쉽게 감정이 동요될 일이 없는데, W랑 대화를 하다보면 평소와는 다르게 울컥하는 것도 잦고, 때때로는 둘 다 상처주려고 모진 말을 일부러 할 때가 있습니다. 일부러, 라는 걸 서로 알지만 그럼에도 또 상처받아요.
왜 우리 둘 관계는, 시간이 흘러도 성숙되지 못했나 생각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연애라는 게 시간이 흐르면서 쌓여가는 둘만의 추억이나 공유하는 생각들로 인해서 서로 닮아가고 함께 성장해나가는 법인데, 저희는 몇 년의 공백기가 있었기 때문인지 그 빈틈이 메워지지 않아서 좀 더 거친 연애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언쟁이라고 할 만큼 거창하게 말다툼을 하지는 않지만, 둘 사이에 감정이 상하면 W는 너무하다 싶은 말을 표정도 안 바꾸고 아무렇지 않게 합니다. 듣고 있을 때도 있고, 발끈하게 될 때도 있습니다.
전에 들었던 말이 아직도 머리에서 떠나가질 않아서..
아무래도 제가 상처를 받은 모양입니다. 그래서 넋두리랍시고 주절주절 떠들어대다가, 그래도 즐거운 날이니까 그만 해야겠습니다.
같이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투쟁 끝에 겨우 쟁취했어요.
살다보니 그동안 W가 얼마나 자기 생활패턴을 꾹 누르고 있었나 싶어서, 조금 놀랍고 조금 감동도 받고. 생각했던 그 이상이네 싶어서 좀 조심스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몇 번은 가볍게 물었죠.
밥 먹다가, 같이 살래? 물으면
아니.
TV 보다가, 같이 살고 싶어 너랑. 이라고 말하면
이 정도로도 괜찮잖아.
같이 길을 거닐다가,
이러고 같은 집에 들어가면 더 좋을 것 같지 않아?
라고 물으면
막상 살아보면 아닐걸.
그렇게 수차례 거절당하고
아, 내가 너무 가볍게 말했나보다 싶어서 다시 날을 잡고 진지하게 말했죠.
내가 불편한거야?
라고 대뜸 물으니까 W가,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라고 말했죠.
너랑 같이 살고 싶다고 다시 한번 말하니, 또 그 얘기야? 라고 답하더라고요.
왜 싫은거야?, 하고 물었죠.
싫다고는 안했어.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냐는 거지. 라고 말하기에 제가 다시 말했죠.
필요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난 앞으로 너랑 같이 살고 싶다고. 쭉.
지금 생각하면 무드도 감동도 없는 촌스럽기 그지없는 프러포즈인데, W는 못 알아먹었을 것 같아요. 좀 더 진지하게, 반지라도 준비해서 말을 꺼냈어야 했다고, 지금은 반성하고 있습니다만, 이미 늦었죠.
제 진심이 비춰진 건지, 그때는 W도 바로 거절을 안 하고 잠시 생각해보더라고요.
그러다 이내 다시 부정적인 말을 꺼냈죠.
언제까지 갈지도 모르는데.
라기에, 제가 바로 알아듣지 못하고, 뭐가? 라고 물었죠.
아무말 없기에 저도 아무말 않고 있다가, 설마 싶어서 다시 물었죠.
우리 말이야?
하고.
대답은 안 했지만 그 말이더라고요.
우리 관계가 언제까지 갈지 모르는데 굳이 같이 살 필요가 있냐는 말.
그때 속이 조금 쓰라렸지만, 분위기 전환을 하고 싶어서
W를 끌어안으면서, 왜 끝나, 영원히 아니야? 라고 부드럽게 말했죠.
영원히, 라든지
사랑, 이라든지
이런 말이 저는 뭐랄까. 너무 다정해서 차마 입 밖에 내기가 힘든 말들인데 요새는 태연한 척 꺼내보려고 하고 있어요. 제가 부끄러운 티를 내면 상대방도 덩달아 어색해질 것 같아서 아무렇지 않은 척 말하고 있어요.
