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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연애,바람 환승이별 한달 전부터 두달 반 후까지 담담하게 적는 후기.

aa |2019.05.22 23:52
조회 4,564 |추천 3
D-30월급도 짜고 비전도 없는 직장에서 나와 용역과 단기알바로 연명하던 2월.그 시기에 일자리 구해질 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하염없이 구인공고를 매일 살펴보던 날.서러움을 이기지 못해 전 여친 앞에서 울었다.알고 보니 그 사이에 전 여친에게 접근한 남자가 있었더라.
D-20미리 화이트데이 선물 준비를 하고 있었다.2주년 선물도 제대로 해 준 것이 없어 곧 필 벚꽃에 어울릴벚꽃 색의 기계식 키보드를 구매했다. 정작 키보드 이름은 매화였지만.전 여친은 게임에서 만난 그 남자와 한창 전화하느라 전화할 때마다 통화중. 통화중.나는 그것도 알지 못하고, 마땅한 이유가 있어 통화하는 거겠지,장거리였음에도 나는 한 번도 전 여친에 대한 신뢰를 의심해 본 적 없었기에 추궁하지 않았다.
D-10드디어 취직했다.3월이 되니 역시 일자리는 쏟아지더라.
D-5마지막 데이트.전 여친과 2박 3일간 여기저기 쏘다니며 내 인생 마지막 행복이라고 해도 될 데이트를 했다.전 여친이 하고 싶어하던 게임을 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며 꾸벅꾸벅 졸다가.마지막 가는 길에 전 여친이 좋아하던 얼그레이 마카롱이 보이더라.가기 전에 저것 한 개 쯤은 입에 물려주고 보내주고 싶었다.화이트데이까진 멀었지만 전 여친이 좋아하는 핑크색의 키보드를 선물하며,개찰구 밖으로 안 나와도 된다고 했지만, 나는 기어코 개찰구에 교통카드를 찍고 나오며가는 길 1초라도 더 보기 위해 안타까운 표정으로 전 여친을 떠나 보냈다.그게 마지막 연인으로서의 모습이었다.
D-3회사에서 크게 혼났다.나는 여기에서 살아남아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고, 결혼을 준비할 수 있다 생각하며살아남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각오로 늘 초조해했고,퇴근길에 침울한 표정으로 지하철을 타려 했으나길을 막아서는 한 아저씨 때문에 배차간격 30분의 지하철을 놓쳤다.전 여친과 통화하며 나는 한숨만 푹 푹 쉬어댔을 뿐.이미 지쳤을, 이별을 통보하기 직전의 전 여친에게 위로받으려는 내가 멍청했다.
D-1다이소를 들어가니 벚꽃 에디션이 그렇게 많더라.전 여친이 맘에 들어하는 게 뭐가 있을까 주섬주섬 살펴보고 몇 개 골라담았다.
D-0차였다.전화로 차였다.나는, 좋은 사람이 생긴거냐고 물었다.돌아오는 대답은,'너만큼 좋은 사람이 어디 있겠니'그래, 그 때만큼은 그 말을 믿었지.우리가 정상적인 이별인 줄 알았다.
전 여친이 처음 선물해 준 목도리로 목을 매었다.3분만에 경찰에게 긴급구조되었다.
밤 새 잠을 잘 수 없었다.
D+1찾아갔다.버스로 네 시간 거리의 전 여친이 사는 곳까지.내 어깨에 기대며,'이렇게나 편안한데, 이렇게나 익숙한데. 미안해.'마음은 확고해 보였다.
D+7단 일주일만에 몸무게가 7키로가 빠졌다.새벽 다섯시에 울다 지쳐 겨우 잠들고 여섯시 반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며,아침과 저녁은 먹을 리가 없고,점심엔 먹어야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한 개를 입에 털어넣으며10분 뒤에 화장실에 급히 달려가 전부 토해내는,그런 평범한 이별을 겪은 사람의 선폭풍이겠지.
D+15그동안 매달리기를 엄청 매달렸다.얘기를 듣자하니,게임에서 만난 그 남자가 전 여친에게나와 헤어져야 하는 이유를 장황하게 매일 매일 설득했더란다.나는 물었다.'그 사람하고 입맞춤을 한 것도 아니고 잠자리를 같이 한 것도 아닌데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몸을 내어 준 것으로 나한테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돌아오는 것은 침묵 뿐.'왜 아무 말이 없어?'-'내가 아무 말 안하는 것 보면 알지 않아?''그런 거구나.'
그래,나와 사귀는 중에 서로 파트너 관계였었구나.
D+20지인이 나에게 소식을 물어다 주었다.서로간의 SNS에서 나와의 마지막 데이트 때 갔던 모텔 사진을 전 여친이 올린 것을그 남자가 멘션으로 평가질한 것을.나와의 이별 전에 올렸더라.나는 그 사진을 찍은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그냥 그렇더라.
