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가정불화가 되게 심해.
기억이 나는 가장 어린 시절을 떠올려도 부모님은 항상 싸우고 있는 모습일 만큼... 요즘 들어 아빠가 집에 들어오기만 해도 계속 불안하고 두분이 싸우는 걸 듣기만 해도 심장이 뛰고 손이 떨리더라구.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우리 집 얘기는 해본 적이 없어. 그래서 여기에라도 털어놓으면 조금이라도 괜찮아 지지 않을까해서 적어볼려고 해.
우리 집 싸움의 시작은 항상 아빠였어. 아빠는 이 사실을 인정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지. 아빠는 술을 정말 좋아해. 술을 마시고 오는 날 밤이면 나는 어김없이 부모님이 싸우는 소리를 이불을 뒤집어 쓰고 들었었어. 아빠가 술먹고 새벽 늦게 들어와서 집에 있는 모두를 깨워. 엄마가 제발 조용히 하고 자라고하면 그때부터 싸움이 시작돼.
내가 기억나는 가장 어린시절부터 부모님 사이가 안 좋았다고 그랬잖아. 그 이유를 말해보자면 일단 아빠는 가부장의 표본이라고 할 만큼 굉장히 가부장적이야. 집안의 가장이라면서 물 한잔 떠먹는 것도 우리를 시켰고 안 떠오면 우리를 불러다 앉힌다음 왜 그따위로 행동하냐며 혼을 냈어. 또, 새벽에 술먹고 집에 왔는데 밥이 없으면 자고 있는 엄마를 깨워서 밥차리라고 했고 만약 아침밥을 안주면 그날 아침은 싸움으로 시작돼(내 기억 상 엄마는 10번 중에 9번은 아침을 차려줬어). 청소? 빨래? 요리? 그런거 하나 모르는 인간이야. 자기가 먹은 과자 봉지는 부스러기와 함께 바닥에 나뒹굴만큼 청소란 건 하나도 모르고 요리는 밥솥에 밥 하는 법도 몰라. 그러면서 맨날 자기는 이런거 안해봐서 못한다. 밖에서 일하고 오는데 이런 걸 왜하냐 이런식으로 얘기했어.
우리집은 내가 첫째고 내 아래로 동생이 두명 있어. 막내동생은 나이차이가 좀 나는 늦둥이야. 아빠는 내가 태어났을 때 회사에서 일한다고 우리 엄마 챙기지도 않았대.(참고로 우리아빠는 카센터에서 일하는데 그 지점 사장이야. 충분히 가게 문 닫을 수 있었는데 안 닫은거지) 엄마는 진통와서 아파 죽겠는데 혼자 택시타고 병원까지 갔다고 그러더라고... 이 얘기를 나한테 직접한 건 아니고 엄마 아빠 싸울 때 종종 들었었어.
또, 우리가 아빠한테 조금이라도 짜증나는 투로 이야기하면 그날 바로 엄마랑 싸워. 니가 저렇게 가르친거 아니냐? 니가하는 행동 그대로 보고 배운거 아니냐. 애들 교육을 그 따위로 시키냐 이러면서 말이야.
이거 말고도 조금 더 이야기 하자면 어렸을 때는 그래도 어린 우리를 위해서 자주 놀러다녔어. 근데 놀러가는 날마다 항상 싸우고 돌아왔어. 이유를 말해보자면 아빠는 짐싸는 거 부터 시작해서 짐 옮기는 것까지 아무 것도 안 도와. 심지어 여행가서도 아무것도 안해. 운전만 하면 자기 할 일은 끝인 줄 아는 거지. 여행 계획부터 준비까지 모두 엄마의 몫이 되는거야. 그래서 그런지 내가 중학생이 되고 난 이후로는 놀러간적이 거의 없었어. 참고로 지금 나는 고3 수험생인생을 살고있고...
여기까지만 얘기해도 충분히 아빠가 가부장적인걸 알거라고 생각해. 하나만 더 얘기하고 싶은게 있다면 명절에 친가에 가면 아빠는 손 하나 까딱안하고 누워서 자. 우리 엄마는 전부치고 요리하고 다하는데 말이야. 친가도 너무 가부장적이어서 절대로 제사지내는 음식을 사질 않아. 무조건 다 만들어야해. 그리고 나한테는 사촌오빠가 하나 있는데 그 오빠는 심부름 하나 안 시키면서 나랑 내 동생은 우리가 초등학생때부터 음식 돕고 상차리는 거 돕게 시켰어. 작은아빠는 되게 가정적이셔서 작은엄마랑 우리엄마가 요리하고 있으면 부엌 드나들면서 도와주시는데 할머니는 그 모습을 보면서 남자는 부엌 드나드는 거 아니라며 작은아빠를 혼내셨어. 그리고 우리집 막내가 남동생이야. 첫째인 나랑 둘째는 여자이고... 그래서 막내동생이랑 차별을 엄청 받았어.
여기까지 읽으면 부모님이 싸울 수도 있지 그게 뭐 대수야라고 할 수도 있고 그거 가지고 부모님이 싸울때마다 손 벌벌 떠는거야?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부모님이 싸우는 거에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있어.
