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년즈음 전에 합가를 거부하시는 시어머니 글을 썼었습니다.
당시에 꽤 많은 분들이 조언해 주시고 의견주시고
가끔은 따끔한 말씀도 해주시고 걱정도 해주시고 하여
나중에 꼭 후기를 남겨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사이 미즈넷 서비스가 종료되어 후기를 남길곳이 없었는데
종종 미즈넷 관련글 보니 미즈넷 이용자분들께서
네이트 판으로 많이 옮겨 갔다고 하셔서
이렇게라도 후기글 남겨 봅니다.
원글을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70대 초반이신 어머님은 그나이가 되시도록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
꾸준히 일을 하셨고, 용돈을 드리면 그보다 더 큰돈을 손주들에게 용돈으로 돌려주시고
밥을 한끼 사드리고 싶어 식당에 가면 식당에서는 덕분에 잘 먹었다 인사하시고는
음식값을 잘 기억해 두셨다가 저희 부부 몰래 5살 3살이던 아이들 조그만 주머니에
엄마한테 아이스크림 사달라고 하라며 기어코 넣어주시는 분이십니다.
아버님은 신랑이 군대에 있던 2000년 초반에 돌아가셨습니다.
큰아주버님은 신랑과 14살 차이 작은아주버님은 신랑과 10살 차이로
신랑은 딸이 낳고 싶어 뒤늦게 낳은 늦둥이 막내입니다.
군대에 있던 2년을 제외하고는 어머님과 떨어져 살아본 적 없는
전형적인 서울촌놈(ㅋㅋㅋ)이구요
큰아주버님은 직업 특성상 늘 지역을 옮겨 다니며 일을 하시고 비혼이십니다.
작은아주버님은 이번에 큰아들이 전역을 하고 내년에 작은아들이 대학에 입학을 합니다.
이런 가족 특성상 어머님을 모시기 가장 적합한 가정이 저희 가정이며
어머님도 아주버님들과 형님 보다는 저희 신랑과 저를 더 편하게 대하시는 편입니다.
몇해전부터 어머님은 나이가 드신건지 힘이 빠지기 시작하셨고
한해에 한번씩은 눈길에 미끄러져 다치시거나
여름 불볕더위에 어지러워 주저앉으시는일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희신랑과 저는 더이상 어머님 혼자 계시는걸 놔두면 안되겠다 판단했고
아주버님들께 저희가 어머니를 모시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아주버님들 께서는 크게 반대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어머님 몸상태를 생각해
그렇게 하는것이 좋겠다고 막내가 마음써주어 고맙다고 하주셨습니다.
그후에 어머님을 줄기차게 설득하였으나 아직은 아니다 일이년만 더 기다려보자
미루고 계셨고 어머님께서 합가를 원치 않으시는 이유야 짐작이 가지만
그 고집을 꺾고 모시고 싶어 조언글 드렸었습니다.
그후에 댓글로 많은 분들이 왜 굳이 싫다는 분을 모시려 하느냐
자식마음이야 어머님 걱정이지만 당신이 아직 힘이 있으신데 뒷방 늙은이 되기 싫을테니
당신 하고싶어 하시는대로 놔두시라는 답변이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글을쓰고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저는 현재
어머님과 합가하여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처음엔 저도 솔직히 작은 걱정이야 했습니다.
신랑과 맞춰나가는것도 쉽지 않은 과정을 겪었는데
어머님과 작게작게 부딪히는 부분이 없지야 않을것이라고 각오도 했구요
그런데 막상 어머님과 합가한 이후 저는 이전보다 훨씬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했던 작은 걱정들은 내가 왜 걱정했나 싶을 정도입니다.
저와 저희 신랑은 아침을 먹지 않는데 어머님은 약때문에 아침을 꼭 드셔야 합니다.
제가 일찍 일어나 아침을 몇번 챙겨 드렸더니
어머님께서는 약때문에 먹는 아침이니 꼭 그렇게 챙겨 먹지 않아도 되고
있는밥 퍼먹는 정도는 나도 한다며
출근 준비나 하라고 부엌에서 쫒으시더군요.
제가 해드리는게 부담스러우시냐 조심스레 여쭤보니
저녁은 니가 차려주는거 군말없이 먹을테니
아침 점심 정도는 나 먹고 싶은거 먹게 놔두라 하시더군요
아니면 니주방 건드는게 싫으냐고 괜히 한소리 하시면서요
제가 거의 10년동안 어머님을 겪어와서 아는데
어머님 정말로 저리 생각하시는게 아니라
원래 아침 잘 안하던 며느리 고생시킬까 걱정되서 그러시는겁니다.
