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캡쳐된 판을 읽다보면 글쓴이는 왜 저러지 싶기고 하고, 달리는 댓글보면 익명이라는 혜택을 쓰고하는 막말에 그들은 또 왜 저럴까 싶은데, 저도 익명을 빌려 글을 좀 써봐요. 무자비한 댓글에 상처받고 내릴지도 모르지만, 저의 경험을 들려드리면 그렇게 쉽게 이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고쳐먹고 다시 잘 살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손가락을 움직입니다. 글이 너무 기니 유의하세요..
저는 30대 이혼녀이고, 초등학생 아이 둘이 있었어요. 혼전임신으로 결혼했고, 전남편 집안은 서울에 집 한채, 지방에 땅 두개, 부모님 두 분 맞벌이에 대출 하나 없고, 명품, 브랜드 옷만 입는 전남편은 누가봐도 좀 사는구나 싶었어요. 말도 잘 하고 잘 생겼죠. 친구도 많고 아무튼 보기엔 좋았어요.
저는 그냥 일반 서민이었어요.ㅎ 부모님 두 분 맞벌이 하시고 학자금 대출 받아가며 학교 다니는 수준이요. 어릴 땐 이쁘고 몸매 좋다는 소리 많이 들었고, 좋은 대학 다니고 있었어요. 전 남편은 만나고 일주일도 안 돼 사귀자하고 한 달도 안 돼 결혼하자며 매일을 그랬어요. 그래서 혼전임신으로 결혼을 했는데, 양가 도움 못받고 쫓겨나서 1년 정도를 살다가 양가에 용서를 빌고 시댁 근처에서 살기 시작했어요.
시부모님은 제가 어려서인지, 보수적이라 그러신건지 옷이며 카톡 프사며 페이스북이며 귀가시간이며 모든걸 관리하셨어요. 심지어 저에게 거지같이 입고 다니지 말라거나, 애들을 왜 초라하게 하고 다니냐는 소리까지 하셨죠. 그 땐 어렸으니까 아무말 못했어요. 어른들이고, 생각이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어린 제가 하는 말을 들을리 없었죠. 그냥 참았어요.
전남편은 소비가 심했어요. 게다가 파파보이 마마보이였어요. 제가 먼저 졸업을 해서 대기업에 취직을 했고, 전남편은 취업준비로 1년을 학원을 다녔는데, 제가 200을 벌면 혼자 200을 쓰는 사람이었어요. 300을 벌면 300을 쓰고 정말 못견디겠더라구요. 하지만 저는 이혼은 하지말아야 된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전남편은 졸업을 하고 저와 같은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취직이 되었어요. 하지만 취직을 하면서 씀씀이는 더 늘어나서 빚이 천만원이 되고, 이천만원이 되고 점점 늘더니 7천이 되더라구요. 어쩔 수 없이 서울에서 지방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시댁과 떨어져 사니 전남편의 씀씀이뿐 아니라 행동도 아주 막나가기 시작했어요. 집이 멀어지니 퇴근도 9시 10시.. 여자 후배들이 회사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오빠~ 오빠~ 하면서 카톡도 난리.. 취미를 갖기 시작하면서 자전거에 게임에 카메라에 후.. 심지어 제 핸드폰에 위치추적 어플을 깔고 매일 감시하고. 몰래 핸드폰을 뒤지고.. 후.. 그리고 애들은 뒷전이었죠. 더군다나 전남편은 자기가 쓸 돈이 없자 저에게 밥도 사먹지말라더군요. 도시락 싸들고 다니라면서요.. 아무튼 이 때까지도 잘 참았어요.
하지만 결국 제가 터졌죠. 또 저 몰래 받은 대출이 2천만원.. 그 돈은 어디로 갔는지 흥청망청 쓰는 카드값 매꾸느라 엄청난 빚을 또 만들고 있더라구요. 그리고 저를 감시하느라 집 안에 cctv를 몰래 설치해놨더라구요. 의처증까지 심해지고 결국 이혼서류를 쓰는 과정에서 저에게 폭력을 행사했어요. 결국 소송으로 갔죠.
자,,
이제 이혼 과정을 얘기해볼게요. 전 당연히 제가 승소할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졌습니다.
