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스무살 나에게 일어났던 불행했던 모든 일들은 모두 너를 만나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을까? 어쩌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혼자 타지에 올라와서 등록금 생활비 전부 혼자 해결하느라,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 받고 데이느라 벅차고 힘들었던 나에게 너는 따뜻하게 다가와 내 마음을 녹여주었다.
일이 끝나고 집으로 쓸쓸히 걸어가는 나는 너무 서러워서 그만 길에서 펑펑 울고 말았어. 그러다 문득 머릿 속에서 스쳐지나가듯 생각난건 바로 너였다.
힘들다고 전화기를 붙잡고 우는 나를 토닥토닥 괜찮다며 위로해주고 ‘저녁에 한강이나 보러 갈까?’ 하면서 우리 집 앞까지 날 데리러 와서 근처에서 제일 예쁜 한강공원으로 데려가 준 사람,
내가 분이 풀릴 때까지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둔치를 같이 걸어주며 아무 말 없이 내 얘기를 들어준 사람,
내가 괜찮다고 할 때까지 몇날며칠이고 한강이며 바다며 데리고 가준 사람,
아무도 없는 새벽 바다에서 근처 슈퍼에서 산 폭죽을 터트리며 좋아하는 내 모습을 보며 너는 발그레 웃었지. 그렇게 우리는 바다에서 돌아오는 길에 손을 잡고 오랜 만남을 약속했다.
아침에 너의 목소리를 들으며 일어나고 밤에 너의 목소리를 들으며 잠들고, 서로 너무 보고싶은 날에는 너는 50km가 조금 넘는 거리를 달려와서 나를 안아줬다.
둘 다 코노를 너무 좋아해서 쉬는 날에는 집 근처 코노에서 하루종일 노래를 부르곤 했고, 노래를 잘 못불러서 삑사리가 나도 그저 예쁘다고 좋아해주는 너를 보며 나는 정말 행복했어. 다 놀고 나와서 어둑하니 해가 져있으면 배고픈 배 부여잡고 근처 치킨집 가서 맥주 한잔씩 하며 정신 없이 떠들고, 둘 다 얼굴이 발그레해져서 아직 쌀쌀한 밤거리를 손잡고 걷다보면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다.
얼마 전 내 친구가 많이 아파 큰 병원에 입원해 오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당장 찾아가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되지 않아 정신 없이 힘들어 할 때, 너는 수화기 너머 울고 있는 내 목소리를 가만히 듣고는 ‘내일 아침에 바로 병원 가자. 가서 친구 보고 오자.’ 라는 말 한마디로 날 위로해주었고 덕분에 친구에게 인사도 하고 올 수 있었어. 친구는 알고보니 그렇게 심각한건 아니래, 다행이야.
나는 자면서 가끔씩 끙끙거리며 자곤 하는데, 그 모습도 예쁘다고 좋아해주는 너를 보며 ‘이 사람이 날 정말 많이 좋아하는구나.’ 알게 됐어. 너의 눈을 바라보면 그 눈 안에 내가 있고 너의 눈 안에서 내가 반짝반짝 빛나는게 너무 좋았다. 앞으로 우리 둘도 그렇게 계속 반짝반짝 빛났으면 좋겠다.
내 입에서 습관처럼 나오던 ‘힘들다.’ 라는 말을 ‘행복하다’, ‘그래, 해보자.’ 로 바꿔준 사람,
나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도 예쁘다, 라는 말을 서슴치 않게 진심을 담아서 말해주는 사람,
지금 이 순간에도 너무 보고싶어, 하면서 귀엽게 애교 부릴 줄 아는 사람,
사랑하는 남자친구야. 너는 나와 처음으로 한강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내가 너무 예뻐보였다고 했지? 그때부터 내 인생은 달라졌어. 우리 앞으로도 이렇게 행복할 수 있을까? 그래, 아무리 힘들어도 같이 이겨내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아 우리. 아무것도 없는 나를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자라고 사랑해줘서 고마워.
전에 있던 불행은 너를 만나기 위한 준비과정이었을까? 정말 그런 것 같아. 이제 나는 널 만나러 갈 준비를 할거야. 나 지금 너무 떨린다. 벌써 보고싶어, 많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