어머님이 쫌 츤데레 시거든요 ㅋㅋㅋ
그래서 어머님 아침 드실수 있게 반찬 해두고 저녁에 밥 부족하지 않게
미리 해두는 정도로만 하고 있습니다.
주말엔 어머님과 함께 놀러도 가고 집에서 아이들 할머니께 재롱떠는것도 보며 보냅니다.
오히려 어머님 계실때보다 어머님 눈치 보여서 돈쓰고 다니는걸 못합니다 ㅋㅋ
예전엔 어디라도 나가야 하고 쏘다니면서 쓴돈도 꽤 될텐데
돈 함부로 쓰는거 보이면 어머님께 혼나거든요
요리를 하다가 잘 모르겠을때도 이제 지식인 필요 없습니다.
산 지식인이 집에 계시거든요 ㅋㅋㅋ
어머님이 전라도 분이신데 요리솜씨가 아주 좋으세요~
손맛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지만 덕분에 제 요리 실력도 퍽 늘었습니다.
네가족만 살때는 사실 빨래도 하루 밀리고 청소도 이틀에 한번만 하고 그런적 있습니다.
반성합니다..ㅠㅜ 당시 회사가 너무 바쁜 시기여서 집안일이고 뭐고
집에 오면 뻗어버리는 날이 많았거든요
근데 어머님 오시고는 일단 어머님께서 다른건 몸 힘들어 못하더라도
빨래는 내가 책임지고 해주마 하셔서
못난 며느리는 맨날 옷벗어서 빨래통에 넣어만 놓고
어머님께서는 모든 빨래를 책임지고 다 해주십니다.
집안 정리는 보너스~
전 집에 와서 쓸고 닦고만 하면 끝입니다.
아 쓸고 닦고 하는건 어머님께서 눈이 안좋으셔서 먼지가 있어도 잘 못보세요
그래서 바닥 청소는 신랑 주방일은 저 빨래는 어머님이 하시겠다고
정해주셨는데
곱게 자란 신랑이 열심히 한다고 해도 바닥 청소는 제 맘에 안들어
그냥 제가 합니다 ㅎㅎㅎ
대신 신랑은 집에 오면 하루동안 심심하고 갑갑하셨을 엄마와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아이들 말도 태워주고
아빠와 목욕을 하면 정서상 좋다는 말을 듣고 와서는 둘째 태어나기 전부터
아이들 목욕은 꼭 자기가 시켜주려고 합니다.
신생아때는 목욕 시키다가 부러뜨릴까봐 무섭다고 저한테 시키긴 했지만요 ㅋㅋㅋ
저녁먹고 아이들과 놀고 웃고 떠들고 하다가 하나둘 눈비비면 아이들 재우고
신랑과 가까이 드라이브도 하고 차도 한잔 마시고 들어옵니다.
어머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절대 불가능 했을 일입니다.
이제 나이가 조금 있어 새벽에 깨거나 하진 않지만 그래도
집안에 어른이 계시니까 한시간 정도 드라이브하고 밤데이트하는게 가능합니다.
정말 어머님께서 선물해 주신 그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습니다.
어머님이 오시고부터 제가 등원을 시키고 하원을 시키던 일상도 변했습니다.
그전에는 아이들 보내고 미친듯이 쏘고 밟아야 간신히 시간 간당간당 맞춰서
출근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가까운 곳으로 이직을 해서 여유있게 아이들 보내고
퇴근도 미친듯이 달려와서 간신히 단지에 들어오면 저 앞에 어린이집 차가 서있고 그랬는데
지금은 제가 일이 많아서 조금 늦게 끝날것 같으면 어머님께 전화드립니다.
엄마 오늘 저 일이 좀 많아서 쪼끔 간당간당 하겠는데요? 하구요
그러면 어머님께서 알았어 서두른다고 막 달리지 말고 천천히 와 하시면서
1층으로 내려가 아이들도 받아 주십니다.
정말 그 10분의 여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겠어요
그러고도 마음쓰여 서둘러 퇴근하면
어머님께 또 혼납니다.
