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올해 19살 철없고 질풍노도의 시기지만 요즘 이 말에 미친듯한 회의감을 느낀다 어릴 적 부모님들의 사고로 태어나 둘의 사정으로 이혼하여 엄마의 손에 키워졌지만 그 책임은 부모가 아니라 나한테 있었다 나는 항상 '어머니에게 키워줘서 감사하다고 전해', '너가 더욱 잘해야 돼'라는 말을 듣고 살았으므로 전적으로 아, 내가 잘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살았다
하루하루 보람찬 삶을 살았다 난 전교 1등까지는 못해도 과외나 유료인강 없이 오직 이비에스를 이용해 2, 3등을 하면서 매일 끔찍한 하루를 살았다 내가 낳음당한 것을 보답하기 위해서였다
나도 안다 엄마가 없었더라면 나는 고아원에서 부모없이 자랐을 수도 있다 근데 그게 다잖아 왜 엄마의 윤리적 선택을 자부하는지 모르겠다 칭찬받으려고 날 거둔건가라는 생각마저 든다 대학 등록금은 오로지 6년동안 악착같이 모은 내 돈으로 가게 되었다 나는 자소서와 원서를 쓸때 내가 갈수있는 대학보다 더 하향해서 쓰기로 했다 물론 국립대를 가기 위함이었다
나는 매일 안자고 노력했음에도, 상담사에게 돌아오는 답은 하나였다 '억울하면 너가 서울대를 갈만큼 열심히 하면 되잖아? 너희 엄마가 아시면 속이 터지시겠다'라고. 그렇다 한부모 가정의 아이는 언제든 완벽할때만 불평을 할수있는 것인가 나에게는불공평하게 태어난 것에 대해 언급할 권리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내가 우리 엄마여도 내가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을 알면 속이 미어터질 것이다 하지만 나는 벌써 속이 미어터지는 중인데 또 남을 생각해서 말해야 된다는 사실이 너무 비참하다
내가 모은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모은 돈 2천만원 등록금 치고는 적지만 알바도 하고 장학금도 몽땅 쓸어 넣은 돈이다 근데 며칠 전에는 상황이 급해서 이체로 2만원을 쓰게 되었다 엄마는 그걸 보고 불안하다며 내 인터넷 뱅킹을 끊었다 엄마의 미안해하시는 표정은 오히려 나의 화를 돋구었다
나는 항상 행동을 조심해야했다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부모가 홀수인 아이, 덜 배운 아이로 부모사이에서 낙인되었기 때문에. 내가 잘했을때도 부모가 하나인데도 잘한다는 칭찬을 받았다 이건 이때까지 내 인생에서 꼬리표가 되어왔다 나는 하나의 의심의 여지도 없이 나의 불완전성을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더 이상 잘할수가 없다 내 한계만큼 열심히 했으나 나는 내 노력만큼의 결실을 맺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정 대학을 정하고 미친듯이 달려왔던 나다 조금이라도 성적이 떨어지면 엄마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시며 항상 똑같고 도움이되지 않는 조언을 늘여놓으셨다 그런데 며칠 전 들은 것은 엄마는 그 대학에 보내주지 못한대 3년동안 돈을 모으지 못했대 나는 언제까지 이해해야하는가
모든것이 허무하고 내가 지난 6년간 뭘해온지 모르겠다 내가 너무 이기적인 걸까 나는 이제 누구의 상황을 헤아리고 싶지 않고 역량도 되지 않는다 나는 그동안 자격지심과 열등감에 찌들어 하나의 빛만 보고 왔는데 시도조차 못하게 되었다 내 6년간의 알바생활은 뭘까 알바 제발 하게 해달라고 울고불고 떼썼던 기억들은 여전히 흑백으로 남아있다
나는 낳아졌다는 이유만으로 내 인생, 내 엄마, 그리고 그들이 선택한 이혼의 책임까지 모두 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 자식의 도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