사랑한다는 말은 아직 못해봤지만, 조금 더 연습하다보면 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W를 끌어안고 있다가, 제가
왜 자꾸 끝날 사람처럼 말해, 사람 불안하게. 라고 말했죠.
W가, 니가 그런것도 있냐. 라고 말하기에 제가,
그래, 너랑은 다르게.
라고 대답했죠.
W가, 나라고 별거있냐. 하더라고요.
W의 그 말이 사랑스러워서 좋은 시간 보냈습니다.
수십번의 구애 끝에 W가 겨우 알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말하더라고요.
같이 살더라도, 집을 새로 구하진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러면? 하고 물었죠.
너가 들어와, 우리 집에.
W는 본인의 영역에 타인이 침범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전 좀 의외였어요.
괜찮겠어? 하고 물었죠. W가 그러더라고요. 근데, 너희 집은 그냥 빈 집으로 계속 놔뒀으면 좋겠어.
경제적인 부분까지 합치자고 할 생각은 없었지만, 굳이 빈 집을 놔두는 게 전 좀 낭비라고 생각해서, 왜? 하고 물었죠.
저의 물음에 W가 한동안 침묵하더라고요. 저도 가만히 기다렸습니다. 그러다가 읊조리듯이 말하더라고요. 혼자 있고 싶을 수도 있으니까. 라고. 무슨 의미인지 몰라서 되물었죠. 혼자 있고 싶으면 나 집에 가라고?
긍정도 부정도 안하기에 다시 물었죠. 넌? 넌 혼자 있고 싶으면 어쩌려고, 내가 버젓이 집에 같이 있을 텐데.
또 침묵. 그러다 입을 열더라고요. 난 그런 말 잘하니까. 근데 넌 못 하잖아.
제가, 나보고 나가라고 말할거야? 라고 말하면서 웃었습니다. 재밌어서는 아닌데, 그냥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W가, 뭐. 하고 긍정도 부정도 아닌 말을 했지만, 긍정을 의도 했던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정작 더 그렇게 못할거면서, 라고 생각했고요.
어찌됐든 무슨 의미로 빈 집을 놔두라고 하는 건지 이해했습니다. 우리의 선택지가, 선택의 기로 없이 그저 서로여야만 하는 단답이 W는 싫은 거라고. 그게 W를 힘들게 하는 거라면, 굳이 설득하고 싶지도 구구절절 변명하고 싶지도 않아서, 네가 그걸 원하면 그렇게 하자고 했습니다.
나랑 있는 게 불편하다 싶으면 말해, 더 이상 억지 부리지 않을 테니까. 라고 말했어요. 결국은 제가 졸라서 함께 사는 거니까, W한테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사실은 W의 저런 말들이, 저의 억지를 못 이겨 마지못해 승낙해준건 아닌가 싶어서 걱정이 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서로의 교점을 더 많이 만들고 싶었어요. 같은 집에서.
같이 시작한 처음 몇 주는 제가 꽤나 들떠 있었습니다. 그래서 W한테 많이 질척댔어요. 좋더라고요, 숨길 수 없을 만큼. 틈만 나면 껴안고 스킨십하고 옆에 붙어서 일도 못하게 하고 그랬어요. 전 좋아서 그러는 거였지만,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은 걱정은 여전히 있어서, 귀찮으면 말해. 라고 항상 덧붙였어요.
일도 못하게 할 만큼 제가 옆에서 방해를 해서, 충분히 귀찮을 수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억제가 잘 안 되더라고요. 몇 번을, 귀찮으면 말해. 라고 했더니, 그만 말해, 안 귀찮으니까. 라고 말하더라고요. 그 뒤로는 더 이상 묻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음 껏 귀찮게 했습니다.
W랑 같이 사는 지금 놀란 건, 그동안 W가 자신의 생활습관을 꾹 누르고 있느라 많이 힘들었겠다, 라는 것과 생각보다 W가 더 깔끔하다는 것이었죠.
예를 들면,
밖에 나갔다가 들어오면 현관 청소까지 하고 집 안으로 들어온다는 것?
예전에는 저와 있을 때는 그렇지 않았기에 그런 습관이 있는 줄 몰랐죠.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W가 저에게 그러더라고요.
