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만치 십몇년을 너가 울면 울고 너가 웃으면 웃으며 보냈던 나를 후회한다.
너의 노래에 위로받고 너의 웃음에 행복했던 그 날들이 수치스럽다.
뉴스에서 너의 이름이 다시 보이더라
참 웃기기도 하지 또 너의 이름을 논란거리로 보게될 줄은 몰랐다
너가 화장실로 뉴스에 내내 나오던 그 날에 나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욕을 하는 대신에 나의 과거를 부정하기로 했다
너를 사랑한 적이 없다며 너를 지워버리고 싶었다
너가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과 팬을 돈으로 알고 행동한다는 소문, 심지어 너가 유흥에 발을 들인다는 소문은 진작에 알고 있었어.
아니겠지, 아닐거야. 소문은 소문이니까 하며 나를 달랬던 그 많은 날들이 너무 치욕스러워서
나는 그 날 너를 가슴에 묻었다.
근데 너가 문제가 아니더라, 나는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됐다.
연이어 터지는 남자 연예인들의 논란을 보며 그냥 웃음이 나오더라.
나한테 너는 그 어떤 충격보다 더 큰 충격이었어서 이미 나는 다른 충격을 받기에는 글러먹었나봐.
너를 보며 내가 어떻게 다른 멤버들까지 사랑하겠니. 그만큼 사랑을 과분하게 준 너였기에 나는 다른 멤버들도 가슴에 묻어야했다. 더 이상 사랑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너 이후로 나는 다른 많은 연예인들이 나와도 좋아할 수 없었다.
근데 웃긴 게 내가 나도 모르게 동영상을 틀고 음악을 듣고 얼굴을 보고 있는거야.
그것도 남자 아이돌을.
웃기지 않니, 그렇게 당했는데 또 이러고 있다는게. 나는 내가 너무 한심했어.
근데 유천아.
그 남자아이돌 말이야.
풍선에 나온 꼬마신기더라. 너를 보며 꿈을 키웠다는데, 나는 너무 부끄럽더라.
사실 한 눈에 알아봤어. 꼬마신기 중 한 명이란걸. 얼굴이 똑같더라고, 시간이 흘렀는데도.
그 와중에 그 좋았던 추억이 생각나서 한 번만 더 보자, 한 번만 더 보자 그러고 있더라 내가.
너무 좋았던 그 때가 생각나서. 너와의 그 예뻤던 추억이 기억난다는 한심한 이유로.
저 꼬마는 저렇게 커서 팬들을 위해 몸을 가꾸고 실력을 키워왔는데 너는 뭐하고 있던건지 웃기더라. 너보다 팬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예뻐보였어. 근데 나는 차마 그 아이돌을 좋아하지 못할 것 같아. 그 누구라도, 너로 인해.
기자회견하는 너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냥 덤덤했다.
원망하는 것보다, 너를 미워하는 내 마음보다 나는 그냥 이제 너에게 믿음이 없더라고.
그 어떤 결말이 나와도 놀라울 것 같지 않았다.
유천아.
얼굴 보는 게 너무 힘들다 내가.
보이지 않아줬으면 하는 너의 팬이었던 사람의 마음을 좀 알아주면 안되겠냐.
내가 너를 사랑했던 십몇년.
나의 팬심은, 너는 여전히 신경도 안 쓰는 너를 향한 소중한 마음이겠지만,
나는 여전히 너만 보면 고통스럽다.
너무 화가 나고 배신감이 들어. 찬란했던 나의 마음이 볼품 없이 느껴지는 게 너무 초라해서.
나는 너가 보고싶지 않다.
이제 내가 누구를 사랑한다는 게 어색할만큼 나는 사람을 믿지 못하지만
널 원망하지는 않는다. 그러기엔 내 마음이 너무 안쓰럽다.
너에게 단 한번도 닿지 않았던 나의 애정이 너무 불쌍해서 나는 너를 진심으로 원망하지조차 못해.
다만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은 간절해.
제발 보이지 말아줬으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