이혼소송을 하면서는 정말 힘들어요. 변호사들이 다 알아서 해줄 것 같지만 절대 아닙니다. 제가 서류를 다 만들어야 하고, 증거자료를 다 찾아야 합니다. 변호사는 그냥 옆에 있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상대방의 카드 내역, 통장 내역 전부 못 봅니다. 일부만 볼 수 있는데, 그 것도 주거래 통장과 카드는 오픈 안 시켜줘요 법원에서. 정말 화가 나더라구요. 그 증거가 없으니 전남편이 흥청망청 돈을 썼다는 증거를 제출할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이혼소송을 하면서 알게된 건 시댁에서 전남편에게 거의 매달 돈을 주고 있었던 겁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정말 다 죽여버리고 싶었어요. 자기 아들 때문에 지방으로 이사를 가게 된걸 알면서도 돈을 계속 주고 있었다니.. 아무래도 카드값이 없으니 시댁에서 그렇게 했었겠죠. 아무튼 이 것 때문에 제가 정말 불리해졌어요. 법원에서 왈, “어쨌든 부부는 일심동체이고, 같이 살았으니 누가 받던 어쨌든 받은거 아닙니까? 그러니 시댁에서 지원받으신거고, 그건 수치상으로 나와 있으니 남편이 집에 헌신한 것으로 인정합니다.”라는 식이었어요. 정말 어의없지만 누가 받았든 받은 겁니다. 이 팩트가 중요해요. 그리고 결혼생활 중 누구나 외도를 할 수 있고, 누구나 흥청망청 돈을 쓸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은 이혼 사유가 안 된다고 하더라구요. 다시 말씀드릴게요. 같이 살면서 외도는 누구나 합니다. 당연해요 한국에서는. 그리고 누구나 과소비를 할 수 있어요. 집을 날려먹을 정도로 과소비하지 않으면 돼요. 빚을 내며 명품백을 사도 되고, 차를 팔아버릴 정도로 술을 쳐마셔도 상관없습니다. 돈을 꾸준히 벌고 있었으면 돼요. 우리나라는 그래요. 저만 이상한가요? 어쨋든 이렇습니다.
상대방이 나보다 돈을 조금 벌어서 너무 화가나나요? 참으세요. 이혼사유가 아니에요. 학자금대출을 같이 갚아요? 부부는 일심동체에요. 상대방의 빚도 나의 것입니다. 부부니까요. 변호사 사무장의 말을 빌린거에요.
저는 전남편이 또 한 번 빚을 내면 모든 재산을 저에게 주겠다는 각서를 쓰고 법무사의 공증도 받았지만, 이혼소송 중에는 소용이 없었어요. 누구나 결혼생활 중 빚을 낼 수 있으며, 상대방을 속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요. 그리고 한국의 부부들은 각서를 많이 씁니다. 그냥 종이에 불과해요. 돈 주고 공증받을 필요가 없어요. 변호사 사무장의 말을 그대로 말씀드리는 거에요.
아이들은 전남편이 키우기로 했어요. 시댁 환경이 아무래도 나으니까요. 이렇게 되면서 저는 제 월급의 반 정도를 양육비로 주게 됩니다.
220이면 80만원을 주는 거에요. 전남편은 운이 좋게 계열사 이동을 하며 대기업으로 소속이 바뀌며 연봉이 배가 올라서 3천5백만원 정도가 되었어요. 저는 아이를 키우며 몇 번의 이직으로 연봉이 27백.. 그대로였어요. 이혼 소송 중 소득이 그랬어요.
우리나라 양육비 부담 표라는 것이 있는데, 두 사람의 소득을 합쳐서 아이들의 연령에 따라 양육비를 정해놓았습니다. 제가 200, 남편이 300을 벌면 총 소득 500에 해당하는 양육비를 양육하지 않는 사람이 양육하는 사람에게 주는거에요.
하지만 전남편이 훨씬 많이 버는데 두 사람의 소득을 합쳐서 정한 양육비를 온전히 아이를 키우지 않는 사람이 부담해야 하는 법은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법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제가 100만원, 남편이 400만원을 벌어도 80만원을 제가 부담해서 남편에게 줘야하며(물론 약간의 조정은 되겠죠, 현실적으로 생각해서요. 하지만 아주 약간입니다.), 제가 돈을 전혀 벌지 않더라도 노동 ‘능력’을 인정하여 최소 40만원을 줘야 합니다. 자,, 돈이 전혀 없어도 40만원을 줘야 합니다. 어떻게 해서든요.
주변에 이혼한 사람들이 그러더라구요. 양육비 왜 줘? 주지마~ 안 줘도 된다던데? 아뇨. 우리나라 법 되게 잘 되어 있어요. 뺏는거는요. 안 주면 통장, 핸드폰 전부 압류 들어갑니다. 급여가 꽂히는대로 뽑아간대요. 안 주면 절대 안 된다고 하더라구요. 변호사 사무장 말로는요. 아이들이 20살이 될 때까지 무조건 줘야 하며, 안 주면 나중에 소급 적용해서 한 번에 뽑아가니 무조건 줘야 한답니다.
아,, 재산분할은 어떻게 되었냐면요. 시댁에서 저몰래 전남편에서 준 돈이 인정이 되어(부부는 일심동체니까요 제가 몰랐어도 모르는게 죄입니다) 전남편이 7을 가져갔어요. 저는 3을 가져가고요. 정말 유래없는 결과라고 하던데 어쩔 수 없어요. 판사가 그렇게 판결했고, 이의를 제기했는데 지면 상대방의 변호사 비용을 전부 제가 부담해야 해요. 천만원 정도를요. 우리나라는 정률적인 것만 확인하고 정성적인 것은 절대 확인을 안 합니다. 절대요.