자기 생활습관이 신경쓰일 수도 있는데, 그냥 무시하라고.
굳이 맞출 필요 없다고요. 자기는 그게 좋아서 하는거니까, 저까지 같이 그럴 필요 없다고.
근데 그게 되나요, 어디.
밖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현관청소를 하고 들어온다는 걸 아는데, 제가 하지 않고 들어간다는 건 W보고 하라는 거나 마찬가지라서.
몇 번 하다보면 딱히 귀찮은 것도 아니더라고요. 바로바로 청소하다보니 몰아서 청소할 필요도 없고, 집도 깨끗하고, 좋습니다.
라고 생각하려고 부단히도 애쓰고 있습니다.
같이 살면서 있었던 얘기, 더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는데 지금은 나가봐야 해서 여기까지 쓰고 올립니다. 설에 썼다가 못 올린 것까지 일단 올리고 갑니다.
봄이 오기 전에 또 봅시다.
+
안녕하세요, 약속대로 봄이 오기 전에 왔습니다.
한동안 따뜻했다가 오늘 살짝 쌀쌀하네요. 그래도 확실히 굉장히 따뜻해졌어요. 정말 봄이 오긴 오나 봅니다. 사실 이번 겨울은 별로 춥지도 않았지만.
W랑 살면서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는데 주로 W의 생활습관 이야기입니다. 결벽증 비슷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같이 살다보니 보통사람인 제 눈에 W는 확실히 결벽증인 것 같고.. 사실 어디부터가 결벽증이고 어디까지가 깔끔한 정도인지 그 기준은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다지 나아지지도 않은 것 같고, 밖에서만 겨우 참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W는 타인한테 피해주는 걸 굉장히 싫어하기 때문에 그다지 티를 내지 않습니다. 저에게도 숨겨왔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W의 그런 성향을 알게 됐다고 했는데, 혹시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친구가 W의 물병에 입 대고 물을 마시고, W가 그걸 쉬는 시간에 다 버렸다는 얘기요. 저는 알고 있었지만 사실 친구들도 잘은 몰랐어요. 다만 W가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고,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고, 살이 닿는 등의 스킨십에 민감하다는 것 정도만 알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불편한 것보다도 그냥 신기해서요. 제가 다른 사람들이랑 살아본 게 아니니까 다들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습니다.
집에서 쓰는 청소기가 있는데 현관에도 작은 청소기가 따로 있어요. 수시로 로봇 청소기도 돌아가고 있고요. 당연히 물__청소기도 구분해서 씁니다. 샤워를 하고나면 바로 화장실청소를 하고 나오고요.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이불을 털고 정리하는 것도 저는 조금 신기했고요.
본인의 습관들을 저와 있을 때는 보여주지 않았거든요. 물론 주로 저희 집에서 지냈던 것도 사실이지만, W집에서 함께 하룻밤을 보내게 될 때에도 W는 티내지 않았거든요.
함께 지내면서 W가 하는 생활패턴을 따라해보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제가 하는 것이 W 성에 차지 않나보더라고요. 이불정리도 제가 하고난 후에 꼭 다시 하더라고요. 제가, 아. 끝을 맞춰야 되는구나, 이제 제대로 알겠어. 라고 말하니까 W가, 넌 별로 신경 쓰지 마. 라고 하더라고요. 그 뒤로도 몇 번, 저보고 안 해도 된다는 식으로 말하길래, 내가 하는 게 영 마음에 안 들어서 손이 두번세번 가서 그런가, 생각했었죠.
어느 날 저녁 먹다가 그러더라고요.
너가 해준 음식 맛있어.
뜬금없는 칭찬에 고맙기도 하고 좀 어안이 벙벙해서, 어, 그래? 앞으로도 많이 해줄게. 라고 말했죠. W가 그러더라고요.
그러니까, 넌 다른 건 할 필요 없어.
그게 본론인거였죠. 그다지 음식에 관심도 없으면서 갑자기 그런 말을 한 이유를 알았지만 괜히 물어봤어요. 왜? 하고.
너 굳이 신경 안 써도 돼.
뭘?
