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 딸래미 하나 있어요. 얼마전에 딸이 보쌈 먹고싶다고 해서 이른 저녁을 먹으러 식당에 갔구요.
주문하고 있는데 연세 좀 있으신 아주머니들(60, 70대?)이 수다떨면서 힘들고 어려운 집안일은 다~ 며느리 시키라고, 아들이나 딸은 안쓰러워 못시키니 어쩌냐고, 그렇다고 나이든 우리가 할 수 없지 않냐고 자기들끼리 말하더라구요.
딸도 그얘길 들었고 제가 딸에게 그랬어요. "저봐라, 시어머니는 남이다. 딸같다는 말도 전부 거짓말이다. 집안일 아들 딸 못시킨다고 하지 않냐. 며느리는 남이니까 시켜야 한다고 하는거다. 시짜 붙은 사람들에게도 다른 남들처럼 예의만 지키면 된다. 부당한 일을 시키면 거절해라. 대한민국에서 네가 여자로, 인간으로 존엄성 잃지 않고 살려면 저런 생각 갖고 있는 대다수의 시짜들과 큰소리 나고 싸우더라도, 나쁜 인간이란 욕을 듣더라도 이기적으로 살아야 한다. 이기적으로 살려고 노력해도 아마 니 남편될 사람이 우리에게 하는 것보다 니가 더 배려하는 일이 많을거다."
그랬더니 그 멤버들중에 누가 제가 딸한테 하는 말을 들었는지 큰소리로 "집안이 화평하고 잘 굴러가려면 누구 한사람이 희생해야 화목한 가정이 되는거지!" 라고 하길래 딸한테 또 말했습니다. "저 말은 며느리 니가 뼈빠지게 희생해서 우리 가정 화목하게 만들란 소리야. 희생하는 그 한 명중에 본인 아들, 딸, 시부모 누구도 포함돼 있지 않아. 방금 들었지? 이게 지금 니가 살아가는 현실이야. 명심해."
그분들 덕분에 딸에게 양성평등교육 제대로 시킬 수 있었고 현실도 제대로 보게 됐어요.
그리고, 제 생각 한마디 더 보태자면, 아직까지 누구 한사람 희생시켜 가정의 화목을 도모해야 한다는걸 그렇게 큰 소리로 당당하게 말하는게 현재상황이라는게 참 씁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