너 운전 서둘러 하고 온거 아니냐구요
애들 유별나서 엄마 혼자 고생하시면 안되잖아요 하면
그렇게 서둘러 오다가 다치면 너도 고생 애들도 고생 니 남편도 고생인데
나 애들이랑 잠깐 노는게 무슨고생이냐고 볼일 다 보고 천천히 올 일이지
서둘러 다닌다고 혼납니다 ㅎㅎㅎ
그러면 오늘저녁은 엄마 드시고 싶은거 만들어 드릴테니 고만 혼내시라고 하면
조심히 안다니는건 혼나야지~ 하십니다 ㅎㅎㅎ
한번씩 이모님댁에 함께 놀러가면
원래도 딸 귀한 집에 첫째로 딸을 낳아줬으니 넌 효도 다했다고 칭찬해 주시던
이모님께서 어머님 좋아하시는 반찬도 싸주시고
저 고생한다며 용돈도 챙겨주십니다.
이게 무슨 칭찬받을 일이냐고 괜히 모시고 와 어머님 심심하게 만들고
아이들도 잘 챙겨주시고 제가 도움받는거지 저 고생 하나도 안한다고 말씀드려도
기어코 시어매 눈치보지 말고 너 먹고싶은거 있으면 몰래 사먹고
너 입고 싶은거 있으면 몰래 사입으라고 꼭 챙겨주십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20대 젊은 나이에 서울로 나오셔서 평생을서울에 계시다가
저희 있는 시골로 오셔서 어머님께서 얼마나 적응이 힘드실지
많이 죄송한것도 사실입니다.
시골에서도 읍내 한복판에 사는것이 아니라
번화가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다보니
현재 사는 빌라 단지 내에 친구 두분 사귄게 전부이고
그마저도 한분이 얼마전에 이사를 가셔서
어머님께서는 많이 심심도 하시고
너무나 적막한 밤 풍경에 쓸쓸해 하시기도 합니다..
몇발짝만 걸어도 당신 하고 싶으신거 다 하실수 있던 서울에서 사시다가
먹고싶은거 하나 사러 갈래도 아들 며느리 차 타고 나가야 하는 생활이
그냥마냥 좋으시진 않으실거란것도 잘 압니다.
그나마 조만간 이사할집은 상가 밀집지역이라
한번씩 방 사이즈 재러 가고 할때 같이 가면
여긴 사람사는곳 같다고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시는데
이렇게 사람 좋아하시는 분을 시골로 모시고 와서
이렇게 감옥처럼 가둬두는게 과연 잘하고 있는 짓인가
죄송스러울 때도 많습니다..
그래도 곧 이사하면 나도 숨통좀 트이겠다고
긍정적으로 이야기 해주시는 어머님 덕분에
저도 너무 죄송해 하진 않으려고 합니다.
누가보면 자기 사는 이야기를 뭘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늘어 놓나 하시겠지만
혹시라도 시댁과 합가를 해야하는 상황에 놓이신 분이 계시다면
꼭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물론 제가 시어머니를 잘 만나서
늘 배려해 주시고 생각해 주시니 가능한거긴 하지만
시댁과 함께 산다고 해서
그렇게 덮어놓고 걱정할 일만은 아니란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미즈넷에서 많은 걱정을 해 주셨던 분들이 혹시 제 글을 보신다면
저 합가후에 정말 너무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꼭 후기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해주신 걱정이 무색할 만큼 저희 다섯가족
너무나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고 앞으로도 쭉 행복하게 잘 살도록 하겠습니다.
아 덧붙여서 저희 6살딸, 4살 아들은 할머니와 함께 살고부터
시키지도 않았는데 엄마아빠는 편하게 불러도 할머니에게는 존댓말을 꼬박꼬박 사용하고
엄마아빠는 등에 올라타서 말타기를 해도
할머니는 꼭 안기고 뽀뽀하는 정도만 해야한다는걸 스스로 배웠습니다.
부작용은 엄마가 안된다고 하면 할머니한테 이르면 된다는걸 배워서
요놈들이 간식 먹고 싶으면 엄마한테 달라고 안하고
할머니~ 엄마가 간식 안된대요~ 할머니가 주시면 안돼요~?? 요런
깜찍한 수를 쓴다는거... ㅋㅋㅋㅋ
아빠가 처음에 할머니랑 친해지라고 몇번 못이기는척 할머니가 허락해 주셨으니
어쩔 수 없지.. 하며 줬더니 아주 요것들이 꾀만 늘어가지고 ㅋㅋㅋㅋ
쨋든 시댁과의 합가가 두려우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괜찮다고
이런 장점도 있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 긴글 적어 보았습니다.
이런저런 일들로 많이 힘들고 지치는 시대이지만
또 이런 소소한 행복이 있어 살아갈 힘이 생기는 거겠지요
제글을 읽어주신 모든분들께 감사하고
혹 쓴소리나 조언들 댓글로 달아주시게 된다면 달게 받겠습니다.
모두 행복하세요~^^