너무 오래전이라 내가 몇 살이었는지는 확실히는 기억이 안나는데 아마 초등학교 4학년이었을거야. 근데 그날 밤 상황은 너무 생생해서 글을 쓰는 지금도 너무 괴로워. 여느날처럼 아빠가 술을 마시고 돌아온 새벽이었어. 당연히 부모님은 또 싸우시기 시작했지. 감정이 격해지고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어. 그때 짝 소리가 났지. 아빠가 엄마를 때린거야. 그 다음 아빠는 엄마를 침대에 눕히고 무차별적으로 때리기 시작했어. 발로 차기도 했고. 나는 당연히 본능적으로 엄마를 지켜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아빠를 말리러 안방에 들어갔지. 그런 나보고 아빠는 저리가라며 나를 밀쳤어. 어린 나는 아빠가 밀치는 힘에 의해 침대 아래로 떨어졌어. 나는 그때 다리를 접질렸는데 그걸 신경쓸 겨를도 없이 손을 벌벌 떨고 엉엉 울며 경찰에 전화했어. 아빠가 엄마를 때리니까 얼른 좀 와달라고 말이야. 그렇게 경찰이 오고 나는 그날 엄마가 우는 걸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봤어. 얼마나 충격적이었으면 벌써 8년도 더 된 그날의 엄마의 목소리와 아빠가 엄마를 때리는 그 장면이 아직도 생생해. 우리 엄마는 근 한달 간 온 몸에 멍을 달고 살았어. 엄마는 원래 몸이 안좋아. 특히 어깨가 많이 안좋아. 그래서 나는 아직도 그날의 아빠가 너무 혐오스러워.
그 이후에 아빠는 나보고 어떻게 아빠를 경찰에 신고하냐며 싸가지가 없다고 혼을 냈어. 그 후에 나는 어쩌다 엄마아빠의 이혼서류를 보게되었고 아 이제 지옥에서 해방이구나 싶었어. 그런데 엄마는 우리를 아빠없는 아이로 만들고 싶지 않았나봐. 그렇게 나의 지옥은 계속 되었어. 아직까지도 내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던건 여동생은 저 장면을 보지 못했다는거. (이때 막내동생은 갓난아기였어)
그 이후로도 아빠는 전혀 변하지 않았어. 막내동생이 조금 커서 막 걷기 시작할 때였어. 엄마 무릎에 막내동생이 앉아있었어. 그날도 어김없이 아빠 혼자 화를 내고 있었지. 이성을 놓았는지 탁자에 있던 탁상거울을 집어서 엄마 쪽으로 던지더라. 다행히 엄마랑 막내동생이 다치지는 않았지만 나는 아직도 그날의 거울 깨지는 소리를 기억해. 진짜 끔찍했어.
사실 이거말고도 더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글이 너무 길어지는 거 같기도 하고 글을 쓰는 지금 내가 너무 울고있어서 타자치기가 조금 버거워. 그래서 몇마디만 더 하고 글을 마치도록 할게.
내가 지금 고3이라고 했잖아. 이런 집에서 내가 할 수있는거라곤 공부밖에 없어서 나는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어. 대학은 타지역으로 가고 싶어서. 그래서 서울.경기에 있는 웬만한 대학은 다 갈 수 있는 성적이야. 당연히 그쪽으로 대학을 가서 기숙사 생활을 할 생각이고. 근데 내가 걱정되는건 동생들이야. 나만 탈출한다고 그 지옥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 막내동생은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인데 부모님이 싸우는 것만보면 벌벌떨어. 이러한 지옥을 그대로 경험하게 해서 동생한테 너무 미안해... 난리를 쳐서라도 이혼을 하게 했어야했는데 말이야... 아빠는 아직도 내가 아빠를 싫어하는걸 이해하지 못해. 엄마랑 아빠가 싸운게 왜 너네한테 피해가 가냐며 그냥 내가 싸가지 없는거라고 그러더라.
이제 나는 엄마랑 아빠가 대화를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손이 떨리고 심장이 쿵쾅거려. 또 엄마를 때릴까봐. 나도 몰랐는데 그게 트라우마로 남은건가봐. 아마 수능이 끝나면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할 것같아. 자살 생각도 자주 할만큼 정신은 정신대로 피폐해져있고 공부하느라 몸은 다 망가져서 소화도 제대로 못시키니까 뭐라도 해야 내가 살 수 있을 거 같거든. 여기까지가 내 얘기였어. 글 솜씨가 없어서 두서없이 쓴 내용도 많을거야. 이해해주길 바라. 아무도 안볼 거란걸 알지만 그래도 이런 곳에 한번쯤은 이야기 해보고 싶었어. 그럼 안녕.
+) 이렇게 판에 글을 올리는 것도 누군가에게 내 가정사를 털어놓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 한문장 한문장이 서투르고 어색했을텐데 이런 내 글 읽어줘서 고마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많은 위로를 해줘서 너무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댓글들도 하나하나 다 읽어보면서 많이 울기도 했고. 나는 절대 기죽지 않고 굳건하게 살아갈테니까 나랑 비슷한 처지에 있는 모든 사람들도 내 글을 읽고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모두 진짜 너무너무 고마워.
+) 댓글들 중에 부모님께 이야기 해보라는 댓글이 많았는데 이미 수차례 이야기 해봤어. 진짜 엉엉 울면서. 그래도 그때뿐이더라고. 그 상황에선 이제 그만하자 헤어지자 하면서도 이혼 서류에 도장은 끝끝내 안찍으시더라. 그때는 엄마도 조금 미워지더라...
우리 엄마가 경제적으로 독립할 여건이 안되서 그런거라고 하는 댓글들이 많더라고. 이거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면 엄마가 가게를 열고 일을 시작한지는 얼마 안돼서 아직은 경제적으로 아빠에게서 독립할 수는 없어. 근데 엄마 수익이 나쁘지는 않아. 대학교가서 나도 열심히 알바해서 도우면 언젠가는 이 지옥에서 빠져 나올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어. 나는 최대한 그 시기를 앞당기려고 노력할 거야. 동생들에게 이런 지옥을 나처럼 오래 겪게하고 싶지 않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