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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정의 달_ 아버지의 죽음

5월, 가정의 달이 시작하자마자

어린이 날도 오지 않은 저녁에 비보를 받았다.

아니, 생각지도 못한 희보였다.

우리 가족의 눈치싸움이 시작되고, 서로를 위한 거짓말을 했다.

결국 하루만에 다 들통났지만.

어쨌든 장남이라는 이유로 동생은 울산까지 내려가 장례를 치렀고,

나는 집에 남아 와인을 마셨다.

온갖 생각이 난무했으나,

한 편으로 불투명한 앞으로의 내 인생에 들이닥칠 고통의 씨앗 하나가 사라졌다는 안도감이

모든 생각을 이겼다.

잔인하고 비도덕적이고 무례하지만, 기뻤다.

기쁨과 함께 죄책감이 들었지만 그가 했던 악행에 비례한만큼은 충분히 기뻐해도 된다며

스스로 합리화하기로 했다.

사람이 떠난 뒤에야 그 생을 평가할 수 있다는 어느 철학자의 명언처럼

그는 일찍 마감한 생을 희보라 표현하는 딸이 있을 정도로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모든 사람들이 슬퍼하는 죽음이 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 놈 잘 죽었다.'라는 평가는 받지 말자.

스스로 열심히 살았다고 한들, 그런 평가가 남는다면 인생 전부가 부정당하는 것과 같다.

위로도 필요없고, 슬프지도 않은 밤.

과거와의 영원한 이별과 남은 내 인생의 축복의 의미로 혼자 와인을 마셨다.

덤덤한 내 고백이 누군가에게 본인의 죽음과 타인의 기쁨의 상관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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