나도 내가 지나치다는 거 아니까.
라고 말하기에 더 이상 파고들면 너무 짓궂은 거 같아서, 아냐, 나도 좋아서 그런거야. 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아침에 제가 더 늦게 일어나면, 저도 W 마음에 들게끔 침대 정리를 해놓고 싶거든요. 근데 원래 제겐 그런 습관이 딱히 없었어요. 그저 이불을 반듯하게 펴놓는 정도만 했는데, W는 그게 아니거든요.
근데 저도 W 방식이 더 좋다고 생각하니까 그대로 하는 것뿐인데 제가 이불을 털고 있으니 W가 방으로 들어오더라고요. 제가 왜? 하고 물어보니까, 안 해도 된다고 말했잖아. 라고 하더라고요. 꼭 W 때문만은 아닌데 너무 단호하게 말하길래 저도, 나도 이게 좋아서 그런거야, 너 때문이 아니고. 라고 말했죠.
W가 다시 말하더라고요. 내가 신경쓰여서 그러니까, 하지 마.
전 이깟 이불정리가 뭐라고 이러나 싶었지만 더 말다툼하기 싫어서, 알겠어. 하고 방에서 나와버렸습니다.
그 뒤부터는 괜히 청소하는 것도 신경쓰입니다. 전 제가 좋아서 하는건데 마치 W는 자기 때문에 한다고 느낄까봐. 이불정리뿐만 아니고 설거지도 그렇고요. 전 설거지 하고나면 그냥 물기가 자연히 마르도록 놔두는데 W는 다 닦아서 넣어두더라고요. 그것뿐만 아니라 하나하나 다른 게 많았어요.
그동안 W는 나름대로 힘들었겠다, 싶었어요. 제 생활 패턴이 신경 쓰였을 텐데 신경 안 쓰는 척 하느라. W 입장에선 제가 청소나 정리정돈이나 참 제대로 안하는 사람처럼 느껴졌겠다 싶었죠. W는 하지말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혼자 자기만의 방식대로 살아오던 사람집에 외부인이 들어와 마음대로 바꿔놓으면 여간 불편한게 아니겠다 싶어서, 한동안은 좀 신경쓰이더라고요.
그러다가 문득, 이렇게 하나둘 점점 신경쓰다가 괜히 나랑 같이 살았다 싶으면 어쩌지, 그런 걱정이 좀 들더라고요. 언젠가 자다가, 제가 그 얘길 한번 했어요. 무거운 분위기를 만들고 싶진 않아서 나름 애교스럽게 말을 꺼냈어요.
나랑 살다가 손 많이 간다고 너가 귀찮아하면 어쩌지.
라고 애교부리면서(?) 제가 W를 뒤에서 껴안았죠. 가볍게 꺼낸 말이긴 하지만 저는 좀 걱정하고 있던 부분이었는데 W는 무신경하게 말하더라고요.
안 귀찮다니까.
그 말로는 안심이 되지 않아서 제가 말을 이어갔죠.
지금은 안 귀찮아도 지낼수록 같이 있는 게 불편해질 수도 있으니까.
제 말을 듣고는 W가 돌아눕더니 절 빤히 보더라고요. 그러더니 희미하게 웃더라고요. 제가, 왜 웃어? 하고 물으니까 W가 그러더라고요.
나는 오히려 걱정하고 있는데. 너가 환자같다고 할까 봐.
W 나름대로도 어렵게 꺼낸 말인 거 같아서,
평소의 넌데 뭘.
하고 대답했습니다. 평소의 W랑은 꽤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청소문제는 대충 잘 마무리된 거 같습니다. 여전히 저는 W 앞에서는 굳이 안하는 척 하지만, 일찍 일어나서나 아니면 W가 안 볼 때 알아서 요령껏 맞춤형 청소를 하는 중입니다. 요리는 제가 전담하고 있고요. 물론 제가 만들고 제가 더 맛있게 많이 먹기도 하고요.
그리고 한 가지 좀 짜증나는 건.
아, 그 전에.