전남편이 여자와 놀아났든, 양육에 신경을 쓰지 않았든, 시댁에서 저에게 욕을 했든 아무것도 상관이 없어요. 법원은요, 숫자로 나와주는 것만 확인을 합니다. 믿기지 않으시겠죠?
이렇게 소송을 하는데 1년이 걸렸고, 처리하는데 몇 개월, 지금은 혼자 살고 있어요. 지방에서요.
아이들을 한 달에 한 두 번 보는데 이 것도 보장이 안 됩니다. 전 아이들을 보러 2시간을 가야 해요. 그리고 만나면 십만원 정도를 쓰죠. 이마저도 보장이 안 돼요. 말했죠? 정성적인 것은 상관이 없어요. 아이들을 볼 수도 있고 안 볼 수도 있는건 사정에 따라 그렇게 될 수 있지만 돈, 양육비는 숫자입니다. 절대 그러면 안 됩니다. 무조건 줘야 해요.
이래도 이혼을 할래! 하시면, 우선 증거를 1년동안 모으세요. 그리고 흥청망청 사세요. 나중에 억울하거든요. 전 아끼고 아끼면서 오로지 아이들만 보면서 헌신하면서 살았는걸요? 다 소용없습니다. 그렇게 40년 사셨나요? 50년 사셨어요? 늙어 죽기 진전이 아니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리고 시댁에서 욕을 했다. 증거 남기세요. 남편이 바람이 났다. 증거 남기세요. 그래도 소용없지만요. 하지만 성격좋은 정이 많은 판사를 만나면 달라지릴 수도 있으리라는 기대를 해봅니다. 희망은 언제나 갖고 살아야 하잖아요.
남편이 술을 마시고 맨날 늦게 들어온다. 당신도 그렇게 하세요. 남편이 돈을 너무 쓴다 너도 그렇게 하세요. 남편이 때렸다 너도 때리세요. 참지 마세요.
사람들이 살면서 서로 때릴 수 있어요. 저 위자료 못받았어요. 때릴 수도 있다는거죠. 집에 cctv로 절 감시했어요. 제가 자는 모습, 제 침대를요. 남편이니까 와이프를 카메라로 찍는 것 쯤이야 괜찮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래요. 위자료 인정 안 돼요.
지금 이혼 고민하세요? 제가 나열한 것들 중에 어느 것 하나 해당 되시나요? 소송에서 집니다. 져요. 진다구요. 제가 졌어요. 그 결과가 어떤건지 상상을 못하실거에요.
전 지금 정신과에 치료를 다니고 있어요. 2년이 넘었네요. 남편이 때린 날부터 다녔어요. 손이 떨리더라구요. 삶이 너무 억울하기도 하지만 더 끔찍한건 매 달 전남편에게 줘야 하는 양육비를 마련하는 거에요. 앞으로 10년 이상을 더 줘야 하니까요. 무엇보다 제 지난 시간을 되돌릴 수 없어요. 그리고 모든걸 잃었죠. 그 느낌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어요. 매일을 죽는 것 같죠.
이혼을 고민하세요? 결혼을 잘 선택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결혼하셨으면 이혼하지마세요. 이혼하시려거든 하루 빨리 하세요.
우리나라는 이혼녀에 대한 시각이 따갑습니다. 아직도 회사에서는 제가 이혼한지 몰라요. 가적, 친한 친구들 왈,, 이혼한지 3년은 지나야 연애하지,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흠만 되지, 나중에 이혼남이나 만나서 재혼해.. 이런말들 되게 위로랍시고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쨌든 니가 선택한거니까 불만있으면 뭐 해? 라고 얘기합니다. 맞아요. 맞는 말이에요. 하지만 그런 시선들 견디기 어려우실 거에요. 심지어 제 소송을 담당했던 변호사조차도 그렇게 얘기했으니까요. 그냥 이혼하지말고 서로 안 보고 살으시라고요. 전 당연히 이혼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맘 편히 살 수 있을 거라고. 그 꼴 안 보고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안 보이는 그 사람이 내 돈을 가져가고 있고, 내 시간을 빼앗았고, 내 미래까지 빼앗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정말 사는 날이 힘들겁니다.
조금 오버스럽게 느껴지실 수도 있을 거에요. 맞아요. 잘 이혼하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저처럼 잘 이혼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내가 누가 될지는 전혀 모르는 거잖아요. 그래서 주절주절 써보았네요. 이제 악플이 달릴려나요?ㅎ 병신같이 자기 무덤 파놓고 징징댄다는 소리 들어봤어요. 지가 선택해놓고 죄인행세하는 것봐 라는 소리 들어봤어요. 우리나라가 그런 나라에요. 그런 시선들이 가득한 나라에요. 이혼하시려는 분들, 그리고 결혼하시려는 분들, 선택은 정말 중요합니다. 고민 많이 하셔야 해요. 그리고 지금 사시는 분들,, 이혼하려 하기보다 잘 살기 위한 노력을 하세요. 같이 이겨나가시기 바랍니다. 저는 못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