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눈팅만 하다가 글을 쓰게되었습니다.
오랫동안 만난 남자친구와 결혼 이야기가 오고가면서 혼란스러워서 조언 여쭙고자 글 씁니다.
저와 남자친구는 20대 후반이고 각각 연봉 3500만원, 4300만원을 벌고 있습니다.
임금 상승률이 높은 회사라 추후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회사를 다닌지 2년이 안되어서 저는 2000만원정도 모아뒀고 남자친구는 차량과 1000만원이 있는 상태입니다.
(+추가 : 결혼은 3년 뒤에 할 예정입니다. 그때되면 제 적금이 4500만원 정도 일것 같고
남자친구는 5500만원 정도 일것 같습니다. 집은 대출 끼고 전세로 하는 것으로 이야기 오고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시댁입니다.
먼저 저희 부모님께서는 아버지가 대기업 다니셔서 연봉 1억이시고 어머님은 취미로 회계사무소 아르바이트를 하셔서 생활비와 본인 용돈을 충당하고 있습니다.
자가 집과 차2대를 가지고 있고 노후준비 되어있으십니다.
시댁은 아버지의 계속된 사업실패로 빚이 많다는 소리만 들었습니다.
지금은 작은 가게를 하면서 월 200만원 정도 수입이 있는데 빚과 이자를 갚으면 얼마 안남는다고 합니다.
어머님은 몸이 안좋으셔서 일을 쉬시고 있다고 하네요.
한살 아래 여동생은 변덕이 심해서 1년을 못채우고 일을 계속 그만두고 있다고 합니다.
당장은 본인 용돈으로 충족하게 쓰겠지만 모아둔 돈은 없는것 같았어요.
집은 월세에 노후준비는 안되어있으시고 아버님 보험은 해지되어있다고 하셔요.
남자친구는 참 성실합니다. 가정에 대한 책임감도 강하고 긍정적이고 회사에서도 인정받고
그리고 무엇보다 저를 정말 열렬히 사랑해 줍니다. 몇년이 지났지만 한결같이 사랑해주고 있어요.
그런데 가난은 너무 무섭습니다. 남자친구와 제가 벌이가 괜찮고 딩크족을 꿈꾸기에
우리 둘만 산다면 문제가 없는데 예비 시댁을 생각하면 덜컥 겁이 납니다.
물론 아버님이 가장의 책임을 다하려고 애쓰시지만 아프시면 어쩔지...
남자친구도 본인이 할수있는 최선은 다했고(3000만원 정도 지원해드렸고 가끔 용돈도 줌)
이제 그 후의 지원은 없을거라고, 자기에게 더 요구를 한다면 인연을 끊을거라고 하지만
자기 핏줄을 끊어내는게 어디 그렇게 쉬운일인가요....
절대 제가 자기 부모님 빚때문에 힘들어하지 않게 한다는데 염려가 되는건 어쩔수 없네요.
고작 시댁이 가난하다고 이 남자를 놓치면 평생을 괴로워할텐데
또 이남자만 보고 결혼해서 시댁문제로 평생을 괴로워하면 어쩌나 하루하루 힘듭니다ㅠ
부디 좋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추가)
자고 일어났더니 정말 많은 댓글이 달렸네요.
자기일처럼 걱정해주시고 현실적인 조언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남자친구는 저희 집 상황을 몰라요.
제가 예전에 남자친구 집 상황을 잘모르고 '만약에 우리 부모님이 빚이 많으시면 넌 어떨것 같아?'라는 천진난만한 질문을 했었는데
남자친구는 '그게 너와 사랑하는데 무슨 이유가 되냐'라면서 자기가 더 열심히 벌어서 행복하게 해드리겠다고 했었어요.
그 말이 너무 고마워서 '고작 가난'이라는 언어를 사용했는지도 모르겠네요.
남자친구의 집 상황을 알고나서 한참 뒤에 남자친구 부모님을 만나뵙는데
생각보다 너무 따뜻하시고 일하고자하는 의지가 보여서 또 저를 자책했었어요.
아버님께서는 자기 아들이 고생했던 이야기를 아니까 더 열심히 일하시려하시고
어머님도 몸 회복되는대로 식당 알바라도 하려고 하셨더라구요.
(애초에 가난했던 집안이 아니라 나름 풍족하게 사시다가 이렇게 된거라서
부모님이 교양 있으시고 아들에게 손벌린걸 부끄러워 하셨어요.)
저랑 있을 때는 그런 말 없으셨는데 나중에 남자친구랑 따로 이야기하면서
너가 이렇게 행복해하는 표정을 오랜만에 보는 것같다.
본인들의 잘못으로 그동안 너까지 힘들게 한것 같아서 미안하다.
자신들은 자신들이 알아서 살아갈테니 너희는 너희끼리 살아가면 된다구...
결혼 때 지원 못해줘서 미안하고 그만큼 너희에게 다른 부담이나 빚들은 절대 안가게 할거라하셨다고 하더라구요.
그후에 한번 정도밖에 더 뵙지 못하고 따로 연락처를 교환한것도 아닌데
남자친구 통해서 반찬이나 제가 좋아하는 과일도 보내주셨어요ㅜㅜ
남자친구한테 집 상황 이야기만 들었을때는 저도 나름의 결단을 내렸었는데
부모님을 뵙고 나니 이 마음이 와르르 무너져서 혼란스러웠던 것 같아요.
댓글들 이야기처럼 아직 3년이란 시간이 남았으니 좀 더 찬찬히 둘러볼게요!
저도 저희 부모님이 우선인지라 저희 부모님이 힘들어하시는 결혼은 할 자신은 없네요.
댓글들 정말 감사합니다!
(추가2)
세상에....이 글이 톡선이 될줄이야
좋은 내용의 글이 아니라 부끄럽지만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시는 분들을 위해 글은 삭제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남자친구를 만나기 전에 딱 한번의 연애를 했었는데 정말 부유한 남자였어요.
연애에 대한 호기심 반 부유한 사람에 대한 호기심 반으로 시작한 연애였는데
그분은 저를 사랑해주셨지만 저는 노력해봐도 그분이 좋아지지가 않더라구요 ㅠ
워낙 어리기도 해서 결혼 생각없이 연애만 했는데도
사랑 없이 얼굴을 마주하고 손을 잡는게 저는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서 다음에 만나는 사람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랑 해야지라고 다짐했어요.
그렇게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났고 사실 만나자마자 서로 집안사정을 오픈하지 않으니 이정도로 힘들었는지 몰랐어요. 그냥 단순히 집이 잘살지는 못한다~라는 정도?
저희 부모님께서 남자친구를 본 적이 있는데 집안사정이 좋지는 못하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예의바르고 인상도 좋고 가치관이 올바르다고 좋아라하시더라구요.
저희 아버지가 정말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셨지만 자수성가한 케이스라 남자친구를 더 좋게 보신것도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아버지 시대와 지금의 시대가 다르단걸 알면서도 제가 지금은 판단력이 흐린것 같아요.
이 글을 쓴것 자체가 제가 가는 길이 불구덩이로 가는 길인걸 알면서도 걸음을 멈출 수가 없어서 따끔한 충고를 듣고싶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만하면서 살고싶은데 참 어렵네요...
이 추가글을 끝으로 더이상의 추가글은 없을 것 같아요 :)
댓글들 하나하나 정말 감사합니다.
남자친구만 보지도 않고 가난만 보지도 않고 현명한 판단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