W가 저랑 지내기 시작하면서 핸드폰을 다시 무음으로 해 두더라고요. 아니 같이 살기 전에도 계속 무음으로 하기는 했었어요. 카톡도 알림을 꺼놓고. 연락이 바로 닿지 않으니 답답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몇 번이고, 왜 전화를 안 받냐 물어보면 무음으로 해놔서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가 한번은 카페에 갔을 때, 계속 무음으로 해 둘 거냐고 물었죠. 몇 초간 머뭇하다가, 너랑 떨어져있을 땐 풀어놓을게. 하더라고요. 그 뒤부터는 좀 연락이 잘 됐던 것 같습니다. 근데 저랑 있는 동안은 계속 무음인 채로 폰을 잘 안 보더라고요. 그 땐 폰을 신경 안 쓰나보다, 했죠.
같이 살다 보니, W의 폰은 항상 무음인 채입니다.
그리고 W의 폰에는 제 상식선에서는 지나치게 연락이 많이 온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됐습니다. W는 폰 번호를 자주 바꾸는 편입니다. 종종 모르는 번호로, 나 번호 바꿨어. 하고 문자를 보내놓곤 했었죠. 그 땐 왜 저렇게 자주 번호를 바꾸지, 좀 의아하긴 했었거든요.
같이 살아보니 이제 알 것 같네요.
핸드폰을 무음으로 해 두더라도 화면에는 불이 들어오잖아요. W는 폰 led램프도 꺼놓은 상태라서 화면을 보지 않으면 달리 알 방법이 없거든요. 근데 자주 폰 화면에 전화가 울리고 카톡이 오는 것 같더라고요. 여자친구한테든 누구한테든 다른 사람 폰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한번도 없는데, 관심이 가더라고요.
전화가 오는 것 같아서, 전화 온다고 말하면, 힐끗 폰을 보고 모르는 번호면 안 받더라고요.
누군데? 물으면, 나도 몰라. 하더라고요. 몇 주전에, W는 옆에서 자고 있고 저는 안 자고 있었거든요. 근데 W 폰에 계속 전화가 들어오더라고요.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전화가 몇분간 다른 번호로 계속 오길래 제가 받아버렸습니다. 대체 누가 이렇게 W를 찾나 싶어서요.
제가 전화를 받으니 W 폰 아니냐고 묻더라고요. 여자 목소리길래 괜히 신경쓰여, 아니라고 말했더니 뚝 끊더라고요. 그리곤 그 날은 전화가 안 왔어요. 그 다른 번호는 한 사람이 다 걸었던건가 싶었어요. 다음 날 W한테 말했어요. 너 전화 내가 받아버렸다고. 허락도 없이 전화받았다고 싫어할 줄 알았는데, 별로 신경 안 쓰더라고요. 제가, 네 폰 아니라고 했어 여자길래. 라고 말했더니 W가, 잘했어. 하더라고요.
무례한 행동인데, 잘했다고 하니 앞으로도 받아버릴까 생각중입니다.
그리고 W는 여전히 폰은 무음인 채로.. 그래서 집을 나오면 저도 여전히 전화하기 힘들어졌습니다. 다시 무음을 안 풀거냐고 물어보려했는데 마침 W가 말하더라고요. 너랑 같이 사니까 그건 좋네, 하길래 뭐가? 물으니, 폰 진동 안해놔도 되는거. 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니, 무음 풀라는 말은 앞으로도 꺼내기 힘들 것 같습니다.
집에 가면 얼굴 볼 수 있다는 거에 만족해야겠습니다.
며칠 전에 쓰던 거 오늘 이어서 쓰고 있는데, 오늘은 여기까지 쓰고 올려야겠습니다. 새로 글 쓰려다가, 제 글이 밑에 바로 있어서 그냥 추가로 올립니다. 그리고 제가 여자에 이어 심지어 남자한테도 질투한 적이 있는데 그거 기억나면 얘기해드릴게요. 저도 병인 거 같습니다. 여자친구 사귈 때도 없던 질투가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아서요. 좀 걱정도 되고요. 이제 여자도 모자라 남자한테까지 이러나 싶네요. 동성을 사귀면 적이 많아진다더니, 그 말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내일은 등산을 가려 합니다.
머지않아, 또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