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올해부터 향후 10년간 문학작품 100편을 드라마화하기로 하고 다음달 8일부터 한 달간 2tv ‘hdtv문학관을 편성해 4편을 집중 방영한다.
이에 따라 5월에는 1930년대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시대적 배경과 주제를 담은 명작들을 안방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됐다.
문학이 쇠퇴한다고 해서 공영방송에서조차 외면해 문학을 더욱 고사시키고 있다는 문화계와 시청자들의 따가운 비판을 수용한 것이다.
이녹영 hdtv문학관 프로젝트팀장은 “올해는 예정작 8편 중 이미 촬영을 끝낸 4편을 5월달에 먼저 선보이고 촬영 중인 ‘메밀꽃 필무렵’(이효석), ‘새야새야’(신경숙), ‘누가 커트코베인을 죽였는가?’(김경욱) 등 나머지 작품은 11월에 편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5월에 방영되는 작품의 제작 과정과 감상 포인트를 미리 살펴본다.
◇황순원의 ‘소나기’(8일)=시청자 사전조사에서 ‘보고싶은 작품’ 1위로 뽑힌 서정성과 향토성이 짙은 불후의 명작이다.
영화 ‘효자동 이발사’의 이재응이 소년역을, 영화 ‘여선생 vs 여제자’의 이세영이 소녀역을 맡았다.
전국 각지를 돌며 50년대 농촌배경을 앵글에 담았다. 고생한 만큼 원작의 질감과 영상미를 잘 복원해냈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전북 임실에서 찍은 징검다리와 수숫단신, 진안의 황금빛 들판신, 강원 봉평의 메밀밭신 등이 압권이다. 신구(윤초시), 신신해(양평댁) 등의 토속 연기도 기대된다.
◇은희경의 ‘내가 살았던 집’(15일)=‘26회 한국소설문학상’ 수상작이 원작.
딸 하나를 두고 있는 미혼모 이유정(배종옥)이 5살 연하의 방송국 기자(장현성)와 세 계절에 걸쳐 나누는 불륜을 다룬다. 영화 ‘여자, 정혜’를 감독한 이윤기 감독이 객원 연출을 맡았다. 이들의 불륜을 통해 노정되는 현대인들의 불안한 욕망과 세속 사이에서 번민하는 윤리의식을 제3자가 들여다보듯이 담아내기 위해 시종일관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촬영했다. 연극배우 손숙씨가 소녀적 감수성을 지닌 유정의 어머니로 출연한다.
◇김동리의 ‘역마(驛馬)’(22일)=어떻게 하면 대대로 내려오는 ‘역마살’을 떨칠 수 있을까.
1930년대 하동 화개장터 ‘옥화네 주막’을 무대로 펼쳐지는 어머니 명례(선우용녀)와 딸 옥화(정애리), 아들 성기(이지훈) 등 가족과 주변인들의 인생유전을 그린 작품이다.
제작진은 시대적 배경과 캐릭터를 잘 살려 ‘운명(역마살)에 대한 순응과 인간의 구원’이란 주제의식을 제대로 전달하려고 애썼다고 밝혔다. 남사당패와 장터의 모습이 볼거리. 순후한 처녀 계연역에는 최자혜, 그녀의 부친 장돌뱅이 체장수역은 이순재가 맡았다.
◇박범신의 ‘외등’(29일)=1993년 문화일보에 연재하다가 갑자기 중단돼 화제가 됐던 소설을 극화했다.
자유기고가 민혜주(홍수현), 그의 이복오빠 서영우(신인 기태영), 재벌 2세 노상규(정소영) 등 3인의 30년에 걸친 지독한 사랑을 다루고 있다. 각각 일본군 위안부 출신의 수양딸, ‘빨갱이’라는 딱지가 붙은 진보인사의 아들, 돈과 권력을 쥔 친일파 후손 등 극한적인 가족사처럼 사랑의 엇갈림이 두드러진다. 1970년부터 90년대까지를 살아온 이들의 관계와 개인사를 통해 굴절된 현대사를 반추해 볼 수 있다. 드라마 ‘보디가드’ ‘북경 내사랑’을 만든 최지영 프로듀서가 연출했다.
경향신문-김정섭기자 lak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