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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꿀꿀이 바구미 6장 (02)

마쉬맬로우 |2004.02.09 01:03
조회 448 |추천 0

6-2



“혜림이도 귀신보고 놀라네. 하하.”



‘아까 자기는 더 크게 소리 질렀으면서.’



운전대를 잡은 수암의 손은 아직도 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나저나 누굴까?”


“아는 분이야. 이상무님 집 할머니였어. 신년마다 운수를 봐드린다고 들리곤 했었는데.”


“이상무님?”


“바로 이 집이야.”



집 근처에서 배회하다가 수암을 보고는 달려든 모양이었다.



“잘 사는 집이구나.”



수암의 집도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는데 더 좋아보였다.


담이 높아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한옥집인 수암의 집과는 달리 새로 지은 듯한 양옥집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봐 드렸는데 그때마다 어린 녀석이 신통하다고 복채도 듬뿍 주셨지. 좋은 할머니였는데. 몇 년 사이에 계속 안 좋은 일만 생기더라고. 할머니 남편분도 돌아가셨지, 아들 죽었지. 며느리랑 손자랑 같이 살고 있었는데 두 달 전에 할머니도 돌아가셨어. 매년 운세를 봐드리면서 얼마나 곤란했다고.”


“근데 왜 억울하다고 하셨을까?”


“저녁 먹고 집에 한번 가봐야겠다.”




저녁을 먹은 수암은 아까의 말대로 할머니 댁으로 갔다.


저녁 식사 시간이후에는 늘 한가했기 때문에 일찍 방으로 돌아가 침대에서 뒹굴며 주리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똑똑.”


“누구세요?”


“보연이요.”



‘무슨 일일까?’



들어오라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보연이와 나연이는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아까 선생님이랑 어디 간 거에요?”



누가 말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응? 어머니 심부름 간다고 해서 같이 갔다 온 건데.”


“왜요?”



아까와는 다른 애가 말했다.



“같이 가자고 하길래.”



중딩이라고 얕볼 수가 없었다.


쪽수도 불리했지만 아이들은 무서운 십대, 나는 이십대였다.



“언니가 같이 가자고 한 게 아니구요?”



목소리를 들으니 보연이 같았다.



‘이것들이 나를 취조하러 들어?’


“그렇든 아니든 너희랑 무슨 상관이야?”




이럴 때일수록 세게 나가야 하는 법.




“됐다. 그만 가자. 별 일 없었나봐.”



‘별 일 있었다. 손잡았다고.’



“그래. 나가자.”



싸가지들은 인사도 없이 휙 나가버렸다.


나가면서 못생긴 게 어쩌구하며 흉을 보는 것 같았다.



***



할 일도 없고, 쌍둥이 때문에 심란해진 마음을 달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역시 해가 떨어지니 낮과는 달리 시원한 바람도 불었다.


산책을 빙자한 내 발길은 어느새 귀신 할머니 집 어귀까지 다다르고 있었다.



‘수암 가는 곳으로 발 길이 향하다니 내 맘이 기울고 있는 건가?’



“빠져. 빠져. 모두 빠져 버려.”



네모난 가수가 부른 노래를 흥얼거리는 중에도 못생겼다는 중딩들의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내가 진짜 못생겼나. 거울을 좀 볼까?’



마침 적당한 거울이 없고 해서 주차가 되어있는 차 백미러로 얼굴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이정도면 수준급인데. 코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버선코라 남들이 다 부러워하잖아.’



그 때 할머니 집 앞을 지나던 중년의 아줌마들의 수다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이 집 할머니 갑자기 왜 죽은 거래? 얼마 전에 봤을 때는 정정해 보이던데.”


“젊은 남자랑 그거 하다가 죽었다고 하던데.”




‘어머나야, 이게 무슨 소리야?’




“그거? 그럼 복상사? 나이든 할머니가 복상사라니 남사스럽다.”


“죽기 바로 전까지 무지 좋았다는 거 아니니. 그런 건 부럽다. 얘.”


“듣기에도 망측하다. 상대는 누구였대?”


“몰라. 굉장히 젊은 남자였다고 하던데.”


“그런 남자를 어디서 꼬셨을까?”


“꼬시기는. 요즘 돈만주다고 하면 더 늙은 할머니라도 한다는 사람 줄을 섰지.”




일부러 엿들은 것은 아니었지만 더 듣기가 민망해 발걸음을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억울하다고 해서 동정심이 들었었는데 그런 마음이 싹 달아나 버리고 말았다.


할머니와 젊은 남자라니.


머릿속에서 이상한 장면들이 떠나지가 않았다.



‘돈이라는 거 너무 많아도 좋지 않다니까. 그래도 악착같이 벌어야지.’




방으로 가기엔 너무 무료한 밤이 될 것 같아 뒤뜰로 가보기로 했다.


실은 차라도 한잔 하자는 수암의 말에 혹시라도 마주칠까 방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아무도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희멀건 여자가 개를 데리고 앉아 있었다.



‘개를 닮아 주인도 희멀거니 하군.’



여자는 내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말도 없이 목례만 건낼 뿐이었다.


그것이 꼭 말을 시키지 말아달라는 부탁 같아 옆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냥 돌아갈까도 했지만 보자마자 돌아서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싶었다.



‘나는 너무 예의가 바르단 말이야.’



바람도 많지 않아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정적에 가까운 침묵이 흐르는 동안 밤나무를 바라보았다.


그새 잎이 더욱 무성해진 듯 보였다.


잠시 후 인기척이 나는 것 같아 바라보았더니 멀리서 수암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수암도 개코구만. 내가 있는 걸 어떻게 알고.’




음흉한 웃음을 짓고 있는데 희멀건 여자가 갑자기 부산스러운 움직임을 보였다.


흰 보따리를 뒤적이더니 화장품을 꺼내들고 화장을 고치는 것이 아닌가?


약간은 칙칙했던 희멀건 여자는 순식간에 허옇게 변해버렸다.


그리고 입을 크게 벌리고 잇속을 살펴보더니 비싸다고 주리가 자랑했던 것과 같은 립스틱을 꺼내들고 그리 얇지도 않은 입술에 빡빡 문질러댔다. 


기가 막혔다.



‘비법은 저거였군.’



그러는 사이 수암은 내 앞까지 와 있었다.



“갔다 온 거야?”



나도 모르게 반말이 나와 버렸다.


립스틱을 문질러댔던 여자의 입술이 약간 구겨지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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