D+30두 번째 자살 시도.이번에도 실패했다.그 때 봤던 경찰관의 얼굴을 두 번째로 보았다.몸무게는 이별 전에 비해 13키로가 빠졌다.내 몸무게 앞자리가 두 번 바뀌어 40키로대가 되어 있더라.전 여친과 사귈 때 끊었던 담배를 하루에 네 갑씩 피워댔다.머리가 망가져 대학병원 정신과에 등록했다.미르타자핀을 처방해 주더라.
D+40전 여친에게 내가  앞으로 잘 할 것을 설득했다.한 번의 재회.그 남자를 차고 나를 선택했다.한 번의 서먹한 데이트.
D+43전 여친은 내 말에 응 그렇구나~ 그래~ 알겠어~ 이런 성의없는 말 뿐.나는 왜 나를 만나냐고 물었다.전 여친은,'이렇게라도 만나지 않으면 정말로 혼자가 편해질 것 같아서.'
왜 다들 환승할 땐 하는 말이 똑같지.
D+45그 남자는 전 여친을 포기하지 않은 듯 보였다.나는 그 남자에게 문자로 '너를 예의주시하고 있겠다. 너의 행동을 정당화하려 하지 마라. 넌 쓰레기다.' 라고 보냈다.전 여친은 나에게,내가 그렇게 못미더웠느냐. 너에게 실망했다. 재회에 대해 재평가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D+46뻔했다.출근길마다, 점심시간에,퇴근길, 저녁,밤 모든 시간 전 여친의 전화는 통화중이었다.그 남자와 통화하고 있었던 거였지.
D+50완벽히 끝났다.전 여친은 나에게 '나 이 사람 생각보다 많이 사랑하고 있어. 너한테서는 없는 빛을 찾은 느낌이야.'나는 물었다.'나 이제서야 취직했고, 미래를 보기로 했는데.'전 여친은 얘기했다.'우리의 과거의 추억은 추억일 뿐이야. 그 때 좋았었지 하면서 잠깐 생각하고 말 추억.'
끝났음을 그제서야 깨달았다.나는 마지막에 처음으로 전 여친에게 모진 말을 했다.'끝끝내 버릴 수 없었던 너가 짜 준 목도리, 이제서야 버린다.그걸 추억이라고 생각하지 마. 나에겐 너를 만났던 모든 기억이 1초 남김없이 악몽이야.제발 부탁이야. 내 기억속에서 꺼져줘. 내 모든 게 더럽혀졌어. 내 몸도 마음도.'
수화기에서 전 여친의 흐느끼는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들은 목소리였다.
D+51칼같이 SNS에 그 남자와 전 여친과 나란히 뜬 상메 연애중.모든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온 세상에 자신들이 커플임을 알리고 있었다.
D+55매일 매일 정신없이 손목을 칼로 긋고 긋고 긋고 그었다.정신과에서 항불안제와 졸피뎀을 추가로 처방받았다.매일 매일 졸음을 이겨내며 사는 듯 죽은 듯 그래 살았다.
D+60서로 커플링 인증을 하더라.그 쇼윈도 안 풍경은 참 누가 봐도 '우리는 우주를 건너 만난 인연이야' 라고 말하는 듯 했다.굳이 카톡으로 해도 될 대화까지 SNS를 통해 만인이 보는 앞에 대화하며서로가 이상형이라고 사랑을 불태우는 모습을 봐도 이젠 무덤덤하더라.전 여친은 지금 남친이 피는 담배를 따라 피는 듯 해 보였다.
D+70내 마음 속 정리가 얼추 끝난 듯 했다.평일엔 회사를 출근하며, 퇴근하고 나서는 미리 약을 입에 털어넣고졸다 자연스레 잠들기 전까지 혼자 공부를 하다 쓰러지는 그런 평범한 루틴을 유지중.담배보다 끊기 힘든 게 염탐이더라.확실히 빈도는 줄어들고 있고, 점점 궁금한 점도 줄어들기 시작한다.이젠 얼굴도 잊혀져 간다.기분전환으로 핸드폰도 교체했다.전 핸드폰에 담겨있던 사진들은 백업하지 않고 초기화했다.그 추억들을 믹서기에 넣고 돌리듯.
나는 내 의지로 철저하게 혼자가 되었다.모든 인간관계와 SNS,커뮤니티 등 인터넷 전반에 걸쳐 내 흔적을 지우는 데 부던히도 애썼다.모든 인간관계를 끊어냈다.아무와도 교류하지 않는 외톨이 인생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혼자라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찾아내고 있다.
망가진 정신을 회복하기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듯 하다.
추천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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